[단독] 중랑구청, 이번에는 '간부 딸 특채 비리' 은폐

내부고발글에 답변 단 사람, 알고보니 인사비리 당사자

D
서울시 종합청렴도 7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뽑혔던 서울 중랑구청이 '인사 비리'로 연일 망신살을 뻗치고 있다.

이번에는 중랑구청에서 5급 간부 공무원이 자신의 딸을 직원으로 채용했다는 사실이 내부고발로 드러났으나 '눈가리고 아웅'식 징계로 유야무야 넘어갔던 것으로 CBS취재결과 확인됐다.

친인척 대거 채용(CBS노컷뉴스 5월 11일자'빽없으면 꿈 꾸지마'…중랑구청도 '친인척 채용' 제하 단독보도)사실이 확인된 중랑구청은 심지어 이 비리를 숨기려는 시도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구청 홈페이지에 '인사비리 내부고발글' 올라오자 서둘러 처리

지난해 12월 15일, 중랑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이런 일도 있습니다'라는 내부고발 글이 올라왔다.

중랑구청 산하 '서울시중랑구영유아통합지원센터' 신규직원 채용에 주무부서인 주민생활지원과 과장 오 모 씨의 딸이 채용됐다는 폭로였다.

글 작성자는 "주민생활지원과 과장과 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이 모략해 일 열심히 하고 있는 직원이 스스로 사표를 내도록 종용해 그 자리에 주민생활지원과 과장의 딸을 넣으려 한다"고 고발했다.

또한 작성자는 "인사 관계 서류를 만들기 위해 (오 과장의 딸에게)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당사자가 '비밀이 있다'고 거부했다"면서 "이후 사회복지협의회 직원에게 전화가 와 '인사권자도 아니면서 쓸데 없는 서류를 요구하느냐'며 '사무국장에게 보고하겠다'는 식으로 윽박질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황으로 봐서 사전에 누구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보는 것이 확실하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중랑구청이 이러한 제보를 받은 뒤 첫번째로 취한 조치는 감사가 아닌 '축소'와 '은폐'였다. 내부고발자가 올린 이 글은 올라온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비공개'로 전환된 것이다.

◈ 내부고발글에 답변 단 사람, 알고보니 인사비리 당사자

내부고발자는 다음날 또 다시 글을 올려 "민원인이 올린 글을 비공개로 바꾸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올린 글을 왜 비공개로 바꿨는지 답하라"고 분개했다.


구청은 그제서야 "글을 비공개로 한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여러 명의 실명을 거론했기 때문이었다"며 "해당직원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면직 처리했다"고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런 답변을 딸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인 주민생활지원과장 오 씨가 달았다는 것.

이에 내부고발자는 '중랑구청 감사실은 무얼하는 곳인지요'라는 글을 올리고 "어떻게 인사비리에 연루된 자가 본인의 인사비리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느냐"면서 "중랑구청 감사실은 무얼하는 곳인가"라고 질타했다.

중랑구청은 그로부터 사흘 뒤에야 감사담당관 명의로 "임용 당사자는 면직처리 됐고 관련 공무원은 인사조치 됐다"는 짤막한 답변을 내놨다.

◈'수평 인사' 내놓고 '징계성 인사'했다?

하지만 CBS 취재 결과 이 '인사조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의 징계에 불과했다. 주민생활지원과장이 옮긴 자리는 건설관리과장 자리로 '수평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졸지에 건설관리과장은 갑자기 주민생활지원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업무 적응을 하다가 스트레스로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행태에 대해 문병권 중랑구청장은 "주민생활지원과장 자리는 국장 승진 1순위 자리이고 건설관리과장은 7~8순위라 징계성 인사가 맞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청 내부 관계자의 이야기는 문 구청장의 해명과는 거리가 있다.

이 관계자는 "전형적인 솜방망이 징계"라면서 "징계성 인사라고 한다면 한직인 동사무소로 보내야지 왜 주무과인 건설관리과장으로 가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해당 과장은 지난 2005년에도 처남을 중랑구청 환경미화원에 특혜채용시켰다는 의혹도 받은 상습적인 간부"라고 비판했다.

친인척 대거 채용으로 물의를 빚었던 중랑구청에서 이번에는 특채 관련 내부고발마저 은폐하려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인사비리를 둘러싼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