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돈의 맛', 거부할 수 없는 지독한 맛

섹스ㆍ음모로 덮인 상위 1% 속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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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어떤 맛일까. 돈을 쫓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돈의 맛에 대해 제대로 논할 사람이 있을까. 가늠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돈을 본 적조차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임상수 감독의 신작 '돈의 맛'은 그 지점을 파고든다. 관봉 형태의 돈다발이 산처럼 쌓여있는 개인 금고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여기에 임 감독은 최상류층의 성 문화를 곁들인다.

재벌가의 안주인 백금옥(윤여정), 돈의 맛에 빠진 댓가로 처참한 모욕을 경험한 윤회장(백윤식) 그리고 재벌가의 이단아 딸 윤나미(김효진)와 백씨 집안의 모든 잡무를 처리하는 주영작(김강우)이 재벌가의 속살을 파헤친다.


여기에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아들 윤철(온주완)과 백씨 집안의 절대권력자인 백금옥의 아버지(권병길)가 함께 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재벌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좋든 싫든 그 과정에서 돈과 섹스, 음모와 비리 등이 난무한다.

매번 '센' 작품을 들고 나왔던 임 감독의 작품임을 생각했을 때 돈의 맛은 노골적이고, 파격적인 대한민국 상위 1%의 단면을 보여줄 것으로 보였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란 '훈장'이 그 믿음을 더했다. 때문에 '바람난 가족'보다 더 파격적인, '하녀'보다 더 노골적인 무언가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다. 또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재벌에 대한 반감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베드신과 노출은 여느 '18금' 영화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재벌을 향해 날 선 칼을 들이대기 보다 그들의 속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데 집중했다. 예상치 않은 지점에서 터지는 웃음도 생각지 못했던 바다.

이는 애초 가졌던 선입견을 버린다면 돈의 맛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하녀 때보다 더 웅장한 집 안의 화려함은 기대 이상으로 놀라웠고, 집 안에서 벌어지는 백씨 가족의 행각은 씁쓸하고 불편하면서도 그게 곧 최상류층의 삶인 듯했다.

영화는 주영작, 백금옥, 윤회장, 윤나미 등 네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네 인물은 각기 다른 상류층의 단면을 끄집어 낸다. 또 돈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주영작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고 장자연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연예계 성 상납을 이야기하고, 재벌가의 상속과 정경유착 등 뉴스에서 흔히 봐 왔던 재벌가 이야기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분명 사실에 근거한 작품이 아님에도 '왠지 이렇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윤여정, 백윤식 등 두 노장배우의 파격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윤여정은 강함과 유연함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김강우와 베드신도 불사했다. 물론 야하기 보다 웃음이 가득한 베드신이다. 하녀 에바(마우이 테일러)와 격정적인 베드신을 소화한 백윤식은 돈의 맛이 어떤 맛인지 오롯이 전달한다. 청소년관람불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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