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의에서는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이 아닌 '심의'를 받기로 결론이 났던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CBS 노컷뉴스가 3일 입수한 같은 달 21일자 '양재화물터미널 관련 회의결과 보고' 문건을 보면, 시설계획과는 '복합화 허용시 동부,서부 등 다른 터미널과의 형평에 맞는 개발원칙 정립 필요'라고 적혀 있다.
7월 18일자 회의에서 이명박 시장 주재 하에 양재동 파이시티를 화물터미널에서 복합물류시설(창고, 대규모 점포 등)로 세부시설 변경하는 '복합화 허용'을 하기로 중지가 모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다른 터미널과 형평에 맞는 개발원칙을 반영하는' 구색을 갖추도록 했고, 이를 '도시물류기본계획에 포함하는 방법으로 조속히 마련'하도록 했다.
서울시 도시물류기본계획은 두 달 뒤인 같은 해 9월 26일 이명박 시장의 결재를 받아 12월 29일 건교부승인이 이뤄졌다.
또 다른 문제는 개발규모와 관련한 회의 내용이다.
이날 회의에선 '교통영향과 상업시설의 수요 등을 감안할 때 개발규모의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도시계획위 심의 등을 통한 개발 규모의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그런데 이 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우선 검토하기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도계위는 2005년 11월과 12월 자문회의로 열렸다.
'윗선' 개입으로 인해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경미한 사안으로 도계위 자문회의에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는 부분이다.
서울시는 12월 2차 자문회의 때 도계위에 파이시티의 대규모 점포 용적률(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을 400% 이하로 하는 안을 올렸고, 화물터미널 면적의 4배가 넘고 교통 문제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계위는 교통 문제를 보완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다른 화물터미널을 고려해 화물터미널 개발원칙과 기준을 교통국에서 도시계획국과 협의하여 결정 ▲도시계획국의 유통업무설비 세부시설 변경은 교통국의 화물터미널 관련 방침에 따라 추진 ▲개발규모 및 교통문제 등 세부시설 변경신청에 대한 시 의견을 서초구에 중간 통보 등의 결론도 냈다.
이명박 당시 시장, 원세훈 행정1부시장, 최창식 제4정책보좌관(도시관리), 김영걸 도시계획국장, 정순구 교통국장, 서재율 운수물류과장, 조성일 도시계획과장, 김호섭 시설계획과장 등 총 8명이 참석했다. 장소는 시장접견실이었고 보고는 시설계획과장이 했다.
이 회의를 토대로, 서울시는 2005년 물류기본계획에 대한 건교부의 승인이 지연되는 것과 관계없이 세부시설 변경(용도 변경)을 추진했다. [관련기사 2012-05-03 서울시, 파이시티 인허가 조급했던 이유가…참조]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시장은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 발목잡지 말라고 수시로 말했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도 "공무원들은 규제를 너무 많이 넣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었다. 마치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