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외면 속 미국산 쇠고기 '된서리'

대형마트 판매 '뚝'…직판장·식당 '개점휴업'

캘리포니아 젖소의 광우병 발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내 파장이 만만치 않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 급감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유통업체와 식당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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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미국산 쇠고기 판매 70% 급감"

지난 27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이마트.

광우병 논란 이후에도 꾸준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이어왔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축산코너 담당자는 "광우병 발병 소식이 알려지기 전보다 70% 가량 판매가 줄었다"며 "한우나 호주산 등이 반사이익을 얻지 않을까 했지만 오히려 육류 전반적으로 매출이 소폭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판매를 잠시 중단했다 재개한 홈플러스 역시 미국산 쇠고기는 사실상 '진열 상태'에 머무르고 있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수입육의 비중이 높지 않아 매출에 당장 큰 타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다보니 진열 폭도 줄이고 판매도 적극적으로는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도 미국산 쇠고기에는 선뜻 손을 대질 못했다.

주부 유민아(37) 씨는 "정부는 괜찮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고 워낙 속여서 파는 곳도 많아 아이를 둔 입장에서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끝내 생선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 수입육 직판장·전문식당 "가게 문 닫아야 할 판"

미국산 쇠고기 직판장과 전문식당들은 광우병 논란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었다.

중구 태평동에서 수입육 직판장을 운영하는 정 모(42·여) 씨는 "시장 길목이라 원래는 손님들이 한낮에도 들락날락했는데 뉴스가 나온 뒤부터는 손님이 뚝 끊겼다"며 "어쩌다 오는 손님도 '뉴스에서 봤는데 괜찮으냐'며 걱정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중구의 한 수입육 전문식당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식사시간대마다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던 주차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예약명단 역시 1팀을 겨우 채웠다며 식당 업주는 울상을 지었다.

업주는 "당장 매출이 떨어진 게 문제가 아니라 이번 사태가 오래 가면 우리는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보관창고에서 출고가 안 되면 우리가 고기를 구할 방법이 없지 않느냐. 찾는 사람이 있어도 판매를 못 하게 되는 것"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업주는 "수입육 취급하는 곳이 한두 곳도 아니고 정부에서 얼른 확실하게 결론을 내 줘야 먹는 사람도 믿고 먹고 우리도 가게를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답답해했다.

시민 김정길(63·여) 씨는 "식당에 가서도 혹시 몰라 쇠고기 메뉴는 아예 피하고 있다"며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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