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에 올망졸망한 이목구비, 가녀린 몸매를 지닌 배우 손은서(26. 본명 손지연). 맑고 순수한 외모와 달리 그녀는 요즘 ‘악녀’ 삼매경에 빠져있다.
지난해 방송된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맛보기(?)로 철없는 막내딸 김미진 역을 맡았던 손은서는 현재 방송 중인 SBS 일일드라마 ‘내딸 꽃님이’에서 사랑과 성공을 위해 온갖 악행을 마다하지 않는 악역 은채경으로 분해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어디서 그런 악에 바친 ‘악녀’의 에너지가 나오는지 의아하리만큼 맑고 순수한 외모를 지닌 배우 손은서를 만나 물었다. 대체 어떤 모습이 그녀를 ‘악녀’로 보이게 하는지.
“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욕망의 불꽃’에 캐스팅됐을 때는 저도 놀랐는데, ‘내딸 꽃님이’는 두 번째다 보니 아마도 전작의 모습이 작용했겠죠. 평소 저의 모습에는 그런 센 이미지가 없을지 몰라도 의상이나 메이크업, 카메라 앞에서 표정이 저를 그렇게 보이게 하나 봐요. 물론 제 안에 저도 모르는 그런 욕심이나 욕망이 표출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고.”
두 작품 연속 악역을 하다보니 혹시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되지 않을지 고민도 있을 터. 그러나 손은서는 의외로 쿨하게 “또 악역? 이제 안해! 이런 생각은 없어요. 제 입장에서는 이유가 있는 악역이고 타당성이 있다면 굳이 피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악역을 하면서 한 가지 기쁨도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가끔 채경 같은 새침한 표정이 나온다며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채경이 악행을 하면 할수록 ‘내딸 꽃님이’의 시청률은 상승곡선을 그려 더욱 힘을 낼 수밖에 없다.
“70년대 캠퍼스물이다 보니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어요. 70년대를 살아본 적이 없어 감독님과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연기를 했는데 나중에는 함께 출연하는 또래 배우들과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의기투합이 되더라고요.”
특히 손은서는 요즘 본업인 연기뿐만 아니라 예능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해 화제를 몰고 오더니 KBS ‘백점만점’에서는 아이돌 틈바구니 속에서 당당히 고정 자리를 꿰찼다. 최근에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 미팅 편에 출연해 슈퍼주니어 동해와 알콩달콩 러브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의 힘은 무서웠다. 손은서는 출연했다하면,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휩쓸었다. 그만큼 대중이 그녀에게 보내는 관심이 뜨거웠다.
“예능에 나오면, 사람들이 ‘누구지?’하면서 검색을 해보시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란 사람이나 그동안의 작품들도 알아봐주시고요. 사실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는 겁이 정말 많이 났어요. 나는 평범한 사람인데, 사람들에게 무슨 모습을 보여줘야하나 고민했죠. 근데 오히려 작품에서 본 이미지와 다른 실제 제 모습에 많은 응원을 해주시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예능프로그램에 도전해볼 생각이 없냐고 묻자, 잠시 고민하던 손은서는 “예능이라는 것이 저를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일 수 있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잃을 수 있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웃음). 작품을 통해 저를 보여 주는 것이 먼저 같아요.”
데뷔 6년차를 맞고 있는 손은서에게 물었다. 혹시 조급증이 들지는 않느냐고. 그러자 손은서는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달라요. 데뷔한지 좀 됐는데 내가 너무 더디게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분명 내가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분명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언젠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겠죠”라고 말했다.
배우로서도, 예능스타로서도, 숨겨진 보석 같은 ‘끼’를 지는 손은서의 매력은 무엇일까. 스스로 ‘아직은 보여줄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데뷔 당시 돌아서면 잊혀지는 얼굴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제가 사실 그렇게 뛰어나게 예쁘거나 섹시하지는 않잖아요. 당시에는 그 말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렇게 때문에 더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가지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은 것이니 앞으로 더 많은 모습,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