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 이후 보름 넘게 ‘사실상’ 잠적했던 두 인물이 같은 날 입장을 밝히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보름 넘게 잠적했던 이영호ㆍ최종석, 같은 날 입장 밝혀
이영호 전 비서관은 20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장소가 두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수많은 기자들 앞에 섰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에 대한 증거인멸 과정에 청와대 윗선이 개입됐다는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가 일부 언론에 보도된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이 전 비서관은 그동안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는 등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다.
같은 날(현지시간으로 19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현재 주미 한국대사관의 주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도 일부 기자에게 입장을 밝혔다.
최 전 행정관은 출장과 휴가 등의 이유로 2주 가량 대사관에 출근하지 않아 검찰 수사를 피해 사실상 잠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 장 전 주무관 폭로 지켜보며 시간 끝다 '꼬리자르기' 시도
증거인멸의 윗선으로 지목된 청와대 출신의 두 인물이 이처럼 같은 날 무려 11,000km 떨어진 한국과 미국의 수도에서 각각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이 시간을 벌며 청와대 측 혹은 서로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최 전 행정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 역시 ‘청와대가 기자회견을 시켰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아니라고”라며 적극 부인했다.
그러나 보름 넘게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던 두 인물이 같은 날 일제히 입장을 밝힌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장 전 주무관의 폭로를 관망하다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장 전 주무관은 그동안 청와대 윗선의 지시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최초 폭로 이후 민정수석실의 개입과 금전 제공 약속 등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전 비서관 등과 관련된 내용은 최초 폭로에서 크게 진전된 부분이 없었다.
즉 장 전 주무관의 폭로를 지켜보다 이제는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자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이 전 비서관은 기자회견에서도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박영선 의원에게 토론을 제안하는 등 증거인멸 의혹을 총선을 앞둔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깎아내리며 반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전 비서관이 ‘몸통’을 자처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장 전 주무관이 폭로와 함께 제시한 녹취록 등을 통해 증거인멸을 부인하기는 어렵게 된 만큼 자기가 책임지는 선에서 꼬리를 자르려는 의도를 내비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