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인생 바꾸는 기업의 "마음에 안 들어" 한마디

[인턴, 길을 묻다]② '참아야 하느니라'…슈퍼 갑(甲) '기업'에 우는 인턴

인턴
직무경험 성격이 강했던 인턴제도가 취업 관문이나 또 하나의 스펙쌓기로 변모하면서 기업은 '갑', 지원자는 '을'이 됐다. 이러다보니 인턴들은 채용상의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선점할 수 있는 제도로 보고 더욱 확대하는 추세다. CBS는 채용패턴 변화까지 불러 오고 있는 인턴제의 겉과 속을 4회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극과 극…대학생과 기업 인턴 시각차
2. "참아야 하느니라"…슈퍼 갑(甲) 기업에 우는 인턴
3. "인턴이라면 감수해야"…법적 보호막 없나?
4. 인턴이 대세…통계로 본 인턴 현실


"한국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소통과 인재를 중시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강조하는데, 이렇게 억울한 채용 절차를 겪고 나니까 너무 실망스러워요. 인턴 채용 인원, 정규직 전환율, 부서별 티오(TO), 다 명확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대졸 취업준비생인 A씨는 지난해 하반기 NHN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 지원했다가 낭패를 봤다.

인턴까지만 무사히 합격하면 신입사원까지는 무난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가 최근 탈락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학교에 와서 인턴을 모집할 때 상담원들이 '상반기 때는 우수 인턴을 채용하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인턴이 채용과정에 포함돼 명목상의 인턴이고 인턴까지 되면 거의 채용이 된다'는 식으로 안내했다"고 얘기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더구나 하반기 채용공고도 그 이전과 달리 <신입사원 모집>이라는 제목으로 달렸다. 예전에는 <2011년 NHN Internship 모집> 등의 제목으로 났다.

모집 공고 본문에 인턴을 모집한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었지만 채용공고 제목과 상담원의 말을 종합할 때 인턴사원이 되면 정사원이 거의 다 될 줄 알았다는 A씨.

NHN 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전환율 수치를 밝힌 적도 없고, 모집 단계부터 인턴임을 명백히 고지했다"고 A씨와 다른 얘기를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실제로 인턴십으로 끝날 제도를 운영하면서 신입사원 채용 과정이라고 공고를 내 기대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사실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NHN은 000명을 모집하겠다고 공고했지만 실제로 선발한 인턴은 00명이었다. 신입사원 합격 발표도 3주 가량이나 지연된 지난달에야 했고, 몇몇 직군에서 1차면접 후 추가 면접이 없다고 했지만 2차면접이 불시에 생겨 인턴사원들은 크게 당황했다.

NHN 측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인재는 만족도에 따라 다르게 뽑을 수도 있고, 추가 면접 일정은 사전에 공지했다는 것이다.


다만 보다 명확한 공고를 내야한다는 지적이나 발표 일정이 늘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인턴' 채용 과정에서 기업-취업준비생 간에 잡음이 빚어지는 경우가 비단 NHN 사례 뿐만이 아니다.

B씨는 2010년 '외국계 기업 HP글로벌체험단 공모전-인턴 채용'이라는 절차만 믿고 지원해 공모전에 합격했지만 인턴은 해보지도 못했다.

HP는 2010년에 글로벌체험단에 선발된 인원을 싱가폴에 보내주고, 심사를 거쳐 한국지사의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공고를 냈고, B씨 등 합격자들을 불러서 한 달간 일을 시켰다.

하지만 싱가폴 연수 기회가 미국으로 바뀐 것은 좋았는데 어느 순간에 인턴십 이야기는 쏙 빠져 결국 6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인턴이 되지 못했다.

B씨는 "미운털이라도 박히면 뽑히지 않을까봐 눈치만 보다 회사에 확인조차 못했다"고 억울해 했다.

이에 대해 HP 측도 NHN처럼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능력을 보고 판단한 것 뿐"이며 "애초에 인턴을 보장하지 않았고 포상은 미국행이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턴십 여부는 회사가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CBS가 확보한 당시 체험단 모집 공고 일정란에는 '한국 HP 인턴십 기회 제공'이라는 부분이 명시돼 있었다.

KT의 2010년 인턴 운용은 더 심각해 보인다. 실제로 이 당시 인턴들은 '단기 영업사원일 뿐이었다'고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KT는 2010년 수 백명 규모의 인턴을 뽑아 1월부터 6개월동안 지역,지방 지사로 배치했다. 인턴들은 대부분 영업직군에 포함돼 대학교나 길거리에서 아이폰과 KT 유무선 상품을 판매했다.

인턴들은 최대한 많은 지인을 동원해 무조건 많이 팔아야 했고, 인사 실적과는 무관하다고 했지만 상품별 점수가 인턴들이 연계된 지사 실적으로 잡히는 탓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KT 인턴을 경험한 C씨는 "회사에서는 영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했지만 자기네들이 학내에서 영업할 수 없으니 떠민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KT 연수원장은 당시 인턴 사원 교육에서 "정규직 전환율이 최소 50%가 되게 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인턴 사원들은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C씨가 속한 사업부서에 소속된 인턴 20명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숫자는 5명에 그치는 등 전환율이 50%에 훨씬 못미쳐 정규직의 부푼 꿈을 안고 6개월을 헌신했던 많은 취업준비생들을 실망시켰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영업도 회사를 이해하고 현장감을 익히는 훈련"이라며 "영업만 시킨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실무를 일찍 익혀서 다른 데 취업할 때도 더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회사에서의 인턴 경험이 다른 회사에 취직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C씨도 다른 회사 면접 볼 때마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 안된 거냐는 질문에 곤혹스러웠던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2%로 지난해 3월 4.3% 이후 11개월 만에 4% 대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청년실업률은 8.3%로 여전히 높다.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는 취업준비생들은 취업 창구로 ‘인턴’이라는 문을 두드리지만, 기업들은 이들을 을에서 병으로, 다시 정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불만을 낳고있다.

현실적으로 취업준비생들은 모호한 채용공고와 업체들의 말바꾸기, 전환율의 불확실성 속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의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부장은 "기업이 인턴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회적, 내용적 측면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면이 많다"며 "정부가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정책을 정확히 수립해 주고 대기업에 강제성 띈 제재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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