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4.11 총선 준비에 한창인 요즘 기독교계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신천지가 정치권 포섭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CBS 취재 결과 신천지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신도들에게 한나라당 당원 가입을 지시하고, 특정 후보 경선 유세 현장에 조직적으로 인력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천지는 2007년 대선 당시 '신천지 대외활동 협조 안내문’이란 문건을 전국의 12개 지파에 하달하고, 신도 1만 670명을 배정해 한나라당 특별당원으로 가입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에는 당비 정기납부 요령도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2007년 5월 신천지를 탈퇴한 뒤 현재 대전종교문제연구소에서 이단 상담을 하고 있는 강성호 전도사는 "당시 신천지가 신도들을 한나라당에 가입시켜서 후원금도 내게했다"며, "자율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신천지 교회에 몇명 이상하라는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신천지는 또, 당원이 된 신도들을 특정후보 지지를 위해 경선 유세장에 동원하기도 했다. 당원신분으로 정치집회에 참석하게 해 공직선거법 위반을 피하는 치밀함을 보인 것이다.
유세현장 지원도 특정 후보의 계획에 맞춰 움직였다.
2008년 신천지를 탈퇴한 김준희(가명)씨는 "2007년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 신천지 신도들이 3천명 정도 동원됐다"고 말했다. 또, "전북지역 신천지 신도들이 다른지역 유세에도 동원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전 신천지 강사 출신으로 최근 신천지를 탈퇴한 지명한 씨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선거운동에 신천지 신도들이 동원됐다"며, "자신도 현장에 있었다"고 밝혔다.
신천지의 이러한 행위는 대부분 정당법의 입당강요죄와 정치자금부정수수죄, 지위를 이용한 선거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우용 공보팀장은"선거운동기간이 아닐 경우에도 정당법 위반과 정치자금 위반 똑같이 성립되고, 그런 행위들이 선거운동 목적이 있다면 사전 선거운동으로 처벌 받을 수 있는 범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천지와 한나라당을 오가며 신도들을 동원했던 신천지 전 전국청년회장 전봉원씨는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서 도와줬을 뿐"이라며, "당시에는 누구든지 다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신천지, 왜 정치권 포섭에 열을 올릴까?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정치권 포섭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또, 정치권에서는 왜 이단 단체들과도 손을 잡았을까?
신천지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정치권 포섭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신천지는 지난 2003년,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신천지 전국청년회 조직에 홍보 메뉴얼을 비밀리에 하달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전화와 인터넷 홍보방법에서부터 대표 선출 후 한나라당에 대한 전략까지 구체적이다.
약 2,500명의 인원을 동원해 선거인 당원들에게 전화홍보를 실시 할 것, 인터넷 팬 카페에 회원가입이나 호의적인 댓글을 달 것 등 활동 방향을 제시했다.
또, 경선 이후 각 지구당에 최소 30명 이상 씩 청년당원을 입당시키라는 내용까지 담았다.
이러한 조직적인 움직임 이외에 신천지와 정치인들간의 개인적인 교류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 현직 장관은 국회의원 신분이던 2006년 1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특별히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이만희 목사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이만희 씨를 정중히 소개하기도 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신천지의 정치권 포섭행위가 자원봉사단체 만남 등 일반 봉사활동을 매개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정종유착부정감시단'은 신천지 봉사단체 만남의 전국 지부에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전 신천지 강사 신현욱 전도사는 "내가 신천지에 있을 때도 자원봉사단체들을 만들어서 정치권과 연결하려고 했다"며, "내가 나온 다음에는 자원봉사단체 만남을 통해서 대외적으로 활동을 하면서 정치권과 연결을 맺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천지가 이토록 정치권 포섭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이단 상담 전문가들은"신천지가 숙원사업인 과천 성전 신축과 법인 설립을 위해 정치권력을 이용하고,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 표가 아쉽고 대규모 인력동원이 필요한 정치인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 이덕술 목사는 "신천지 세력을 확장시키는데 있어서 법적,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인들하고 유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천지의 숙원 사업인 과천 성전 신축은 지역 교계와 시민단체의 반발 때문에, 법인 설립은 CBS의 한발 앞선 보도와 교계의 반발 여론 때문에 여러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있는 올 한해도 이단 신천지의 정치권 포섭활동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과 유권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