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폭로 시의원 "식당 옆자리에서…"

- 그날 그곳 안 갔더라면 영원히 묻힐뻔
- 사고 은폐는 국민 상대 사기극
-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문책 따라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수근 부산시의회 시의원 (기장군)

'고리원전 정전 은폐사고' 이 사고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분을 저희가 긴급하게 섭외를 했습니다. 아주 심각한 사고였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부산시의원에 의해서 세상에 밝혀졌습니다. 이 상황이 아주 기가 막히고, 이분이 이 날 식당에 안 갔으면 이 사고는 천년만년 몰랐겠구나 싶어서 아찔하기까지 한데 직접 들어보죠. 부산시 기장군 김수근 시의원입니다. 김 의원님, 안녕하세요.

원전
◆ 김수근> 네, 안녕하세요. 김수근입니다.

◇ 김현정> 지난달 20일에 어떤 식당을 가신 거예요?

◆ 김수근> 저녁식사 자리였습니다. 우리 관내에 있는 저녁식사자리에 지인들과 식사 도중이었고요. 그 시기에는 고리원자력 1호기의 계획예방 정비기간 중이라서 많은 노무자들이 출입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전문적인 기술자는 아니고요. 보조 노무일을 하시는 분들이니까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 것도 아닌데, 그분들이 지나가는 어떤 대화중에 "전원이 차단됐다"고 그러는데 "발전기도, 비상발전기도 안돌고 하니 그냥 괜찮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옆에 계시는 분들은 "그런가보다" 자기도 잘 모르니까요.

그러나 저는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놓치지 않았는데, 또 그분들하고 대화를 계속 하기는 문제가 있고 해서 저 나름대로 그동안에 쭉 조사를 해봤어요. 근데 그걸 또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이야기해 주는 사람도 없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거기서 일하는 흔히들 인부라고 하는 노동자분들, 이분들이 와서 "거기 전원이 한 12분 끊겼다는데 괜찮은 거야? 문제없나?"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옆자리에서 들으신 거예요?

◆ 김수근>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래서 듣고 그냥 넘길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신 겁니까?

◆ 김수근> 중간에 제가 알고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 "1호기 정비 중에 전원차단 블랙아웃 사건이 있었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확인을 해도 확인할 방법은 없었고요. 다들 아니라고 하니까요.

◇ 김현정> '아니라고, 그런 일 없었다고. 전원차단이라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런 말씀인가요?

◆ 김수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그 사람들이 말을 잘못했는지, 제가 이해를 잘못한 건지 그런 생각 중에 있다가 도저히 이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항도 아니고, 그때 당시에 부산시에 있는 각종 환경단체에서는 탈핵에 관한 기자회견도 하고 집회도 하는 이런 상황이니까 3월 12일이 되면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사고 1주기가 되는 시점이다.

이게 뭔가 좀 미묘한 시점이다. 이건 확실히 좀 알고 넘어가야겠다. 그리고 전 국민이 다 알고 계시다시피 올 3월 말이 되면 세계핵안보정상회의도 있는데 그런 유언비어 같으면 더 큰 문제고, 또 유언비어가 아니고 사실이라도 큰 문제고, 어떤 경우든지 간에 이건 확인을 해야겠다 싶었은거죠.

◇ 김현정>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김수근> 그래서 제가 3월 2일에 본부장님 미팅 요청을 했었는데 그때는 원자력 대학원 입학식장이었습니다. 그날 본부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오늘부로 발령 나서 5일에 울진으로 갑니다." 하시더라고요. 행사장이라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고, 그래서 제가 고민을 하다가...

◇ 김현정> 그날 물어보셨어요, 안 물어보셨어요?

◆ 김수근> 못 물어봤죠. 대학원 입학식 행사장이다 보니까 그런 긴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내가 3월 7일, 고리원자력본부 경영지원처장이신 김기홍 실장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꼭 긴히 상의드릴 일이 있는데 전화상으로 이야기하기는 곤란스럽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그래서 3월 8일 1시 반에 약속을 해서 김기홍 처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서 "이런 블랙아웃 사태가 생겼다 하는데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디젤비상발전기도 가동을 안 했다는 정보를 내가 알고 있는데 이게 사실이냐?"

◇ 김현정> 답을 어떻게 했나요?

◆ 김수근>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습니까?"

◇ 김현정> 그분도 몰랐다는 거군요?

◆ 김수근> 자기도 몰랐겠죠.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만. "아이고, 의원님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 김현정> 그래서 2월 20일에 이 사건에 대해서 처음 들으시고 추적한 지 얼마 만에 알려진 거죠?

◆ 김수근> 그러니까 거의 한 달이죠.

◇ 김현정> 마지막에 알려진 건 어떤 식으로 알려진 건가요?

◆ 김수근> 3월 8일. 정확하게는 그 내용을 알지 못하고 이 사건 자체가, 전원중단사태가 생기면 우리가 일명 '블랙아웃'이라고 그러는데요. 그걸 제가 추측을 한 거죠. 거기 회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요. 그래서 3월 8일 김기홍 처장에게 "이런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를 확인 좀 부탁 드립니다" 라고 제가 부탁을 했죠. 그런데 저한테는 연락이 없었고요. 그제 13일에 언론보도를 보고 저도 알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이번 은폐를 보면서 뭘 느끼셨습니까?

◆ 김수근> 이게 있죠. 김종신(한국수력원자력) 사장님과 장관님께서 나와서 "발전 정지 상태에서 했기 때문에 사소한 사고니까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보고도 미처 하지 못했다"라고 하는데요. 이게 저희들 주민이 생각하는 것은 1호기 운전을 저희들이 승인을 해 줄 때도 원자력에서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파사고가 났을 때도 고리원자력발전소 관계자들이 나와서 "우리 고리원자력에 있는 디젤비상발전기는 일본에 온 쓰나미보다 10배 더 큰 게 와도 아무런 이상이 없을 만큼 안전하다"라고 했습니다. 그게 사고가 난 겁니다.

그런데 과연 그게 안전하냐. 이건 우리 11만 기장 군민, 그리고 360만 우리 부산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고, 또 옆의 울산광역시 100만 울산 시민도 있습니다. 적게는 500만 우리 국민을 가지고 사기를 친 겁니다.

◇ 김현정> 지금 저는 들으면서 만약 그날 그 식당에 안 가셨으면 어떻게 됐나. 그리고 듣고 나서도 그냥 노동자들끼리,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겠지 하고 넘겼으면 어떻게 됐나.

또 그 사람들에게, 그 원전 사람들에게 전화했을 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자 그냥 포기하셨으면 어떻게 됐나,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면서 아찔합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김수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끝까지 추적해 주십시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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