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시론]정부 전향적으로 남북관계 임하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26일과 27일 방한 시 비무장지대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비무장지대 방문은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확고한 응징 의지를 상징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이번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비무장지대 방문은 북한에게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6일은 천안함 사태 2주기를 맞아 남북한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북한과 미국의 2.29 합의 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및 핵 미사일 실험유예 등의 비핵화 조치와 24만 톤에 달하는 대북식량지원을 맞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는 주장을 되풀이 해왔으나, 최근 평화협정 대신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가 본질적으로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북미관계의 정상화라는 구도 속에는 평화협정에비하여 한국이 끼여들 여지가 많지 않다.

과거에도 북미관계가 원활한 상황에서도 남북관계는 최악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그때마다 한미공조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물론 최근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남북관계 없이 북미관계의 근본적 개선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29 합의문에 남북관계에 관한 문구가 없는 것은 과거 북미회담에서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합의문에 포함시킨 것과 대비된다.

이는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했어도 북한이 거부하고, 미국은 북핵협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공조보다는 대북협상을 택했을 개연성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의 비무장지대방문이 단순히 한미공조의 강화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의지를 보이는 상징적인 것이라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을 폐기하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고 전향적인 대북정책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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