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맞아 MT를 떠나는 대학생들은 단체복을 입고 개인 짐 외에 페트병 맥주, 과자 등을 한아름 안고 기차에 올랐다.
전철이 30분마다 있지만 토요일 오전 춘천행 전철은 시발점인 상봉역부터 승객들로 빼곡히 들어차 빈 좌석이 없었고, 서서 가기 위한 공간조차 비좁았다.
40분가량 지나자 서서 가던 대학생들 중 몇 명이 출입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잡담하며 떠들었다.
대학생들이 진을 치면서 문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게 됐다.
인근의 또 다른 대학생 무리는 입이 심심했던지 가져온 과자와 음료수, 오징어 등을 먹었다.
이들은 전동차를 전세라도 낸 듯 큰 소리로 웃으며 건배를 하기도 했다.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큰 소리로 말을 해야만 전화 통화가 가능했다.
통학 때문에 경춘선을 타고 서울과 강원도를 오간다는 이모(22·여)씨는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에는 편하고 조용하게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트위터에는 대학생들의 '무개념' MT 여행을 꼬집는 글이 올라왔다.
'04***'는 "경춘선은 열차 모양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승객 수준은 밑바닥이네"라는 글을 올렸다.
강촌역에서 대학생들이 대거 내리고 전철 안이 한산해지자 이번엔 닭갈비집 사장이 홍보 전단지를 돌렸다.
춘천역에 내리는 사람들 뒤엔 전단지, 커피캔, 페트병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오후 2시, 이번엔 상봉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손님이 한 명 두 명 늘어나자 술냄새, 음식냄새가 진동했다.
강촌역에서 S대학 점퍼를 입은 대학생들이 타자 전철은 이내 꽉찼다.
MT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지 간밤에 즐거웠던 이야기를 큰소리로 떠들었다.
20분쯤 지나자 학생 서 너명이 객차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참다못한 한 중년 남성이 "여기에 앉으면 어떡합니까 학생들, 전철인데 공공질서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한마디하자 힐끔힐끔 눈치를 보던 학생들이 슬금슬금 일어났다.
전철은 4시쯤 상봉역에 도착했다.
전동차 바깥 공기는 너무도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