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짜리 화장품 원가는 단돈 1만 원

화장품값 유통·광고비 범벅… 제조가는 10%

국내에서 시판되는 화장품의 유통비용과 광고비가 제조원가의 8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만 원짜리 화장품에 낀 거품을 제거하면 제조원가는 2~3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 설화수 자음생 크림 제조원가 3만원?

백화점에서 22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자음생 크림'은 제조원가가 3만 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6일 CBS가 공정거래위원회와 화장품업계를 상대로 취재한 결과 확인됐다.

판매가격 22만 원 가운데 30% 수준인 6만6000원가량은 백화점이나 홈쇼핑, 방문판매 등 유통업자들이 유통수수료로 가져가고 나머지 70% 가운데 화장품 제조사가 챙기는 이윤이 10%, 광고와 판촉비용 20~25%, 연구개발비와 물류비, 제조사 인건비 등이 나머지 20%를 차지했다.

인건비와 물류비, 연구개발비, 광고비 등은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하더라도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15~40%의 수수료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화장품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무리 수십만 원에 판매하는 화장품이라고 하더라도 기초화장품은 제조원가가 2~3만 원을 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화장품 판매 유통 수수료는 백화점 25~34%(평균 31%), 홈쇼핑 15~40%(평균 32.7%), 방문판매 40%에 이른다.

■ SKⅡ 랑콤 등 외제 원가도 10% 불과


SKⅡ나 프랑스 메이커 랑콤 등 외제브랜드, 다른 국내 브랜드 화장품 역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장품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고가 수입품 화장품의 스킨, 로션 등 기초화장품의 제조원가는 판매가격의 5~6%도 있다"며 "10만 원에 판매되는 아이쉐도우는 제조원가가 100원이 안되는 것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SKⅡ는 백화점에 판매가의 32%가량을 임대수수료로 내고 있고 랑콤은 28%, LG생활건강 프리미엄 브랜드 오휘 30%, 시슬리 28% 등으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에 따르면, 에스티로더의 일명 갈색병 에센스(나이트 리페어 리커버리 콤플렉스)는 수입 통관 가격이 5달러58센트(약 6289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 백화점 등에서는 15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또 9만8000원에 판매되는 랑콤의 제니피크 아이크림도 통관가격은 8762원, 시슬리 아이앤립 크림의 통관가격은 3만640원으로 나타났지만, 판매가격은 각각 9만8000원, 19만 원에 달했다.

에스티로더의 경우 수입 통관가격 대비 최고 24배에, 랑콤·디올 등도 10배 이상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 프리미엄 마케팅 너도나도 인상

고급이미지 마케팅도 가격거품에 한몫하고 있다.

설화수 브랜드는 최근 8만 원인 윤조에센스의 가격을 8만5000원대로 인상하는 등 제품 가격을 평균 3.3~8.3% 올렸다.

이는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한 SKII, 키엘,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바비브라운 등 10~20개 인기 수입화장품업체에 뒤이은 것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화장품의 경우 고가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수입 화장품업체가 가격을 일제히 올리자 이에 질세라 가격 인상에 동참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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