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초월하는 방사능 공포.
일본의 원전 사고는 한반도 대기와 빗방울에 방사능을 가져왔고 42개에 이르는 중국 원전은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 시대였던 MB정권 끝자락,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핵 없는 세상’을 주요 의제로 설정했고 시민단체들은 올해 주요사업으로 탈핵을 꼽았다.
대전 CBS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에 즈음해 방사능 안전 대책의 현주소와 시민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탈핵 바람을 3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 1. 집 앞에 원자력연구원…시민 안전할까? 2. 중국 동해안 원전 집중…한반도 안전할까? 3. 시민들 탈핵 바람 심상치 않다 |
원자력연구원은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 하지만 대전 환경운동연합 고은아 사무처장은 "기준치를 밑돈다거나 안전을 우선한다는 것이 안전을 담보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시민들은 과연 방사능에서 안전할까.
◈ 느슨한 안전 기준
= 하나로의 출력은 30MW, 원자력연구원이 정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반경 800m.
일본 원자력연구소 원자로의 출력은 10MW, 비상계획 구역은 1.5km. 하나로의 출력이 3배 이상 높지만 비상구역의 범위는 절반 수준이다.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일본에 비해 우리의 안전 기준이 느슨한 것은 사실이다.
원자력연구원의 느슨한 기준은 비단 일본에 비해서만은 아니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의 영향 범위를 2km로 설정한 대전시에 비하면 그 기준은 더 느슨하다.
원자력연구원은 비상구역 내의 거주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구역 범위를 일본 수준으로 넓히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의 기준을 적용하면 송강과 관평동 일대 주민 3만여명이 비상구역 내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 된다.
대전.충남 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대전시가 관평동 등 일대를 개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람의 거주 여부는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충남대 양해림 교수는 “일본의 경우 사고 발생시 인근 주민들에게 사고 내용과 조치 내역, 대책 등을 전파하지만 대전의 경우는 거주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고 내용 등을 밝히지 않는다”며 “시민과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다보니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지역에 저장된 1만2000여드럼(200리터.2010년 기준)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다.
◈ 원자력연구원 사고 1년에 한번 꼴
= 연구원은 기준치 이하의 검출량을 들어 안전함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불안은 기우일까.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지난 2000년 이 후 하나로에서 발생한 사고는 10건이 넘는다. 2004년 4월에는 중수가 누출됐고 2005년 6월에는 연구원 주변 빗물에서 방사성 요오드 I-131이 검출됐다.
2006년에는 방사화된 알루미늄 플러그가 대기에 노출돼 작업자 2명이 피폭됐고 2007년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준비 과정에서 우라늄 시료 2.7kg이 분실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실리콘 반도체 생산용 알루미늄 통의 핀이 수조 위로 떠오르면서 백색비상이 발령되기도 했다. 노출된 방사선량은 기준치보다 100배 이상 많았다.
이 밖에도 연구동 화재 등 연구원 내부의 화재들도 수 차례 발생했다.
◈ 사고 나면 어떻게 하지?
= 지난해 기준치 100배 이상 노출 사고를 대전시민들은 1시간 30분이나 뒤늦게 알았다. 이마저도 원자력연구원이 아닌 국제원자력기구의 발표로 알게됐다. 원자력연구원의 사고 은폐 의혹이 뒤따랐다.
녹색연합 양 처장은 비상매뉴얼이 있는지 여부조차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사고 1년이 지났지만 별반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당시 문제가 된 하드웨어를 수리하는 선에서 문제가 해결했다”며 “사고 이 후 대응 매뉴얼 보완이나 개선 작업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안전 관련 예산도 문제다.
양 처장은 “정부는 지난 95년부터 대전지역 방사능 유출과 예방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하나로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경우 대전시의 예비비 또는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 대피와 복구, 보상 규정은 물론 특수 장비차량 한 대 없는 게 대전 방사능 대책의 현주소"라며 "대전시의 적극적인 개입은 물론 국가 에너지 정책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연구원이 위치한 유성구의 허태정 청장이 최근 전국 44개 기초단체와 함께 '탈핵 에너지 전환' 선언에 동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