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의 연출자 김도훈PD는 전작 ‘스포트라이트’에서 방송사 기자들의 치열한 취재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했고 ‘로열패밀리’에서는 재벌가 며느리들의 암투와 인간 내면의 탐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받았다. 두편의 전작에서 미스터리와 리얼리티를 강조했던 그는 첫 사극 도전작인 ‘해품달’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살려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반영된 퓨전사극을 창조해냈다. 그러나 김PD는 인터뷰 내내 “방송을 보다 보면 부실한 장면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해품달’ 속 인물들 간 감정겨루기를 보면 유독 인물들의 클로즈업이 잦았던 전작이 떠오른다.
-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에너지를 잡는데 관심이 많다. TV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배우들의 얼굴에서 매력을 찾을 수 있다. 배우들의 얼굴을 멋있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주는 게 감독의 의무가 아닐까. 가끔 내 드라마 나오면 배우가 다르게 보인다며 사람들이 배우 리모델링 전문PD라고 하더라.
▲열성팬들 사이에서 원작이 갖고 있는 달달한 로맨스가 줄었다는 반응도 있다.
-초반에 훤과 연우가 만나는 신에서 꽃잎을 흩뿌리는 등 로맨스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연우가 죽고 성인연기자가 본격 등장하면서 미스터리 멜로로 바뀌게 됐다. 팬들의 반응을 예상 못했던 건 아니다. 다만 좀 더 일찍 터뜨렸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성인들 로맨스가 나온 게 18회였으니.
▲로맨스가 18회부터 시작됐다면 남은 2회에서 이야기를 다 다루기에 시간이 모자란 것 아닌가. 어찌 보면 작가가 연장을 염두에 두고 중간에 이야기를 끌었다는 느낌도 받았다.
-원작 속 남은 분량을 다 이야기하려면 시간이 부족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운의 어머니와 촛불 얘기 등등 원작의 이야기들을 많이 담지 못했다. 남은 2회에서는 훤과 양명, 연우 이야기로 풀어나가려고 한다. 연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원래 ‘해품달’ 자체가 24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인데 MBC로 오면서 20부작으로 변경됐다.
▲미술에 공들인 게 눈에 띈다.
-미술은 항상 공을 많이 들이려고 애쓴다. 성격이 예민한 편인데다 사극은 미술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다만 ‘로열패밀리’때는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해품달’의 경우 불과 4개월 반 전에 투입돼 시간이 부족했다. 보통 사극은 7~8개월 전부터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당시 MBC 미술팀은 ‘계백’과 ‘무신’팀에 투입돼 있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만약 ‘해품달’ 미술이 눈에 띄었다면 그건 내가 스태프들을 그만큼 괴롭혔단 뜻이다.(웃음)
▲작품에 만족하나? 가장 아쉬웠던 장면과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자면?
-절대로 만족 못한다. 작품의 이음새가 보이다 보니 어디가 부실하고 저기를 조금만 더 하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있다. 아쉬운 장면들은 너무 많아서...말을 못하겠다.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어린 훤이가 가면을 쓰고 연우를 납치해 폭죽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드라마PD로는 드물게 트위터를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사실 트위터는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초반에 여러 가지 어려운 촬영여건을 하소연하듯 올렸는데 어떻게 팬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 내 별명이 ‘김징징’이 됐다고 하더라.(웃음) 하지만 팬들 반응 보니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현장의 매력은 육성이니까.
▲작품내용과 별개로 ‘해품달’이 노사갈등의 핵으로 떠올랐다.
-나도 노조원이라 파업에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드라마는 촬영 여건상 방송 중 파업에 동참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얼마 전 드라마국에서 성명서가 나갔다.
▲차기작은?
-사실 ‘로열패밀리’ 전부터 색다른 의학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로열패밀리’와 ‘해품달’을 하다보니 2년 째 미루게 됐다. ‘해품달’을 마치면 준비하던 작품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드라마PD로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포트라이트’ 연출 뒤 부조정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1년 동안 TV만 보다 보니 사람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게 돈, 건강, 먹는 것과 관련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중장기적으로 이 세가지 중 하나를 주제로 한 드라마를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