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갑은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부동층 유권자, 이른바 스윙보터(swing voter)가 있는 선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6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배출한 이곳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前)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을 맞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현 민주통합당) 노웅래(54) 의원을 당선시켰다.
당시 두 사람 간의 선거는 선후배의 대결로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강 의원은 경향신문, 노 전 의원은 MBC 기자 출신이다. 이번 4·11 총선에서 이들이 당내 경선을 뚫고 올라오면 다시 한 번 격돌하게 된다. 수성 의지를 불태우는 강 의원을 상대로 노 전 의원이 지역구 탈환에 성공할지가 큰 관심사다.
하지만 강 의원은 먼저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 출신 친박계 의원인 김혜성(56) 의원을 뛰어넘어야 한다. 지난 2010년 12월 비례대표를 승계해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이 마포갑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친이(親李)계와 친박(親朴)계 현역 의원 간의 대결이라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양측 모두 '꼬리표' 정치와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강 의원은 "이미 친이·친박의 의미가 없어졌을 뿐더러 고려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고, 김 의원은 "친박의 개념을 떠나 열심히 해서 인정 받고 싶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도시정책 패러다임 전환 등 정책의 연속성을 내세워 다시 한 번 표심 잡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새로운 공약을 제시하기보다는 18대 때부터 쭉 추진해온 과제를 묵묵히 수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한 터라 'MB맨', '이명박의 입'이라고도 불리는 그에게 야권이 제기하는 'MB심판론'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는 최근 진보 성향의 4대강 범국민대책위원회가 발표한 낙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김 의원은 자신의 강점으로 여성 후보임을 내세웠다. 그는 "이제 자치단체 뿐 아니라 큰 정치에서도 생활정치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여성인 저는 복지와 생활 문제를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당내 경쟁자인 강 의원에 비해 낮은 인지도가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을 돌며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또 소상공인 지원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경험을 살려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과의 접촉면도 늘려가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노 전 의원과 함께 김진애(59) 의원이 마포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례대표 출신인 김 의원은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4대강 저격수'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김 의원과 새누리당 강 의원이 본선에서 맞붙을 경우 이곳에선 이명박 정부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심판론이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은 또 자신이 '공덕동 딸부잣집 셋째 딸'이라고 불릴 만큼 토박이라는 점과 도시·건축 전문가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 지역의 현안이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한 판단에서다.
다만 당내 경쟁주자인 노 전 의원에 비해 약한 조직력은 그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탈환을 노리는 노 전 의원은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표밭 다지기에 한창이다.
노 전 의원은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며 "18대 총선 낙선 이후 4년 동안 주민들과 매일 6시간을 같이 걸으면서 소통해왔다"며 재기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김 전 의원을 겨냥한 듯 "마포갑은 4대강과 관련도 없을 뿐더러 개발·토목전문가라고 해서 유리하지는 않다"면서 "선거 때만 찾아오는 정치는 이제 단절돼야 한다"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또 민주통합당의 여성 지역구 15% 공천 룰과 관련해 "경쟁력이 절반에 불과한 사람을 내세우게 되면 결국 새누리당을 도와주는 셈이 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포갑에는 이밖에도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신영섭(56) 전 마포구청장과 강영원(57) 전 서울시의원이 각각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서 다른 후보들과 함께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정형호(56) 전 민주당 예산결산위원장과 윤성일(36) 통합진보당 마포구위원장이 각각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지역을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