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체육'으로 예방? 좋기는 한데…

학교 현장 반응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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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예방 방안으로 체육수업시간 확대를 제시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이에 발맞춰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한 중학생들의 체육교육 시수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현장에서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관련 공문을 철회하고 학교 자율에 맡기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교육 당국의 이런 오락가락 행정은 일선 학교가 처한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선 교사들은 체육교육 인프라가 부실한 교육현실을 외면한 채 교육현장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교육행정에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17일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체육교육 시간을 주당 2~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중학교 체육수업 시수 확대추진 계획' 자료를 발표했다.

20일에도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안'에서 체육수업 시수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교현장의 불만이 높아지자 다시 체육수업 시수확대 방안 실행을 잠시 중단하라는 공문을 내렸다.

체육수업을 두고 벌이는 탁상행정에 대해 CBS가 접촉한 체육교사들은 거의 폭발 지경에 이른 모습이었다.

서울 목동 A중학교 체육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김 모 교사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화부터 냈다.


"운동장이 좁아서 화재용 피난공간까지 체육교육을 위해 쓰고 있는 상황인데 학교 시설이 부족하면 동네 체육시설을 이용하라는 등 말도 안되는 얘기만 하고 있다"

하지만 상부의 지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김 교사 "개학이 가까워서 학기 계획이 다 세워져 있었지만 체육수업을 늘리라는 공문을 받고 학생들 특기개발을 위해 마련된 특별활동 시간을 체육시간으로 빼놓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고 일선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대변했다.

동대문구 B중학교 교사도 "탈의실이나 샤워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체육시간 확대가 말이 되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교사 숫자나 체육교육 인프라는 확충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시간만 확대하려다 보니 '질보다는 양'인 부실.전시 체육수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체육교사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그간 홀대받아 온 예체능 교육의 현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목동 C중학교 체육교사 안 모씨는 "2~3년 전에도 체육교사들이 모여 체육교육이 홀대받는 현실을 지적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다가 지금 와서 시수를 늘리는 정책을 내니까 어이가 없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올림픽 표어처럼 학교체육 활성화와 정상화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금같은 여건에서는 체육시간 확대가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동대문구의 한 체육교사는 "아이들이 교실 안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을 하게 되니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도 체육교육의 질이 담보됐을 때의 얘기 아닌가"라며 물음표를 던졌다.

또 "학교폭력 예방은 인성교육을 강화해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지 단순히 체육시간을 늘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교육당국의 안일한 행정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중학교 3학년 이모(15)군은 "지금도 체육시간에 축구하고 핸드폰을 갖고 놀며 시간을 때우는 아이들이 많다"며 "체육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을 폈다.

중학교 1학년인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학부모 안정숙(40, 가명)씨는 "오히려 체육시간에 자유시간을 많이 주다 보니 왕따나 학교폭력이 더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책없는 체육시간 증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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