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정계를 떠나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대처의 회상을 통해 지난 과거를 하나씩 풀어낸다. 런던 북부 지방 도시의 식료품점 둘째 딸부터 진취적인 이상으로 가득찬 옥스포드 대학생 시절,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정계에서 총리직까지 올라 강단있게 정책을 펼치는 모습 그리고 노년의 삶까지 약 2시간 동안 대처의 삶을 순차적으로 그려냈다. 또 오래 전 사망한 남편의 환영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는 점도 신선하다.
이상과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대처의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경제 부흥을 위해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그녀의 다부진 신념은 물론이고 온갖 무시와 질시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치열한 정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는 대처의 고민과 열정이 메릴 스트립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처의 분신이라 할 만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그렇다고 대처의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진 않는다. 남성들로부터 온갖 질시와 무시를 받았던 대처 역시 누군가에게 모멸감을 안기기도 하고, 때론 독단적이고 고집스럽다. 강하면 부러지기 마련. 상대방과 어떠한 타협도 거부했던 대처의 독단은 외부의 적뿐만 아니라 내부의 적까지 만들었고 결국 정계에서 물러나게 되는데 그 과정도 충실히 다뤘다.
또 공기업의 민영화는 물론 탄광폐쇄 등으로 발생한 유혈시위 등도 비교적 상세히 그리고 있다. 실제 자료 영상을 삽입해 당시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눈에 띈다.
마가렛 대처를 처음으로 영화화한 만큼 특정 사건이나 일화 중심이 아닌 일대기 중심의 전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마가렛 대처를 잘 몰랐더라도 또는 이름만 알고 있었더라도 이 영화를 보면 대처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정책을 펼쳐왔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대처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기 보다 그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중점을 뒀다. 이는 영화적 재미를 다소 반감시키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한 언론관계자는 "마가렛 대처에 대한 입장이 애매한 영화의 태도와 달리 가공할 만한 연기력을 선사하는 메릴 스트립의 존재감이 선명하다"며 "메릴 스트립이 홀로 마가렛 대처를 구원한다"고 평했다. 12세 관람가,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