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시간이 많고 복무가 편한 것으로 알려진 '의무소방원'의 실제 생활은 어떨까.
전직 의무소방원 출신과 의무소방원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의무소방원의 생활은 대부분 현역 육군에 비해 편한 것이 사실이다.
의무소방의 보직은 크게 행정직과 출동직으로 나뉜다. 소위 '편한' 보직은 행정직이다. 행정직은 소방행정, 예방 등을 보조하는 업무를 하거나 본부장이나 서장 등의 행정차량인 '1호차'를 운전하거나 비서 역할을 하는 부속실에서 일한다.
이런 행정직은 일과 시간 이후에는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의무소방들이 선호하는 보직이다.
이에 비해 출동직은 의무소방원 사이에 소위 '빡쎈' 보직으로 통한다. 화재 출동, 구조 출동, 구급 출동으로 앰뷸런스에 타고 구조, 구급 활동을 하거나 직접 관창을 잡고 화재진압 등 불규칙한 출동이 잦기 때문이다.
인원이 부족한 지방이나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공업지역에 근무하는 의무소방원들의 생활은 고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의무소방들이 출동직에 배치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전·현직 의무소방원들의 설명이다.
많은 의무소방원들은 배치 후 소방서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선임이나 직원과 관계가 친밀해지면 휴대전화, 인터넷 강의 용 개인노트북 등의 사용이 묵인되는 등 현역 군인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자유가 주어진다.
여기에 한 서에 근무하는 의무소방원이 많지 않아 '군기잡기' 등도 없어 내무생활도 편하다는 게 중론이다.
◈ 자유 시간 이용하려는 사시 준비생 몰리기도
이 때문에 행정고시나 사법시험, 변리사 등 소위 '고시'라 불리는 시험을 준비하는 의무소방원은 자유시간을 적극 활용한다.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게 문제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현역이나 다른 대체복무제도 복무자들에 비해 유리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춘천에서 근무했던 한 의무소방원은 복무 중 사시 1차에 합격했고, 인천에서 복무했던 한 의무소방관은 전역 얼마 뒤인 2006년에 행정고등고시 재경분야에 합격했다.
지난 2008년에는 한 고위공직자의 아들이 서울에서 의무소방원으로 근무하면서 복무규정을 어기고 사법시험 1차를 응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의무소방원 인터넷 카페에는 복무 중 고시를 준비할 수 있냐는 질문이 수두룩하고 긍정적인 답변이 주를 이룬다.
고학력 의무소방원이 많다는 점은 고시 공부를 위해 지원을 한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충북소방본부가 밝힌 제 13차 의무소방원 합격자 33명 가운데 서울지역 대학교 출신은 24명이었고 고졸 출신은 단 1명이었다.
2008년까지 강원도에서 근무했던 한 의무소방원은 "고시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주변 애들이 똑똑한 애들이 많다보니까 분위기에 휩쓸려서 공부를 시작하는 동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 소방당국 "올해 합격자부터 전원 출동직 발령할 것"
소방당국은 올해부터 배치되는 의무소방원을 자유시간이 많은 행정업무에서 제외해 출동이 많은 출동직에 배치할 예정이다.
소방 관계자는 "18차 의무소방원 합격자 610명 전원은 출동이 많은 119안전센터나 구조대 등 현장직에 배치해 현장활동인력 확충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동직 배치가 자유시간을 줄이기 위한 변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남는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는 복무자들에게까지 제제를 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휴대전화나 개인 노트북 사용에 대해서는 "시·도 소방본부의 복무점검에서 휴대전화나 개인노트북을 사용한 사례는 아직 단 한 건도 적발된 적이 없다"며 "복무 기강 해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복무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