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경희궁에 만든 거대 '방공호'…'유물 수장고' 된다

'경희궁지 방공호' 2014년부터 근·현대 유물 수장고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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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때 경희궁 안에 만들어진 뒤 흉물스럽게 방치돼온 방공호가 이르면 오는 2014년부터 유물 수장고로 활용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24억원의 예산을 들여 방공호를 서울지역 근·현대 유물 수장고로 활용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방공호는 1944년 전쟁 중이던 일제가 대피·통신시설로 쓰기 위해 조선총독부 체신부 직원과 학생들을 동원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완공된 해에 일제가 패망해 사실상 한 차례도 사용되지 않고 수십 년째 방치돼왔다.

한 때 서울시가 철거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아픈 역사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계속 보전됐다.

경희궁 안 방공호는 길이 110.8m에 폭 9m, 높이 5.8m 규모의 2층짜리 터널식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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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는 10여개의 작은 방이 있고, 폭격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두께 3m의 벽이 바깥을 에워싸고 있다.

'경희궁지내 방공호 리모델링 추진계획' 자료에 따르면 박물관측은 방공호의 역사성과 상징성 등을 고려해 현 상태의 방공호를 보전하면서 내부만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건물 내부의 벽을 모두 허물고 6개의 공간으로 나눈 뒤 '1번 수장고'에는 습기와 환기에 민감한 유물을 보관하고, 나머지 5개 수장고에는 외부환경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유물을 보관한다는 계획이다.

박물관측은 이를 위해 1번 수장고에는 항온항습기와 불투수 패널 등을 특별히 설치하기로 했다.

또 모든 수장고에 기본적인 환기시설과 배수로, 배선 등을 설치하고, 기존의 철문 대신 방화·방풍 기능을 갖춘 출입문으로 대체하면서 인테리어도 새롭게 바꾸기로 했다.

최석기 서울역사박물관 시설과장은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서울 성장사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근·현대 유물들이 많이 발견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보관할 공간이 필요해졌다"며 "박물관의 수납률은 85%로 포화 상태라 방공호를 수장고로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공호는 수장고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역사 교육의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방공호가 계곡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방수시설을 설치하더라도 습기를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방공호를 시민들에게 개방해서 아픈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는 교육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과장은 "당초에는 방공호를 전시·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지하공간이다보니 비상구 확보 등 소방법상 제약이 많았다"며 "소방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 결과 수장고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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