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현장실습생 100명 가운데 20명은 폭언을, 5명은 폭행과 성희롱을 경험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14일 발표한 '실업계고 학생실습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현장실습생들의 주간 노동시간은 평균 49.6시간에 달해 법정근로기준시간인 40시간보다 10시간 가량 초과했다.
또 현장실습 학생 3명 가운데 1명 꼴로 야간과 휴일에도 일을 하고 있었으며, 40%가량은 잔업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현장실습 학생들이 받는 임금은 평균 124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업위원회와 함께 지난 2011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전국 실업계 고등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 휴식시간을 빼고 1주일에 40시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18세 미만 학생들에게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 밤시간과 휴일에 일을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혹독한 근무여건 속에서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 비인격적 대우를 받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학생 18.3%가 폭언을, 5.8%가 폭행을, 3.8%가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 학생은 "학교가 학교의 이미지나 경쟁보다는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여사원으로서 성희롱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실습생 65%는 더욱 열악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다.
소규모 업체일수록 현장실습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나마 노조 등이 존재하는 대기업에 비해 업무환경이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업교육위원회 이성주 정책국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88%가 중소기업이란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취업률 올리기에 급급…내실 쌓아야"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경우 문무과학성, 후생노동성, 전국고등학교장협회, 주요경제단체 등에서 협의해 '취직협정'을 정한 뒤 이에 따른 절차와 일정에 따라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학교, 기업이 긴밀하게 협의해 체계적이면서도 안전한 현장실습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10년 공업과 학생들의 취업률은 56.7%로 매우 높은 수준에 속한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전문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19.2%에 불과했다.
이 국장은 "현장실습 학생들은 학생이면서도 근로자인데도, 지금은 학생도 근로자도 아닌 상황이다"라면서 "정부지원을 받기 위한 취업률 올리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진짜 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실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도 "실업계 학생들은 학교, 기업, 정부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6개월동안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교육'의 일환인 실습인 만큼 노동조건 개선 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