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검찰 등에 따르면 구속 기소된 한예진 경리담당 직원 최 모(37·여) 씨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의 조사 과정에서 “김 이사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 순번으로 25번을 배정받는 대가로 공천헌금 20억원을 주기로 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순번 25번은 18대 총선 때 바로 당선되지 못했지만 당선자들의 중도사퇴로 2년 5개월 뒤에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자리다.
실제로 2008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강명순 의원부터 이정현 의원까지 비례대표 국회의원 22명을 당선시켰다. 비례대표 순번 22번까지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이후 2009년 1월 이달곤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에 취임하고 2010년 7월 정진석 의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되는 등 의원직을 사퇴·상실하는 이들이 생겼고, 2010년 9월 25번째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경희 한국식품공업 대표에게까지 한나라당 의석이 돌아갔다.
최 씨의 진술대로 김 이사장이 약정한 공천헌금 20억원을 다 내고 비례대표 25번을 배정받았다면 '한나라당 김학인 의원'이 배출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한나라당의 18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부에 등재되지 않았다.
최 씨 진술에 따르자면 최초 약정했던 20억원의 공천헌금 중 '박스 2개로 나눠 차에 실어보낸' 2억원만 전달됐다. 즉, 나머지 18억원은 전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최 씨는 법정 진술에서 “10년 넘게 김 이사장과 친분을 쌓으며 사업 조언을 한 어머니가 김 이사장의 비례대표 출마 시도에 대해 크게 나무란 적이 있다”고 말해 김 이사장이 정계 진출 문제로 주변 인물들과 갈등하다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씨의 어머니와 김 이사장은 이 직후 긴밀하던 관계가 차츰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이사장이 '잔금'을 치르지 않아 성사되지 못한 국회의원 공천 대신, 2억원만큼의 대가로 교육방송(EBS) 이사 자리를 얻었을 것이란 의혹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2009년 9월 EBS 이사에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