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 2010년 9월 경기도 파주 임진강 하구와 강원도 토교저수지, 양의대, 화진포호 등 비무장지대(DMZ) 일대 4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물새의 월동지인 임진강 하구는 멸종위기 야생 동 · 식물을 포함한 540여 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 생태 건강성과 경관적 가치 등을 위해 보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환경부는 토지 소유주들의 의견 수렴을 끝낸 뒤 국방부와 문화재청 등 관련 부처간 협의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관보에 고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초 환경부가 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했던 초평도와 장단반도, 문산천 하구 등 핵심 보정 대상 습지들이 토지 소유주의 반대 등을 이유로 제외돼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하천 위의 섬'이라는 독특한 생태를 갖고 있는 초평도와 독수리 월동지인 장단반도 습지 일부, 철새들의 취식지와 쉼터인 문산천 하구 습지 등이 습지보호지역 대상에서 제외된 것.
이에 따라 당초 계획 범위에서 초평도 등 3.4㎢를 제외한 임진강 하구 13.2㎢에 대해서만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애초에 개발이 불가능한 하천이 10.6㎢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보존 가치는 높지만 개발 수요가 있는 농경지와 습지 등은 2.6㎢에 불과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생태적 가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곳들이 모두 제외됐다"며 "두루미나 재두루미, 독수리 등 멸종위기종들은 하천에서 먹이를 먹지만 습지나 농경지에서 쉬고 자며 한 철을 나게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제외된 습지 지역은 경기도와 통일부, 파주시 등에서 각종 개발계획이 수립되는 등 개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하천에 대해서만 보호지역을 지정해봤자 습지가 개발되면 철새들은 이 곳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곳 DMZ일대는 행정안전부의 초광역경제권 개발사업과 경기도의 생태관광공원 조성, 국토해양부의 임진강 하천 준설작업, 임진강 어민 어업 피해 예방을 위한 어선정박시설 설치 사업이 예정돼 있는 등 개발 계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초평도와 문산천 하구습지는 사유지인데 토지주의 반대가 심했다"며 "토지 매입 예산이 한정돼 있는 만큼 우선 협의가 된 부분 먼저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번에 제외된 곳은 향후 지속적으로 토지 소유주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어 습지보호지역 지정 절차와 방식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초평도와 장단반도를 습지보호지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의견을 배제했고,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의 의견수렴과 주민 공청회 및 설명회 등을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관할 지자체인 파주시는 주민공청회 개최를 요청하는 의견서까지 냈지만 환경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우리도 경기개발연구원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토지소유주의 반대를 무시할 수 없었다"며 "시민단체나 환경단체 의견수렴도 중요하지만 사업 추진에 키를 쥐고 있는 대상은 토지소유주고 보호구역 추진을 발표한 지 2년이 넘어 공청회나 설명회는 갖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노현기 사무국장은 "실제로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 대상에서 제외된 공릉천 하구습지와 재두루미 핵심 도래지역인 김포 시암리, 후평리 등의 습지들은 현재 택지개발로 모두 훼손됐다"며 "장단반도와 초평도 등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는 농민들과 사회 각계각층의 오랜 저항도 외면하고 밀어붙이더니 보존할 때는 맥없이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가장 종 다양성이 높은 철새 도래지인 임진강 하구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독수리, 두루미, 재두루미, 흰꼬리수리 등이 해마다 찾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적인 희귀종 시베리아흰두루미도 관찰됐다.
이곳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농.어업을 제외한 건축물의 신축이나 증축, 골재 채취, 동식물 포획이 금지되는 등 특별관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