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 유치원도 못 보내고"…롯데百 '비정규직 부당해고' 파문

민주노총 조합원만 골라 부당해고…반발일자 서울로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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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하루 아침에 해고통지를 받은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한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 "돈이 없어 4살짜리 아이 유치원도 끊었어요"

롯데백화점 창원점에서 4년 째 시설 보수일을 해온 김모(28)씨는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했다.

김 씨는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을 앞두고 해고를 당해 암담했다"며 "행여나 결혼에 지장을 받을 까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지었다.

김 씨는 "아직 양가 부모님에게 해고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며 "백화점 시설을 책임지고 열악한 여건속에 열심히 일했는데 한 순간에 짤린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백화점이 생긴 10년 전부터 시설관리를 맡아온 20여명의 노동자들은 차디찬 일터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해고된 김덕화(39)씨와 박해숙(37.여)씨 부부는 각각 10년, 7년째 백화점에서 일했다.

박 씨는 "백화점 매니저가 연말에 좋은 선물을 주겠다고 한 그 선물이 바로 해고였다"며 "윤리적으로, 인간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해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도 "비정규직 월급을 받아봤자 얼마나 많이 받겠냐"며 "가정형편도 다들 어려운데 모두 고용보장 받아 원래 일자리로 돌아가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고 거들었다.

김영배(40)씨도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4살 짜리 아이 유치원도 그만두게 했다"며 "우리가 월급을 올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 민주노총 조합원만 골라 부당해고…반발일자 서울로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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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이들 노동자에게 사실상 해고통지인 일방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최소 30일 이전 해고예고 규정을 어기고, 단 9일만에 집단 부당해고를 한 것.

백화점 지하 5층, 한 줌의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오랫동안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일해온 이들은 한 순간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

롯데백화점비정규직지회 이상구 지회장은 "뼈빠지게 일해 온 노동자들은 해고 통보 9일만에 일터에서 내몰았다"며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명백한 부당 해고"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해고는 '노조 죽이기'로 이어지고 있다.

해고 과정에서 용역업체는 민노총 조합원을 제외한 한국노총 조합원과 비조합원 등 10여 명에 대해서만 고용 승계를 했다.



게다가 부당해고라는 문제가 제기되자, 용역업체는 노동자들을 본사와 롯데백화점 포항, 울산점 등 타지역으로 발령을 냈다.

이 지회장은 "복수노조 설립으로 어용노조가 만들어지자 백화점은 민노총을 탈퇴하라는 회유와 압력을 받아왔다"며 "용역업체가 한국노총과 비조합원만 선별해 고용한 것을 보면 노조를 파괴하려는 공작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올해 설에 고향도 가지 못한 채 하루하루 힘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은 백화점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시설 유지.보수와 같은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음에도 1년 단위로 계약할 때마다 고용 불안감에 가슴을 졸이며 계속 일해왔다.

◈ "롯데는 뒷짐만…원청인 롯데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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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청회사인 롯데측이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위탁업체와 노동자들이 이처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롯데 측이 노조와의 대화조차 거부하고 팔짱만 끼고 있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할 일"이라는게 롯데의 입장이다.

롯데측의 이같은 책임 회피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이라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비난은 물론, 롯데백화점에서 유일하게 민주노총 소속이었던 창원점에 대한 대량해고와 선별고용은 본사 차원에서 민주노총을 없애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구 지회장은 "고객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매년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며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해 롯데라는 재벌이 힘없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대기업의 자세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지회장은 "백화점의 엄청난 매출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롯데가 노조를 인정해주고 힘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힘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롯데 측이 사태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을 주문하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창원시의원 47명이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를 위해 롯데백화점이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지난 10년간 롯데백화점과 창원시를 위해 헌신해온 노동자이자 창원시민인 이들에게 일방적인 근로관계 종료 통보를 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하루빨리 고용승계를 인정하고 전원 복귀시킬 것"을 요구했다.

송순호 시의원은 "원청회사인 롯데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문제 해결될 수 있다"며 "창원시가 중재에 나서 시와 롯데백화점, 노조 3자가 만나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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