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아이들에게 있다…생각할 기회를 주세요

[아이들을 구해주세요③]극단적 선택 이유? 개선책은?…생각하는 설문조사 필요

우리 아이들이 죽는다. 성적 때문에 혹은 학교 폭력 때문에. 어쩌면 무심한 말 한마디와 손가락질 때문에, 아이들이 죽는다.

아이들이 죽는 이유는 뭘까? 약해서 혹은 철이 없어서? '나 어릴적에는…'이라는 어른들의 '향수'가 어쩌면 아이들의 숨통을 더 조이는 건 아닐까.

모두가 심각함을 알지만 아무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 대전 CBS는 부족하나마 아이들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 6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왜'를 묻고 현실적으로 답하라
2. 죽음도 성장한다
3. 내가, 죽은 그 친구였다면?
4. 해결해주려 하지 마세요…그냥 들어주세요
5. 정서 프로그램 정규 수업에 포함시켜야
6. 시민들이 나서자


강력 사건의 단서는 현장에 있다. 마찬가지다. 아이들 문제의 해결책은 아이들에게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답을 알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을 끄집어내는 게 어른들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왜 죽어야 했는지, 왜 때리고 맞고 또는 방관해야 했는지.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묻고 답하게 해야 한다.

다칠까봐 혹은 상처받을까봐, 숨겨주고 보호해준다고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잠재화돼 또 다른 상처로 덧나거나 전염된다. (관련기사 노컷뉴스 2012. 1. 19 '네가 원하는 게 뭐니? '왜'를 물어봐주세요', 2012. 1. 20 '당신의 아이들은 안전한가요')

아이들은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많은 말을 한다. 그리고 '의외로' 솔직하다.

◈내가, 죽은 그 친구였다면

대전 모 고등학교 같은 반 학생 2명이 두 달새 잇따라 투신 자살했다. 먼저 간 친구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두 번째 희생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나머지 학생들 뿐 아니라 전체 학교 학생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강력히 권고한다.

‘내가, 죽은 그 친구였다면.’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또 제3자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누구에게 지원받기를 원하는지, 또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대전시 청소년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낙준 신부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를 비롯해 자기 근본 문제를 아예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며 "자기 상황도 제대로 모른 채 좋지 못한 상황에 처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답을 모른다는 점과 누구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지를 포함한 설문조사는 해결책 마련에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문은 단순한 사지선다형이 아니라 ‘무엇이, 왜 문제인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해답은 아이들 스스로 알고 있다

가출과 폭력, 절도를 일삼던 한 고등학생이 비슷한 일탈행위를 일삼던 중학생들의 집단 상담에 참여하게 됐다.

다소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가라안자 고등학생 A군은 "너희들은 나쁜 짓 하지 말라"고 말했다.


중학생들은 "형은 하면서 왜 우리한테는 하지 말라고 해요?"라고 되물었다.

머뭇거리던 A군이 이내 입을 열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불우한 가정환경 탓도 있었고 그냥 친구들과 재미로 시작했던 게 여기까지 온 것 같기도 하고..."

어른들과의 상담에서 반항의 빛이 역력했던 A군은 오히려 동생들과의 대화에서 담담히 자신의 문제를 발견해나갔다.

A군은 결국 "지금은 후회하고 있고, 내가 너희들 나이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생들을 타일렀다.

국제가족발달연구소 오선미 소장은 "아이들의 문제를 아이들끼리 상담했더니 훨씬 더 좋은 효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유행하고 있는 멘토, 멘티 활동을 학교 차원에서 도입해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다고요? 따로 교육하지 마세요

집단의 문제는 집단으로 풀어가야 한다.

죽음은 집단에게 충격을 준다. 때린 아이와 맞은 아이 뿐 아니라 ‘방관’한 아이들도 치료와 교육의 대상이다.

아이들이 생활하고 또, 다시 돌아갈 곳이 바로 그 ‘집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 소장은 "집단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또 다른 고립과 소외가 시작될 뿐 더러 되돌아갔을 때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면 더 큰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 속에서 스스로 어울리고 또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보살핌의 사랑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현실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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