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8시 20분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 4개가 날아들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화염병을 던진 사람은 지난달 26일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유 모(38)씨.
유 씨는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는 1천 번째 수요집회를 기념해 지난해 12월 세워진 '위안부 평화비' 인근에서 소주병으로 만든 화염병 11개 가운데 4개에 불을 붙여 던졌다.
경찰 조사에서 유 씨는 자신의 외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출신이라며,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 항의하기 위해 화염병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범행 직후 현장에 있던 경찰 기동대원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돼 현재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유씨는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태평양 전쟁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러갔었다"며 "지난해 12월 초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의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화가 났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범행 당시 유 씨는 붉은색 한자로 '사죄'라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 유씨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유 씨는 지난달 26일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불은 지른 장본인도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유 씨가 일본 야스쿠니신사 문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물증은 없는 상태"라며 "유 씨의 가족관계와 최근 행적을 추가로 조사해 사실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중국 광저우(廣州) 출신 한족(漢族)으로, 지난해 10월3일 일본 쓰나미 피해자들을 위한 봉사활동 목적으로 일본에 입국해 2개월여 간 체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주한 일본대사관 화염병 투척된 사건이 알려지면서 일본 정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도 통신은 한국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무토 대사가 박 제1차관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와 중국 정부는 사건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일본대사관 화염병 투척사건이 중·일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