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내 존재하는 계급…계급 이동은 중세만큼 까다로워

[학교, 폭력에 멍들다③] 한번 찌질이는 영원한 찌질이…이민이라도 가지 않는한

지난달 20일 대구에서 중학생이 친구들의 폭력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후 전국 곳곳에서 봇물 터지듯 학교폭력 실상이 전해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CBS는 학교폭력의 원인과 실태, 예방.사후 대책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한 방향 등을 일주일에 걸쳐 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학교폭력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다. 한 번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되면 영원히 피해학생이 된다.

학생들의 괴롭힘이나 폭력은 이른바 '찌질이' 계급에 집중된다. 찌질이는 학기초마다 이루어지는 '계급 형성'이라는 학생들간 서열 메기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새학기가 되면 25%는 찌질이 계급, 50%는 중간 계급, 25%는 일진 계급 등으로 나뉘어진다. 이때 주눅들어 있거나 조용한 친구들이 찌질이 계급이 돼 집중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중학생 조모(15) 군은 "일진이나 반에서 영향력 있는 친구가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이후에는 주위 친구들까지 모두 그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조 군은 "평범한 친구(중간 계급)가 대 놓고 놀리거나 만만하게 대하더라도 그 장면을 본 친구들이 모두 그 친구를 만만하게 대한다"고 덧붙였다.

◈ 한 번 정해진 계급…중세시대의 계급 이동 만큼 어려워

계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학교에서는 다양한 학생들의 무리가 일종의 상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여학생들은 옷이나 외모·인기 순으로 계급이 나뉘고, 남학생들은 싸움이나 운동·재력 순으로 계급이 나뉜다.

한 번 정해진 계급을 이동하는 것은 중세시대의 계급 이동 만큼 어렵다는 게 학생들의 증언이다.

고등학생 박모(17) 군은 "한 번 찌질이가 되면 소문이 나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가도 모두가 그 학생을 무시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더라도 같이 진학한 친구들이 소문을 내기 때문에 자신을 전혀 모르는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하지 않는 난 찌질이를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진 계급에 속한 학생과 이성교제를 하면 중간 계급도 일진 계급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 괴롭힘당하기 전에 먼저 셔틀 자청하기도 해

중간 계급이나 일진 계급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일부 찌질이 계급 학생들이 '셔틀'을 자청하기도 한다.

고등학생 김모(17) 군은 "다른 친구들이 건드리는 게 싫어서 알아서 일진 밑으로 들어가기도 한다"며 "일진과 가까워지면 셔틀이라도 일반 친구들이 안 건드린다"고 털어 놨다.

학생들의 왜곡된 관계맺기 문화가 학교폭력을 공고화 함에 따라 학교폭력 문제를 '가해자-피해자' 라는 단순한 틀이 아닌 복합적인 틀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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