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실은 지난 12월 방학을 앞두고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폭력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드러났다. A양은 실태조사에서 익명으로 '지난 6개월 동안 1교시 시작 전부터 쉬는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까지 틈만 나면 흉기 등을 이용한 집단폭행에 시달렸다'는 장문의 편지를 적었다.
A양 아버지는 "딸이 한 대라도 덜 맞기 위해 9시에 맞춰서 등교한다는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습관처럼 전학가고 싶다는 말을 해서 흘려들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고 가슴을 쳤다. A양은 현재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다.
◈10명중 2명 학교폭력 경험… 저연령화, 어른 뺨칠만큼 잔인.흉폭
학교폭력은 A양 만의 특별한 사연은 아니다.
지난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학교폭력실태조사를 한 결과 지난 2010년 한 해동안에만 초·중·고생 10명 중 2명이 학교 내에서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0년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교생이 720여 만 명임을 고려하면 140여 만 명이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셈이다.
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 김 모(26.여)씨는 "학교폭력은 학생들끼리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에 알리지 않으면 사실상 알 길이 없다"며 "드러난 폭력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은 점차 저연령대의 아이들로 확산되는 추세다.
학교 전반의 주요 정보를 공개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지난 2006년 2,152명이던 고등학생 가해학생은 지난 2010년 5,113명으로 2배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학교 가해학생은 3,937명에서 1만4,179명으로 5배나 증가했다. 2006년 104명이던 초등학교 가해학생도 5년만에 657명으로 껑충 뛰었다.
◈신체발달 왕성, 반항심 많은 데다 입시스트레스까지… 중학교 폭력 제일 심해
특히 중학생 수가 초등학생 수의 2배인 점을 감안하면 중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교사들이 중학교에 근무하기를 꺼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실제로 서울 모 중학교 교사 김 모(27.여)씨는 "집단 따돌림 문제나 집단폭행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많은 교사들이 고등학교로 옮기고 싶어 한다"고 교사들 사이에서의 분위기를 전했다.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빈번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장석웅 위원장은 "중학생은 신체발달이 왕성하고 불안과 충동, 반항심 등이 가장 잘 나타나는 시기인데, 여기에 특목고 등 입시경쟁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서 중학교에서 충돌의 일종인 학교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은 "초등학교는 인성교육, 고등학교는 대학진학 등 뚜렷한 교육목표가 있지만 중학교는 학교도 부모도 뚜렷한 교육목표가 없어 학교폭력문제가 더 불거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성폭행, 성추행도 다반사… 빵셔틀은 일반명사, '와이파이' 셔틀까지
초등학교까지 퍼진 학교폭력은 그 양상이 점점 잔인해지고 흉악해지면서 어른 뺨치는 수준을 넘어 조폭 범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성추행은 물론 성폭행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 여중생 B(15.여)양은 발가벗은 채 집단 폭행을 당했다. 가해학생들은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잔혹함마저 보였다. B양 친구들이 보복성 집단폭행에 나서면서 '집단 대 집단'의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 모(18)군은 "남자화장실에서 얼굴이 곱상하거나 체구가 작은 친구를 집단으로 성추행하고 이를 재미삼아 바라보는 일은 다반사"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집단 괴롭힘, 폭행, 성추행.성폭행이 이렇게 흔할진대 일진들을 위해 빵을 사다 나르는 '빵셔틀'은 이제 일반명사가 되다시피했다.
이 외에 담배를 사나르는 '담배셔틀', 스마트폰 테더링이나 핫스팟 등 기능을 통해 중계기 역할을 하는 '와이파이셔틀'로까지 진화하는 추세다.
학교폭력이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