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2년 1월 6일 (금) 오후 7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정관용> 시사자키 3부 시작합니다. 매주 금요일 3부,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의 판읽기로 꾸며드리고 있지요. 고성국 박사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고성국> 안녕하십니까?
▶정관용> 새해 처음이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성국>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정관용> 자, 지금 한나라당은 비대위와 기존 세력들 사이에 뭐 정책을 둘러싼, 또 공천 기준을 둘러싼 이런 저런 알력이라고 할까요, 갈등이라고 할까요, 그런 모습들이 일주일째 계속 펼쳐지고 있는 모양이고. 민주당, 민주통합당 쪽은 이제 15일 전당대회를 향해서 당권 경선 한참 진행되는 그런 상황이고. 그런데 돌발 변수가 터졌습니다. 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폭로 파문. 그렇지요?
▷고성국> 그렇습니다.
▶정관용> 어떻게 보세요, 이것? 정치적 사건입니까, 해프닝입니까, 어떤 한나라당 내의 역학구조까지 연결될 것으로 봐야 됩니까, 어떻게 봐야 됩니까?
▷고성국> 고승덕 의원의 폭로 자체는 제 느낌에는 해프닝성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게 폭로된 직후부터 이게 아주 큰 사건이 되어버렸지요.
▶정관용> 그러게 말이에요.
▷고성국> 고승덕 의원이 채널A에서 이것을 폭로하기 전에 이미 한 달 전에 경제신문에.
▶정관용> 칼럼을 썼다고.
▷고성국> 예, 이에 관해 칼럼을 썼지요. 그리고 진행자가, 그 방송의 진행자가 한 달 전 칼럼을 이제 체크하고 있다가, 정관용 앵커도 그렇게 하시지 않아요? 정치인 부르면 최근의 발언들 다 찾아보잖아요?
▶정관용> 예, 그게 뭡니까, 이렇게 또 물어보지요.
▶정관용> 검찰에 수사의뢰한다.
▷고성국> 예, 그래서 검찰에 수사의뢰,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지요. 그래서 수사의뢰 했어요. 그러니까 이게 지금 공소시효도 살아있는 사건이거든요. 그래서 돈 준 사람은 물론이고, 돈을 받은 사람도 일부 있지 않겠습니까? 또 고승덕 의원처럼 돌려준 사람도 혹시 있을지 모르지요. 어쨌거나 다 조사받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거 몇 명이 조사받을지 모르겠네요. 통상적으로 전당대회, 이 당시에 전당대회라고 하면, 2008년이건 2010년이건 간에 지금 민주당이 하는 그런 식의 전당대회가 아니었습니다. 민주당도 이번에 이런 거 처음 해보는 거지요. 그러니까 대개 대의원들.
▶정관용> 대의원들만 모여서 하는 거지요.
▷고성국> 예, 대의원들만 모여서 하는 거지요. 그러면 대의원들이라고 하는 것은, 대의원들이라고 하는 분은 대개 그 지역의 당협 위원장이나 현역의원들이 사실상 임명하다시피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잡으면 그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구의 대의원은 최소한 70%는 잡는다.
▶정관용> 그렇지요.
▷고성국> 이게 정치권의 상식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봅니다. 누가 줬는지 모르겠는데, 고승덕 의원을 300만 원을 주고 그 고승덕 의원을 매수하려고 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뭐 고승덕 의원의 몸값이 그것보다는 더 되겠지요. 그러니까 이것은 무슨 고승덕 의원을 매수하기 위한 돈이라기보다는 고승덕 의원이 누군가 후보 중의 한 사람을 지원을 하려면 자기 지역구에 있는 대의원들을 모아놓고 밥이라도 한끼 먹으면서 뭐, 이번에는 역시 이 사람한테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 이렇게 넌지시라도 이야기를 해서 정리를 해줘야 되거든요.
▶정관용> 그 밥값이다?
▷고성국> 그러니까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 돈까지 각자 알아서 해라, 하기는 어렵지 않느냐, 이게 이제 정치권의 관행이었던 거예요.
▶정관용> 경비 지원?
▷고성국>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또 이제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다보면 한나라당 현역 국회의원이 169명인데, 자기 빼놓으면 168명이잖아요. 그런데 이 중에 돈 주면 안 될 사람이 있잖아요. 상대방 경쟁자.
▶정관용> 그렇지요.
▷고성국> 지금 고승덕 의원의 폭로는 친이계 후보였다는 거니까, 그러면 친이계 한 100명 쯤 되거든요. 그러면 같은 계보끼리 이게 뭐 문제가 날리는 없으니까 그럼 한 100명한테는 줬다고 봐야지요. 그런데 초선의원한테 한 300만원 정도 줬다면, 수고비로. 또는 뭐 좀 알아서 써라, 경비로. 그럼 중진의원한테는 더 주는 게 상례 아니겠어요?
▶정관용> 또 지역에, 지방에 있는 의원들한테는...
▷고성국> 예, 그만큼 더 거마비도 더 들어가야 될 것이고요.
▶정관용> 관광버스 대절해서 이렇게 올라와야 되고 그러니까.
▷고성국> 그래서 한 100명한테만 줬다고 그래도 한 3억이 되는 거고요, 약간 차등을 둬서 줬다고 그러면 5억이 훌쩍 넘지요. 전당대회 나오는 후보는 대개 현찰로 한 25억 정도는 준비해야 된다, 라는 게 그동안의 정치권의 상식이었어요.
▶정관용> 관행이었다?
▷고성국> 그래서 3당2락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30억 쓰면 되고, 20억 쓰면 2등이나 3등 한다. 뭐 때로는 50억 썼다더라. 뭐 이런 이야기도 많이 돌아다니고 그랬어요.
▶정관용> 물론 카더라 통신이기는 합니다만.
▷고성국> 예, 대체로 이런 경우에는 카더라가 맞지요. 지금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몇 명이나 불려갈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 다음에 뭐 물증이 없지 않냐,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정관용> 그렇지요.
▷고성국> 그렇지요. 실제로 현금이 왔다갔다 한 것이고. 고승덕 의원이 받았던 봉투는 돌려줬다는 거니까. 그런데 이제 8일날 고승덕 의원이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을 때, 대충 진술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게 자신의 모든 것이 걸려있는 국면이 되어버렸잖아요.
▶정관용> 아주 구체적으로 진술하겠지요.
▷고성국>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겠지요. 몇날 며칠 몇시에 누가 와서 그 사람이 그때 입은 옷이 어떻더라, 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정황을 가지고서 역추적에 들어가면, 저는 우리 검찰이 그 정도는 수사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게 뇌물사건의 경우에는 준 사람도 입을 닫고, 받은 사람도 입을 닫아서 어려운 것인데, 지금 받았다가 돌려준 사람이 입을 열었거든요. 그러면 준 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우리 검찰의 실력으로는 어렵지 않습니다. 더구나...
▶정관용> 통상은 보통 내가 줬다더라, 하는 사람 때문에 안 받았다는 사람을 이제 구속해서 수사하거나 이렇게 되는데...
▷고성국> 그렇지요.
▶정관용> 이번에는 좀 반대예요.
▷고성국>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수사하기가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정관용> 쉬울 수 있다?
▷고성국> 더구나 지금 수사대상은 일단 두 명으로 압축되지 않습니까?
▶정관용> 박희태 의장, 김효재 정무수석.
▷고성국> 또는 박희태 의장, 또는 안상수 의원이요. 대표가 두 사람이니까요.
▶정관용> 그런데 일단 지목된 건 그 두 분이에요.
▷고성국> 그것도 고승덕 의원이 직접 지목한 건 아니고요, 뭐 고승덕 의원한테 들었다더라, 지금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저는 뭐 검찰에 가서 고승덕 의원이 무슨 이야기할지는 정말 지켜봐야 된다고 보고요. 이제 중요한 변수는 어떤 게 있냐면, 불과 일주일 쯤 전에 한나라당 비대위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자진포기 결정을 했어요.
▶정관용> 그래요.
▷고성국> 그러니까 검찰로서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수사 제대로 못하면, 정말 웃음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정관용> 그렇습니다.
▷고성국> 더구나 지금 디도스 수사도 오늘 검찰 수사 발표했는데, 별로 안 믿는 분위기잖아요.
▶정관용> 뭐 특검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요.
▷고성국> 예, 그래서 뭐 한나라당부터 특검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그럼 검찰 입장에서는 뭐 디도스 사건은 그랬다 치더라도 이거 돈봉투 사건 하나는 제대로 한번 해봐야 되겠다, 그런 생각 할 법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사건이 생각보다 더 큰 사건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저는 말씀드립니다.
▶정관용> 그런데 일단 받았다가 돌려줬다, 라고 발언한 고승덕 의원은 소환해서 조사하면은 뭐 세세한 정황을 이야기하겠지만, 고승덕 의원이 다른 누구누구도 받았다, 까지는 뭐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니에요?
▷고성국> 그건 모르겠지요.
▶정관용> 그러면 이제 거기까지만 진술하고, 그럼 이 사람한테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된 사람을 부를 것 아니겠어요?
▷고성국> 그렇지요.
▶정관용> 그 사람은 나는 안 줬다, 라고 하면 이게 더 옆으로까지 퍼지지는 않을 수도 있겠는데요?
▶정관용> 이제 궁금증은 두 가지인데, 우선 첫 번째는 아까 이제 이게 폭로될 때까지만의 과정은 해프닝성이다, 라고 보셨다, 했는데.
▷고성국>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정관용> 한 달 전 칼럼에 거기도 사실 조금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거든요.
▷고성국> 예, 돈 300, 이 숫자는 없었지만.
▶정관용> 왜 썼을까요, 그 이야기를 갑자기?
▷고성국> 그때 지금 고승덕 의원의 설명은 이런 겁니다. 그때가 한나라당이 재창당을 해야 되느냐, 리모델링해야 되느냐, 라는 논란 중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가 생각을 해보니까, 자기도 국회의원이니까요. 아무래도 재창당 쪽은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이유인 즉슨 재창당을 하면은 전당대회를 해서 지도부를 다시 뽑아야 되는데...
▶정관용> 돈이 또 돈다?
▷고성국> 불과 2~3년 전의 그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가 재창당 좋지만, 이거 하려고 그러면 현실적으로 전당대회를 해야 되는데, 그러면 또 돈봉투 오가지 않습니까. 이렇게 썼다는 거예요.
▶정관용> 아, 그렇군요.
▷고성국> 얼마든지 그게 있을 법한 이야기거든요.
▶정관용> 그런데 이제 그걸 인터뷰 과정에서 덥석 물린 거군요, 그러니까.
▷고성국> 그렇지요.
▶정관용> 구체적으로 친이계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고 이렇게 되어버리니까.
▷고성국> 그렇지요. 그런데 뭐 고승덕 의원 입장에서는 기왕에 자기가 칼럼을 썼고, 그리고 칼럼을 가지고 물어보는데, 뭐 내가 말을 잘못 했다? 사실무근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지요. 더구나 저는 이런 느낌도 좀 받습니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차제에 그 낡은 관행, 잘못된 관습, 이것 다 털고 가야 되지 않느냐.
▶정관용> 털어보자, 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고성국> 라는 생각도 저는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정관용> 자, 두 번째 궁금증은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비대위가 박근혜 위원장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이 카드가 친이계 전부 솎아내기, 뭐 이런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거든요. 그런 영향력은 어떻게 될까요?
▷고성국> 우선 고승덕 의원의 스타일이나 캐릭터가 그런 것을 기획하고 실행할 그런 사람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것을 하기에는 너무 좀 담백하다. 그렇게 저는 개인적으로 봅니다. 그래서 고승덕 의원은 그런 의도를 가지고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정관용> 결과론적으로는요?
▷고성국> 결과적으로는 뭐 친이계뿐만 아니라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친이계이지만, 뭐 친박계라고 그래서 자유롭겠어요? 또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한나라당이지만 민주당이라고 그래서 진짜 자유롭겠습니까? 그래서 이것은 기존 정치권, 기득권에 집착하고 있는 다선 의원들 전체가 다 이 사건으로 쓸려갈 수가 있다.
▶정관용> 있다?
▷고성국>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안 그래도 인적 쇄신을, 드라이브를 막 걸다가 브레이크가 좀 걸린 상황이 비대위인데, 이 비대위 입장에서 그야말로 물실호기지요. 뭐가 되었건 간에 어쨌든 인적 쇄신으로 향해서 가는 동력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활용하려고 할 것이고, 지금 활용을 잘 하고 있다, 그렇게 보지요.
▶정관용> 아무튼 큰 사건이 터져버린 거네요,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입장에서는요.
▷고성국> 그렇습니다.
▶정관용> 자, 우선은 검찰 수사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이보다도 한나라당의 사실 더 큰 문제, 더 큰 이슈들은 비대위가 연일 던지고 있는 이야기들에 대한 반응들인데요.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것만 봐도 당 정강정책 강령에서 보수라는 단어를 빼느냐, 마느냐, 이것 놓고 또 다툼이 좀 있는 것 같고. 또 성별, 연령별 인구분포에 맞추어서 공천을 하느냐, 마느냐, 이렇게 되면 지역구 여성도 거의 절반 가까이 공천해야 되고 이런 것.
▷고성국> 두 가지가 다 간단한 문제들이 아닌 것이 맞습니다.
▶정관용> 그러게 말입니다.
▷고성국> 우선 보수 부분만 조금 말씀드리면 실제로 말이지요, 전 세계에 존재하는 정당 중에 보수당, 이렇게 이름을 붙인 정당이 그렇게 몇 개 안 됩니다.
▶정관용> 이름에 보수가 들어있는?
▷고성국> 예, 영국에 있는...
▶정관용> 예, 영국보수당.
▷고성국> 뭐 그거는 잘 아실 거고요. 그러나 예컨대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보수정당이라고 하는 당들은 대개 기독교민주당...
▶정관용> 기민당.
▷고성국> 그렇게 지금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럼 그 이야기는 뭐냐 하면은요, 보수라고 하는 것은 매우 상대적이고 유동적이다, 라고 하는 점도 하나 있고, 또 하나는 그것은 말하자면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하나의 특정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는 점도 있습니다. 이게 보수주의 논쟁을 제대로 해야만이 이제 정리가 될 텐데, 어쨌든 일단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국을 보면 미국은 공화당의 가치를 이야기하지 보수당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정관용> 공화당의 가치를 보수라고 하나요?
▷고성국> 그런데 그것을 보수적인 정당이라고 미국의 국민들이 생각하는 거지요. 이를테면 낙태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 민주당 쪽의 주장인데.
▶정관용> 민주당 쪽.
▷고성국> 이것이 좀 진보적인 주장 아니냐, 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정관용>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다.
▷고성국> 그러나 낙태는 안 된다, 왜? 하나님이 내려주신 선물 아니냐, 라고 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쪽이 공화당 쪽인데,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지요. 그런 정도인 것이지요. 이슈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공화당의 정강정책에 뭐 우리는 보수이념을 지향한다, 이렇게 씌어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그보다는 낙태문제에 대하여...
▶정관용> 알겠습니다.
▷고성국> 동성애문제에 대하여, 복지문제에 대하여, 라고 하는 내용이 훨씬 중요하다는 거예요. 김종인 비대위원은 그 점을 주장한 겁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보수적으로 뭔가 정치를 펴려면 그 지향하는 가치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면 되는 것이지, 당 강령에다가 우리는 보수를 지향한다, 라고 써놓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이 이야길 한 것이에요. 그래서 이것을 지우면 보수라는 단어 때문에 한나라당에 접근하기 싫어하는 20, 30, 40과 훨씬 더 가깝게 만날 수도 있다, 이걸 제안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제 한쪽에서 아, 보수라는 단어가 지워지는 순간, 한나라당은 끝났다.
▶정관용>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고성국> 나는 그 정당에 더 이상 몸담을 이유가 없어졌다, 이렇게 이제 강력 반발하는 세력이 생긴 거지요.
▶정관용> 그렇습니다.
▷고성국> 저는 이것은 김종인 비대위원의 보수라고 하는 단어를 없애도 된다, 라고 하는 문제의식의 수준과 보수라는 단어가 없어지면 내 정체성이 없어진다, 라고 항변하는 한나라당의 오래된 당원들의 문제의식의 수준이 너무 다르다.
▶정관용> 수준 차이가 있다?
▷고성국> 그래서 제대로 토론이 잘 안될 것이다.
▶정관용> 그런 것 같아요, 분위기가.
▷고성국> 예, 그렇게 느껴집니다.
▶정관용> 토론이 잘 안될 것 같고, 반발이 워낙 거세서 그런지, 그냥 그 용어는 슬쩍 살리는 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요?
▷고성국> 뭐 살리더라도 문제의식은 어쨌든 상당히 좀 공유될 수 있지 않을까 싶으네요. 그건 또 하나의 진전이라고 보고요.
▶정관용> 맞아요.
▷고성국> 그리고 그 다음에 아까 말씀하신 공천.
▶정관용> 공천.
▷고성국> 공천과 관련해서는...
▶정관용> 이거는 비대위가 좀 무리수다, 라는 평가가 많더라고요? 현실성이 별로 없다.
▷고성국> 저는 이렇게 봅니다. 현실성이 별로 없는 것은, 지금까지의 정치 틀 속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고. 한나라당의 비대위에 26살 된 청년이 들어갈 거라고 하는 것을 막상 임명하기 전에 누군가 예측했다면 현실성 없다는 이야기 들었을 거예요. 제가 이렇게 지역을 다니면서 얼마 전에 들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는 경북 구미에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28세 젊은 청년이 예비후보로 등록을 했다는 겁니다. 구미는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고요.
▶정관용> 그렇지요.
▷고성국> 오랫동안 김윤환, 전, 그러니까 고인이 되었지요. 김윤환 의원의 지역구였습니다.
▶정관용> 그렇습니다.
▷고성국> 그리고 지금은 김윤환 의원의 동생인 김태환 의원이 재선의원으로 버티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분도 지금 70세 가까이 되었지요. 이런 지역입니다. 그러니까 경북 지역에서도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고, 보수 색깔이 아주 강한 곳입니다. 그런데 그곳에 28살의 젊은 청년이 당당하게 도전장을 냈어요. 그러니까 이런 일들이 대구 경북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여성의 30% 정도는 아예 수도권 지역구에 공천을 하자, 비례대표로 배치하지 말고, 이 주장인 거지요?
▶정관용> 아니요, 조금 더 나아가서...
▷고성국> 이런 주장도 있고, 그 다음에 세대별로 제대로 대표하게 하자, 이런 주장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뭐 기계적으로 20대가 40%니까...
▶정관용> 글쎄요.
▷고성국> 이렇게 기계적으로는 안 되겠지만, 저는 20대, 30대가 최대한 많이 지역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해서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하고 경선에서 붙는 것, 이것 장려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 한두 분이라도, 한두 지역이라도 성공하는 사례가 만들어지면 지금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례대표에 20대 네 명을 배치하는데 그 사람들끼리 오디션을 시키는, 이것보다는 오히려 더 파괴력이 있을 수가 있어요. 이것은 비례대표라고 하는 제한된 틀 속에서 20대들끼리만 경쟁시켜서 그 중에서 누군가를 뽑는 거기 때문에 사실은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20대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
▶정관용> 그렇지요.
▷고성국> 왜 20대만 그러냐, 뭐 하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겠는데, 지역구에 이렇게 당의 방침으로 이렇게 광범위하게 추진을 해버리면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치구도가 만들어지거든요. 그 점에서 저는 현실적이다, 아니다, 를 떠나서 주목할 만한 아이디어다, 이렇게 저는 봅니다.
▶정관용> 아이디어와 문제의식에 있어서는?
▷고성국> 예.
▶정관용> 그런데 이게 이제 또 막 더 나아가다 보면,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기계적으로 20~30대를 한 40%.
▷고성국> 그런데...
▶정관용> 전국 지역구에 여성을 51%.
▷고성국> 그런데 그럴 리는 없을 거고요.
▶정관용> 그렇게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비례대표에도 말이지요, 실업자, 비정규직, 이런 분들을 또 공천하자.
▷고성국> 굉장히 중요한 문제제기 중의 하나는요, 비례대표를 먼저 하자는 겁니다.
▶정관용> 먼저 내지는 같이.
▷고성국> 예, 그건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지금까지 비례대표는요, 지역구 조정을 먼저 다 끝내놓고, 그런데 조정하다 보면 정말 이 사람도 아까우니까, 해서 비례로 뽑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일이 왕왕 있었습니다. 또는 뭐 여러 가지 이유로 먼저 선물 주듯이 비례대표 약속을 하고 이랬던 적이 있습니다. 비례대표를 먼저 하면 적어도 그런 폐단은 막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비례대표의 면면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비례대표는 상대적으로 발굴이, 100% 발굴해야 되잖아요. 왜냐하면 비례대표를 지낸 사람은 비례대표를 안 주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자 원칙이거든요.
▶정관용> 지역으로 나가게 하지요.
▷고성국> 그러니까 비례대표는 100% 새로운 사람으로 충원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관용> 맞아요.
▷고성국> 그러니까 훨씬 더 지금 비대위의 컨셉에 맞는, 그런 비례대표 명단을 만들 수 있잖아요. 이것이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에도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습니다.
▶정관용>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고?
▷고성국> 예,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평가합니다.
▶정관용> 정몽준 의원, 김문수 지사, 이재오 의원, 이런 분들 몇 분이 만난다면서요?
▷고성국> 예.
▶정관용> 그건 어떻게 봐야 해요?
▷고성국> 지금 보수 논란, 아까 짚어드린 보수 논란 때문에 정체성의 문제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급하게 회동을 한다고 그랬습니다. 뭐 사발통문 돌리듯이. 그런데 모임 자체가 잘 안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정관용> 아.
▷고성국> 그러니까 지금 상황에서 그분들이 모였을 때 결국은 반박근혜 연합전선 결성과 같은 식으로...
▶정관용> 보여지지요.
▷고성국> 정략 구도 속에서 해석될 경우에 이거 피해갈 방법이 없거든요. 그러면 그게 이분들한테 진짜 좋은 거냐. 뭐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거 쉽지 않은 판단이거든요. 저는 모임이 잘 안되거나 되더라도 그냥 한번 신년이 되어서 만났다, 이 정도 수준에서 끝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관용> 만나기만 해도 어쨌든 반박 연합전선, 이렇게 나올 텐데요.
▷고성국> 그렇겠지요. 그러나 그런 모임으로 지금과 같은, 이를테면 고승덕 의원의 폭로까지 포함된 이 거대한 흐름, 아주 거친 흐름이잖아요. 이 흐름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을까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관용> 자, 시간이 거의 다 가버렸습니다만, 민주통합당 이야기는 사실 그냥 지도부 경선, 지역 다니면서 열심히 하고 있지요? 별다른 변수 없지요?
▷고성국> 예, TV토론, 뭐 권역별 토론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너무 많은 선거인단들이 모였기 때문에 민심이 곧 당심으로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많이 앞서있는 한명숙 후보의 당 대표 당선 뭐 확실시 되는 거지요.
▶정관용>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고성국> 그렇습니다. 6명에 5명까지는 대체로 뭐 의견의 일치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명이 누구냐, 뭐 이인영이냐, 아니면 이학영이냐.
▶정관용> 그러면 5명을 먼저 말씀해주셔야지요.
▷고성국> 한명숙,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김부겸, 이 5명이고요. 마지막 6명에 이인영이 들어갈 거냐, 이학영이 들어갈 거냐, 이런 논의들이 지금 오고가고 있는 중입니다.
▶정관용> 15일이니까 아직 9일이나 남았는데 벌써 이렇게 되어버리면 좀 분위기가 그럴 것 같아요.
▷고성국> 2위 싸움이 상당히 치열할 것 같습니다.
▶정관용> 아, 몇 등 하느냐.
▷고성국> 박지원이 2위를 할 수 있느냐, 또는 내놓느냐, 이거 굉장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고성국> 그런 점들이 있는 거지요. 그 다음에 사실은 제가 마지막 6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다고 그랬는데. 이인영이냐, 이학영이냐도 굉장히 중요하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고성국> 가만히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정관용> 기존 민주당이냐, 아니면 새 세력이냐, 이제 그런 거지요.
▷고성국> 김근태 고문의 분신과 같은 이인영이냐, 아니면 시민사회 원로들이 모두 지지성명을 한 이학영이냐.
▶정관용> 그 이야기는 다음 주 판읽기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분석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성국> 그러시지요.
▶정관용> 너무 일찍 김을 새게 하면 안 되니까 말이지요.
▷고성국> 예.
▶정관용> 고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고성국> 고맙습니다.
▶정관용>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의 판읽기 함께 하셨고요. 여기서 오늘 순서 정리하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저는 다음 주 월요일 6시에 다시 오지요.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