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언론을 떠들썩하게 달군 '석궁 사건'을 소재로 한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영화화됐다.
이 작품으로 무려 1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정지영 감독은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메가박스에서 열린 '부러진 화살' 언론시사회에서 "어느날 사석에서 문성근씨가 '부러진 화살'이란 소설을 봤냐고 묻더라. 재밌다고 하길래 문성근씨가 빌려준 것을 읽었는데 영화화할 의미도 있고,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계기를 전했다.
이어 정 감독은 "감옥에 있는 주인공과 변호사를 만나서 캐릭터를 찾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며 "특별한 의미를 두고, 이 시기에 해야겠다는 사명감보다는 상당히 우연이었다"고 밝혔다.
무거운 소재, 진지한 법정극 등을 다루고 있지만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이에 정 감독은 "김 교수와 박 변호사를 만났을 때 두 사람 모두 만만찮은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엔 김 교수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지만 두 캐릭터를 동시에 붙이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부러진 화살'의 핵심 인물은 '석궁 사건'을 일으킨 '꼴통' 수학과 김경호 교수와 이를 변호하는 박준 변호사. 김경호 교수 역을 연기한 안성기는 "정지영 감독과 20년 만에 같이 하게 돼 기뻤다"고 소감을 밝힌 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예술적 가치, 의미 등을 굉장히 좋게 생각했다"고 참여 배경을 전했다.
실제 인물인 김명호 교수를 직접 만나진 않았다. 그는 "인물을 재창조하고 싶었다"며 "실제 김 교수와 영화 속 김 교수란 인물이 혼돈되지 않을까 걱정돼 만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박준 변호사 역을 맡은 박원상은 촬영 전 직접 창원을 찾아 실제 모델인 박훈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극 중 역할을 위해 모델을 만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왠지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며 "아주 규칙적으로 술을 장복하시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원상은 박훈 변호사와 남다른 인연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빗방울 전주곡'이란 단편 영화를 찍었는데 거기에서 부평자동차 해직 노동자 역할을 맡았다"며 "영화 속에 잠깐 삽입되지만 박훈 변호사가 그때 그 현장에 제일 앞장 서 있었던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묘한 인연"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박훈 변호사가 저한테 바라는 바는 '철학이 있는 양아치 변호사' 정도 였던 것 같다"며 "사석에서 김 교수와 박훈 변호사를 만나 술자리를 가졌던 적도 있는데 두 분 다 영화를 보고, 만족해하시는 것 같아 참여한 배우로서 기분 좋았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