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기 바쁜 디도스 수사로 '자질논란' 자초한 경찰

수사 할수록 의혹은 '눈덩이'…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불신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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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의혹을 밝히기 보다는 덮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경찰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전현직 비서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론되고, '윗선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대형 사건이 경찰에 버거웠고 수사력 부족만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선거 전후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 모 씨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 모 씨, 해킹 공격자로 지목된 정보통신업체 대표 강 모 씨 사이에 1억여원의 돈거래가 있었다는 계좌추적 내용을 지난 14일에야 밝혔다.

이자를 대가로 서로 돈을 빌리고 빌려준 것으로 파악해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돈은 아닐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경찰의 뒤늦은 해명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국민들을 납득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주요 피의자들이나 핵심 참고인들의 혐의를 밝혀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수사 대상자의 말에만 의존한 수사를 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를 전후해 1,000만원과 9,000만원이 김 씨에게서 강 씨에게로 건네지고 이 돈이 다시 김 씨에게 되돌아 오는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은데도 경찰은 이런 합리적인 의심마저 거두어 들였다.

앞서 경찰은 디도스 공격 전날 밤 공 씨와 술자리에 동석했던 주요 참고인인 김 씨로부터 공 씨에게서 범행 의사를 듣고도 이를 말렸다는 진술만 듣고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려 부실 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 수사에서 경찰이 의혹을 해소하기는 커녕 의혹을 키운 것은 한 두번이 아니다.

경찰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수사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거나 인권을 생각해 밝히지 않았다는 식의 해명만 했다.

공 씨가 최구식 의원실 비서였다는 사실도 공개하지 않았고, 사건 전날 술자리에 참석한 참고인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김 모 씨의 신원도 밝히지 않았다.

또 청와대 행정관 박 모 씨가 1차 저녁식사 자리에 동석했는데도 다른 참석자들의 신분을 밝히면서 이를 언론보도 뒤에야 공개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특히 박 행정관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아닌 청와대 인근인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하면서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빈축을 샀다.

수사를 할수록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공 씨의 우발적인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 내린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불신도 커져 결국 경찰 스스로 자질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반면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돈거래에 있어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풀어준 또다른 강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의 헛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이 과연 수사권 조정을 요구할 만한 자질을 갖췄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경찰보다 진일보한 수사결과를 내놓을수록 경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있어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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