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 위원회에 세금 쓴다고?

서울시, '유명무실' 위원회에 수억원 편성…'예산낭비' 논란

서울시가 해외 문화재 환수를 위해 구성한 시민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에도 위원회에 수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해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도 시 예산안에 '서울특별시 문화재 찾기 시민위원회'의 운영을 위한 예산 2억 5천만원이 편성됐다.

시민위 위원들의 해외 방문 등 민간인 국외여비 명목으로 2천500만원, 조사활동 여비와 해외문화재 자치구 순회전시비용 등 행사실비보상금으로 2억원, 자료조사·연구비로 2천500만원이 각각 책정됐다.


하지만 시민위는 올 한 해 동안 단 한 차례만 회의를 열었을 정도로 유명무실해 내년에 수억원의 예산이 제대로 쓰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7월 1일 시민위는 2기 위원 위촉식과 함께 전체회의를 열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출하고 운영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더 이상 회의를 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하반기에만 4차례 간담회가 열렸는데, 시민위 운영의 문제점과 운영 방향 등에 대해서만 의견이 오갔을 뿐 해외 문화재 환수를 위한 실무적인 협의는 없었다.

특히 지난해 시민위 운영을 위해 편성됐던 예산 1억원은 집행되지 않아 모두 불용처리됐다.

지난 2009년 3월 공포된 '서울특별시 문화재 찾기 시민위원회 조례'에 따라 서울시는 현재 시장이 위촉하는 위원들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를 두고 있다.

임기는 2년으로, 올해 4월까지는 '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 당시 사무총장과 김형남 법률고문, 김의정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공동대표 등 불교계 인사들과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13명 등 34명이 첫 번째 시민위원을 맡았다.

그러나 이 조례를 제정하고 시민위 활동을 주도했던 부두완 전 의원 등 한나라당 시의원 대부분이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낙마하면서 시민위도 사실상 활동을 접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위 1기 위원 중 대다수가 시의원들이었는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직을 유지한 당선자가 별로 없어서 위원회 활동이 어려웠다"며 "올해 위원회를 새로 구성한 만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문화재 환수처럼 중앙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예산까지 들여가며 시민위를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시민위가 서울시 예산으로 국내 다른 지역에 흩어진 문화재를 발굴하기 위한 활동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나와줘야 하는데,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서울시가 독려 차원에서 해외 문화재 환수 운동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지방에 있는 문화재도 우리 문화재이기 때문에 (시가 지원하는)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최근 약탈문화재 환수 운동이 세간의 관심을 받다보니 시의원들이 자기 얼굴을 알리기 위한 조례를 만들어놓고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해당 조례를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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