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위안부 할머니 후원 안해"…네티즌 2주만에 5천만원 모금

대기업, 19년간 위안부 할머니 후원 全無

1992년 1월 8일 수요일,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와 배상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수요집회가 14일로 1000회를 맞게 된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위안부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인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국제이슈로 발전했다.

미국 하원은 2007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03년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 책임질 것을 권고했다.

1993년 세계인권대회 결의문에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포함됐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늦었지만 지난 8월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 · 일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위헌" 이라고 결정했고 정부는 이후 일본 외무성에 양국 간 협의를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지만 국민들의 성원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은 할머니들을 외면하고 있다.

매년 광고비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위안부할머니 문제에는 하나같이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요집회를 진행해 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와 위안부할머니들을 돌보는 나눔의 집, 위안부문제를 연구하는 한국정신대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 19년 동안 할머니들을 돕겠다고 나선 대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최근에는 할머니들이 타고 다니는 승합차가 낡아 자동차 회사들에 후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정대협 윤향미 대표는 "할머니들이 이용하는 승합차가 너무 낡아서 고장이 잦고, 갑자기 멈춰서는 등 안전문제까지 걱정돼 현대자동차그룹 등에 승합차 후원을 요청했는데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과거에도 안전 문제 등으로 다른 자동차회사에 승합차 후원 등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씁쓸해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사회공헌팀에 공문형태로 승합차 후원요청이 들어온 바 없다"면서도 "그룹 사회공헌 방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후원요청이 들어왔다고 무조건 후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장애인이동권과 아동이동권, 환경 등을 중심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안부문제를 기억하기 위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을 위한 후원 요청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후원할 수 없다'는 싸늘한 답변뿐이었다.

정대협 한국염 공동대표는 "인권박물관 기획 당시 여러 대기업에 후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일본 판매망 등을 고려해 반려한 것 같지만 '국민적 아픔에 우리나라 기업이 이렇게 인색할 수 있는가' 슬픔과 동시에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정대협 다른 관계자도 "삼성과 포스코 등 알만한 대기업 등에는 한 차례 이상 후원요청을 했다"면서도 "수 십 차례 겪은 냉대에 기업후원은 포기한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결국 할머니들의 이동차량은 네티즌들의 모금운동을 통해 새로 구입하게 됐고 인권박물관 건립도 시민들의 십시일반으로 내년 개소를 앞두고 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20년 넘게 외면해 온 할머니들의 낡은 승합차는 네티즌 1,800여 명이 단 2주만에 모은 5,000여만 원으로 '희망승합차'로 바뀌었다.

인권박물관도 지난 2004년부터 기금 모금이 시작된 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 등 시민 4,000여 명의 도움으로 17억여 원을 모아 내년 여성의 날(3월8일)을 목표 개소일로 두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나 기업의 후원은 단 한푼도 없었다.

국민적 지지로 성장해 온 대기업이 국민적 아픔은 외면하는 모습에 할머니들은 씁쓸한 웃음만을 삼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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