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영·유아 사교육, 부모들 극성만 문제?

[도 넘은 영·유아 사교육 ②] 영·유아 사교육 부르는 게 값…

학부모들의 사교육 열풍이 점입가경이다.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넘어 이제는 생후 한 달된 아이에게도 두뇌 발달을 촉진해 준다는 교구와 학습지는 물론, 영어.음악.미술 등 각종 사설학원에 보내고 있다. '어릴 때는 노는 게 최고'라는 말은 옛 말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이에 CBS는 하루 5시간씩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살펴보고, 제도적 문제와 대안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시리즈 연재 순서
1. '만 3세가 하루 5시간씩 영어수업...' 도 넘은 영.유아 사교육
2. 도 넘은 영.유아 사교육, 부모들 극성만이 문제일까?
3. "가계 부담으로 이어져... 정부 나서야"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경기도 안양 평촌 신도시에 사는 이지영(가명.34) 주부는 최근 보육교사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

내년에 5살이 되는 딸 아이를 위해 보육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접하기 위해서다.

"사교육 유행에 따라가지 않고 전문가 얘기를 듣고 공부하다보니 이제야 아이 교육에 대한 소신이 생긴 것 같아요."

지영 씨는 딸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 고액인 놀이학교서부터 영어유치원, 한글 학습지, 발레교습까지….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운 사교육비를 쓰며 '아이를 위해' 살아 왔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영유아 시기에 과도한 교육은 정말 불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해 봤자 애가 기억도 못 하고 모두 부모 욕심뿐이라는 걸 느꼈죠. 대학생들이 3~4살 때 뭘 배웠는지 모르는 것 처럼요."

이 씨는 자신을 아이 교육에 있어서 '비주류'라 칭했다.

"엄마들 사이에서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데 전 비주류예요. 한 달에 100만 원은 심한 것도 아니죠. 비주류는 소수이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를 좋은 교육기관에 보내기 위해 30만 원씩 주고 줄 서기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해요."

이 씨는 자신이 이제 또래 엄마들 사이에 낄 수도 없는, '왕따'가 됐다고 푸념했다.

"엄마들은 정확한 정보 없이 유행에 휩쓸려요. 내 아이가 뒤쳐질까 불안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터넷, 블로그나 주위 사람들이 '이게 좋다' 하면 우르르 몰려가요. 하지만 그건 부모들의 일시적인 만족감일 뿐입니다."

사실 이 씨가 딸 아이 사교육에 대한 '극성'을 끊을 수 있었던 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아이 교육비에 100만 원 가까이 쓰다보니 내가 입고 싶은 옷, 남편 용돈을 줄일 수 밖에 없었어요. 집에 홈씨어터가 필요한데 아이 사교육비 때문에 구입하지 못했죠.


이 씨는 이러한 부모들의 사교육 열풍 때문에 내수 시장이 위축되는 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고.

"엄마들이 사교육 시장에 돈을 쓰는 만큼, 집안에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들에 대한 지출을 줄이다 보니 내수 경제가 위축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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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요즘 아이와 함께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고 무료로 책도 빌릴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 그렇다 보니 만만치 않았던 책 구입 비용도 많이 줄게 됐다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린이 도서관을 많이 지어줬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남편 혼자 벌기 때문에 교육비를 한 달에 최소한 50만 원 이상씩 썼었는데 도서관 덕분에 꽤 줄일 수 있었죠."

한때 사교육 열풍에 동참(?)했던 그 이기에 요즘의 사교육 열풍 현상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 물었다.

"지금 정말 심각해요. 유치원을 한번 알아 봤는데 그 분위기는 수험생들의 대입 원서 접수 분위기와 비슷해요. 비싸고 숫자도 부족해 엄마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죠."

이어 이 씨는 "아이만 생각하면 사교육비가 아깝진 않지만 부모님을 부양하고 우리 부부의 노후도 준비해야 하니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영·유아 사교육, 실태 파악도 못한 정부

이처럼 영·유아 사교육 열풍은 근본적으로 입시위주 교육과 이에 따른 부모들의 경쟁적 심리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영·유아 사교육 실태에 대해 정부는 전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는 것.

지난 2007년부터 실시된 우리나라 사교육비 조사는 매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하고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등 교육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공신력있는 통계자료로 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같은 사교육비 조사 대상에서 영·유아는 빠져 있다. 정부 기관들이 서로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

현재 만 0세~2세인 영아 보육시설(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만 3~5세인 유아의 유치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관할하고 있다.

이 외의 학습지나 방문과외, 문화센터 등 특별활동 등은 전혀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다만 사설학원의 경우는 설립 인·허가만 각 지역 교육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유치원에 대한 설립 인가는 각 지역 시·도 교육감에게 있고 우리는 기본 교육과정만 관리한다. 그 외 사교육은 학부모가 원해서 하는 것인데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어린이집에 대한 지도, 관리 감독만 하고 있다. 그 외 사교육 기관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고 말했다.

각 지역 교육지원청도 사설학원의 설립 및 인·허가 등은 담당하고 있지만, 유아에 대한 사설학원의 수강료와 교육과정 등 그 실태를 따로 조사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엄마들은 "정부에서 고액 수강료나 허위 광고, 원생 모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등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방치하니 영·유아 사교육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송정 박사는 "그동안 육아정책연구소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교육개발 등 연구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지만, 유아에 대해서만이고 영아에 대한 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다. 사교육도 특별활동 따로, 사설학원 따로 조사하는 등 산발적이어서 체계적인 자료 수집이나 축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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