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조중동 종편, 급수를 매기기 힘들 정도로 저질”

조중동 종편 관계자들, 깊이 있는 생각을 못하는 사람들
한국 광고 시장, 종편 채널 7개 도저히 품을 수 없어
종편 4개 허용, 죽음의 덫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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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12월 5일 (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연주 前 KBS 사장


▶정관용> 시사자키 2부 시작합니다. 오늘 2부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언론인 가운데 한 분을 모셨습니다. 전 KBS 사장, 정연주 사장이신데요.

방송 경영인으로 여러분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그 이전에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신문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등등 언론인의 삶을 평생 살아오신 분입니다.

지난 주에 조중동 종편이 개국하면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 방송의 중립성, 이런 말들을 많이 듣게 되는데, 과연 지금의 상황, 이분은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광고 듣고 함께 만나보지요.

▶정관용> 예, 시사자키 2부 오늘의 초대손님, KBS 전 사장을 지내셨지요, 정연주 사장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연주> 안녕하세요?

▶정관용>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연주>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관용> 우리 청취자분들도 다 아실 테니까 뭐, 저랑 오래 또 인연도 있으시지요.

▷정연주> 예, 제가 KBS에 있을 때, 그때 우리 정관용 선생님께서 TV와 라디오에서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셨지요.

▶정관용> 예, 사장님이 잘리시고 나서 몇 달 있다가 저도 잘리고.

▷정연주> 예, 해직 동지입니다. (웃음)

▶정관용> 가만, 사장 지내신 게 몇 년이지요? 2003년부터?

▷정연주> 2003년 4월 말에 사장이 되었고요, 그리고 2008년 8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저를 해임했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꼬박 5년 좀 넘게?

▷정연주> 5년 3개월입니다. 중간에 두 달은 제가 연임하려고 두 달 그때 사표를 내고 쉬었습니다.

▶정관용> 아, 그렇지요. 그리고 연임을 하시고 임기 중에...

▷정연주> 임기 중에, 15개월 임기를 남겨놓고 해임되었지요.

▶정관용> 이사회에서 해임을 결정했지요.

▷정연주> 예, 이사회 해임되기 전에 두 가지 핵심적인 작용 고리가 있었습니다.

▶정관용> 뭡니까?

▷정연주> 하나는 검찰에서 저를 배임죄로 걸어서 개인 비리로, 그게 하나 중요한 요인이었고요. 그 다음 하나는 감사원에서 아주 전격적으로 특별감사를 해가지고, 그 감사 내용에 따라서 무능 경영을 했다. 그래서 개인 비리하고 무능 경영 두 가지를 합쳐서 해임의 사유라고 해서 저를 해임했지요.

▶정관용> 그 전에, 스스로 그만둬 주시지요, 그런 얘기 누가 와서 안 했던가요?

▷정연주> 직접으로는 하지 않고 간접적으로는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장 취임하자마자 바로 당시 KBS 이사장이시던 김범수 이사장한테 연락을 해가지고 만나자고 그래서 몇 차례에 걸쳐서 이 정연주 때문에 나라 경영을 못하겠다, 그래서 빨리 좀 어떻게 그만두는 방법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는 이야기를 제가 직접 전해 들었고요.

▶정관용> 그건 간접적...

▷정연주> 그리고 김범수 이사장께서는 방송법에 대통령한테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면권은 없다고 해가지고 거부하셨지요. 그리고 그 외에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사장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그런 일련의 작업들이 많이 진행이 되었었지요.

▶정관용> 방송통신위원장이 KBS 이사장을 직접 만나서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간접적인 게 아니라 직접적인 것 아닙니까?

▷정연주> 저한테 직접 안 했을 뿐이지, 뭐 노골적이었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그러다가 이사진들이 개편되면서, 이사진에 대해서는 뭐 대통령이 추천권도 있고 하니까.

▷정연주> KBS 이사는 사실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결정을 하고요,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은 정치적으로 결정이 됩니다. 아무래도 여당이 다수를...

▶정관용> 그렇지요.

▷정연주> 추천을 해가지고 다 대통령이 임명을 하고요. 그래서 이미 이명박 정권 출범했을 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정권의 관할 속으로 들어갔고요. 그 관할 속에서 KBS에 정권 친화적인 사람이 많이 들어오는데, 그 과정도 굉장히 공작적 차원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분이 신태섭 부산 동의대 교수님이 KBS 이사에서 그만두고 그 뒤에 정권 친화적인 인물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보면은, 신태섭 이사를 쫓아낸 이유가, 그러니까 먼저 동의대에서 문제를 삼았습니다. 동의대에서 문제삼은 것은 KBS 이사이기 때문에 교수를 못 시키겠다, 그래서 교수에서 해직을 시켰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교수에서 잘렸으니까 KBS 이사 자격이 없다, 해서 쫓아냈습니다. 아주 정말 기묘한 논리를 전개했지요. 이 정권 들어서 여러 가지 코미디 같은 일들이 많은 것 중의 하나지요.

▶정관용> 그런 해임 결정에 대해서 지금 전부 소송을 제기하셨고, 1심, 2심 다 승소하셨지요?

▷정연주> 예, 재판 두 개인데요, 하나는 이제 검찰에서, 정치 검찰에서 저한테 배임죄를 적용을 해가지고, 참 어처구니없는 사건인데, 그 공소장 마지막을 보면 국가에 이익을 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3자가. 그러니까 KBS에 손해를 주고 국가에 이익을 줬다고 해가지고 저한테 배임죄를 적용을 했고, 그 과정에 나오는 온갖 논리들이라는 게 정말 일방적이고 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그래서 지금 법조계에서는 사실은 이명박 정권 들어서 가장 황당한 사건, 법률 사건이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데...

▶정관용> 이게 1심, 2심 다?

▷정연주> 예, 1심, 2심 다 제가 무죄판결 받았고, 이제 대법원 가 있고요. 그 다음 하나는 저의 해임이 이게 무효다, 그래서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했는데,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요. 거기에서는 절차상 문제가 있고 법을 어겼다, 그래서 해임을 취소해라, 취소해라, 라는 판단을, 그것도 1심, 2심에서 계속 받아서 그것도 제가 승소를 했고요. 그 재판도 지금 대법원에 가 있습니다.

▶정관용> 대법원 판결은 왜 안 내려집니까? 지금 2심 끝난 것도 한 1년 넘지 않았어요?

▷정연주> 예, 1년 가까이 되는데, 그건 뭐 대법원에 물어봐야 되겠지요. 그런데 뭐 사건도 많고, 그 다음에 사건이 또 굉장히 관련 서류도 많고 하니까 아무래도 검토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정관용> 그래도 보통 대법원이라고 하는 것은 이제 사실심리가 아니라 법리심만 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심에 두 건 다 승소하신 게 대법원에서 확정되리라, 대부분 법조계에서는...

▷정연주> 예,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관용> 법조계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정연주> 예.

▶정관용> 그렇게 되면 그럼 다시 사장 하시는 겁니까?

▷정연주> 그러니까 법률적으로는 이미 제 임기가 다 끝나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만 그동안에 늘 제가 주장했던 것은 법에서, 특히 행정, 저쪽 배임죄도 그렇고 이쪽 행정소송도 그렇고 다 무죄판결 났고, 해임 취소 판결이 났고, 거기에 특히 과정이 잘못되었다, 했기 때문에 저는 제 이후 체제, KBS 체제가 불법 체제로 봅니다.

법을 어긴 체제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제 사건도 그렇고 다른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있었던 온갖 여러 가지 사건에서 부당하게 해직되거나 부당하게 구속되거나 이런 사례들을 정상으로 돌리는 방법은 원래 형태로 다시 복원시키는 것 아닙니까? 그게 저는 정상화의 출발이라고 봅니다. 그런 정신이라면, 제가 법률적으로는 이미 제 임기가 끝났다 하더라도 다시 제가 돌아가는 것이 그게 불법체제를 정리를 하고, 다시 정상체제로 돌아가는 첫 출발이 아닌가, 일단 원칙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러나 현실화되기는 어렵겠지요?

▷정연주> 그건 뭐 그때 가 봐야 알겠지요. (웃음)

▶정관용> 그러니까 원칙적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는 말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지면, 복직, 아, 그건 복직이 아니지요. 면직 자체가 취소되는 거니까, 사장실로 가시겠다?

▷정연주> 아, 그건 아니고. 이제 그렇게 그런 것 가지고 이렇게 또 싸우기도 싫고요. 다만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원칙의 문제이고, 우리가 우리 사회에서 늘 되새겨야 할 것은 원칙이 도대체 뭔가, 상식이 도대체 뭔가, 그 입장에서 보면은, 그렇게 되는 것이 옳은 일이고 그게 원칙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그게 현실화될지 안 될지는 좀더 지켜봅시다.

ESS
▶정관용> 알겠습니다. 벌써 3년 몇 개월 되셨어요. 그렇지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정연주> 사실은 그만두고 나와서... 그만두기 전에 좀 험한 꼴 많이 당했지 않습니까? 뭐 검찰, 감사원, 국세청, 방송통신위원회, 그 다음 KBS 내부에 있는 수구적인 노동조합, 온갖 조직들이... 뭐 조중동은 말할 필요도 없고 총동원이 되어서 저를 그냥 거꾸로 달아매놓고 탈탈 털었는데, 그리고 딱 그만두고 나니까 정말 좀 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럴 쉴 시간도 없었던 것이 바로 검찰에서 배임죄 기소를 하면서 검찰 수사기록이 6천 페이지나 되는 게 저한테 왔습니다.

▶정관용> 6천 페이지요? 우와.

▷정연주> 예, 6천 페이지나 되는 정말 어마어마한 검찰 수사자료를 보고, 그거 다 읽어야 되지 않습니까? 제가 이제 재판을 시작하려면은. 그래서 거의 1년 동안은 그 재판에 꼬박 매달렸습니다. 그래서 이제 1심 무죄판결 나고, 2심부터는 조금 제가 법률적인 대응은 편해졌고요. 그 뒤부터는 이제 본격적으로 다시 제 나름대로 언론의 현장으로 돌아가자, 그래서 오마이뉴스에 정연주의 증언이라는 글을 정기적으로 쓰고.

▶정관용> 지금 2주에 하나씩 쓰시나요?

▷정연주> 예, 처음에는 1주에 한 번씩 쓰다가 요즘은 2주에 한 번씩 쓰고, 그 다음에 2년 전부터 다시, 한겨레신문에 한 달에 한 번씩 칼럼 쓰고. 그 다음에 이제 여기저기에서 저를 불러주셔서, 특히 요즘에는 대학에 가서 젊은 후배들과 대화 많이 나누고.

▶정관용> 강연?

▷정연주> 강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서 아주 즐겁게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바쁘시네요.

▷정연주> 예,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그랬는데, 제 아내 이야기로는 어떻게 사장 할 때보다 더 바쁘냐, 그럽니다.

▶정관용> 과거에 이제 동아일보 기자도 하시고, 한겨레신문도 계셨고, 워싱턴 특파원도 지내셨고, 언론인 생활 계속 하시다가, 잠깐 방송사 경영인이 되셨다가, 지금 다시 글 쓰시는 언론인으로?

▷정연주> 예, 매일 일을 하지는 않지만, 이제 언론 현장에서 기자처럼 데일리 베이스로 하지는 않지만은, 나름대로 다시 언론 현장으로 저는 복귀했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 노력을 인정했는지, 올해 초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상 특별상 받았습니다.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관용> 잘 돌아오셨어요.

▷정연주> 예.

▶정관용> 자, 그런데 오늘 이제 모신 게 언론인으로서, 그러나 또 방송 경영인으로 5년을 보내보신 그런 경험에 비추어서, 지금 우리 방송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이른바 종편. 좀 쭉 보셨어요?

▷정연주> 예, 많이 모니터했습니다.

▶정관용> 어떻든가요, 일단?

▷정연주> 정말 급수를 매기기가 힘들 정도로 참 저질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어떻게 이렇게 준비 없이 출발을 했을까. 이게 방송이라는 것이, 이게 신문 제작과는 달라서 돈이 참 많이 들어가거든요.

▶정관용> 맞아요.

▷정연주> 장비도 그렇고. 그 다음에 가령 기사야, 신문기사야 기자 한 명이 쓰면 되지만, 이거는 정말 많은 종합적인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고. 그래서 참 많은 준비와 이런 것들이 필요한데, 어떻게 이렇게 준비 없이 했는가. 결국 보면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온갖 무리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뭐 미디어 악법 통과되는 것 자체가 이 법률이 굉장히 문제가 많고, 그 다음에 온갖 종류의 특혜를 다 줬습니다. 의무 재전송이라든가 황금 채널이라든가 광고 직접 판매라든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특혜를 주고 이랬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보면은 뭐 시청률 참담하게 나오거든요. 너무 준비 없이 시작을 했고.

▶정관용> 0.몇 퍼센트 대라고요.

▷정연주> 예, 정말 심한 말로는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그럽니다. 지상파들 처음에 아침에 시작할 때 애국가 시작하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

▷정연주> 그때 시청률 정도밖에 안 된다고 그래서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이렇게 됐고요. 그런데 이제 이 방송이, 조중동 방송, 이 종편이 출범하면서 저는 참 걱정을 하는 것이 세 가지입니다, 근본적으로.

▶정관용> 예, 뭡니까?

▷정연주> 세 가지 영역이 아주 황폐화되어버립니다.

▶정관용> 첫 번째는요?

▷정연주> 예, 첫 번째가 컨텐츠입니다. 방송 컨텐츠, 프로그램 내용인데, 이미 뭐 다 보셔서 아시겠지만은, 이게 첫째는 시청률 경쟁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광고 수입을 많이 받기 위해서. 시청률 경쟁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들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러면 방송 프로그램 내용이나 컨텐츠는 질이 떨어지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 경쟁하다 보면은 그게 아주, 방송 질 내용이, 컨텐츠 내용이 아주 황폐해집니다.

▶정관용> 요 며칠 사이에 그런 게 보이시던가요?

▷정연주> 아이고, 뭐 대표적인 게 강호동 야쿠자 모임 참석이나 혹은 김연아 단독 앵커 같은 그런 것 아닙니까?

▶정관용> 앵커 아닌데 앵커라고.

▷정연주> 앵커 아닌데 앵커라고 해가지고 심지어 소속사에서 이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왜 하느냐, 라고 항의 보도문까지 낼 정도였으니... 그런 것뿐만이 아니고 또 보면은, 종편을 제가 모니터를 해보니까 연예오락 프로가 너무 많아요. 이게 구조적으로 선정적으로 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컨텐츠가 이렇게 되면은 결국 선정적이고 황폐해질 수밖에 없고.

▶정관용> 저급화된다?

▷정연주> 예, 두 번째는 광고 시장입니다. 광고 시장이, 그동안에 그래도 미디어랩을 통해가지고 이 광고하고 보도 쪽하고는 이렇게 제작하고는 중간에...

▶정관용> 차단막을 쳤지요.

▷정연주> 차단막이 있었어요. 이게 이제 직접 되다 보면, 이게 완전히, 벌써 이미 종편 출범하기 전에 재벌 대기업 홍보 책임자들이 비명을 질렀지 않습니까? 뭐 몇백억 내놓아라, 100억 내놓아라, 150억 내놓아라, 시청률 나오기도 전에. 광고에 접한 시청률도 나오기 전에. 이건 완전히 일종의 조폭 행태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광고 시장이 아주 황폐해지면서 광고에, 시장논리, 광고 효과에 따르는 광고가 다 그 시장이 무너지고, 그렇게 조폭 행태와 같이 그렇게 가져가게 되면, 신문도 타격을 입게 되고, 지역신문들 특히 타격을 입게 되고.

▶정관용> 그렇지요.

▷정연주> 종교방송 타격 입게 되고.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특히 적극적으로 좀 이렇게 잘 키워나가야 할 그런, 특히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서 할 부분들이 황폐해지는 것이고, 세 번째는 더 결정적인 것은, 이미 우리나라 언론매체는 거의 90%가 제 생각에는 이미 다 수구 기득권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쪽으로 기울어 있거든요. 뭐 조중동 말할 필요도 없고, 정권 직할체제에 가 있는 방송 그렇고, 대부분의 신문들, 전부 정권하고 친화적이고 그렇단 말이에요. 그런데...

▶정관용> 게다가 또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니까...

▷정연주>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정관용> 태생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정연주> 그렇습니다. 태생적으로 보수적이고 강제 논리가 지배하고. 그런 상황에서 방송까지 또 그렇게 가버리면, 진짜 우리 사회 언론 토양이나 이 여론의 토양이라는 것은 다양성이라는 것을 잃게 됩니다. 이게 민주주의의 가장 아름다움이고 바탕이라는 것이 다양성인데, 그 여론의 다양성이 그냥 황폐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세 가지 부분이 황폐화되면서 진짜 우리 사회가 이게 어떻게 될까.

▶정관용> 그래요.

▷정연주> 참 걱정이 될 정도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이제 종편을 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찬반 논란이 있을 때 그래도 한번 해보자, 라는 쪽에 서셨던 분들은, 그래도 경쟁을 좀 더 가열화되더라도 경쟁을 좀더 시키면 컨텐츠의 질이 좋아질 것이고, 우리나라의 미디어 산업 전반이 더 성장할 것이고, 뭐 심지어는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었단 말이에요.

▷정연주>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고요. 그건 정말 방송과 방송 시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이고. 그것은 그냥, 이 종편 탄생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동기거든요. 적어도 이 한나라당이나 이런 수구 정당이 다시는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신문과 방송을 완벽하게 내 편으로 만들어놓자, 그럼 신문은 이미 90% 가 있고, 방송의 경우에 KBS, MBC는 직할 체제로 되어 있고, 거기에다가 조중동까지 방송을 더 주면 이건 완벽한...

그래서 일본의 자민당 54년 집권이 가능한 토양을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봅니다. 이 종편 탄생의 배경을, 정치적 배경을. 그래서 굉장히 무리하게 했는데, 우리나라 광고 시장이나 이 컨텐츠 시장이 종합편성을 하는 채널 7개를 도저히 품을 수가 없습니다.

▶정관용> 크기가?

▷정연주> 크기 자체가요. 방송 시장도 그렇고 광고 시장이 도저히 7개라는 것은 불가능한 체제입니다. 일본도 보면은 민간 상업방송 5개거든요. 미국도 보면은 메이저 지상파가 4개 정도이고, 나머지 뭐 FOX 채널, 아니, FOX까지 해서 4개인데, 그 다음에 보면 이제 케이블에 하나의 목적을 가진 그런, CNN 같으면 보도 중심 채널.

▶정관용> 그렇지요. 전문 채널이거나 지역 채널이거나 그렇지요.

▷정연주> 그렇지요. 그러니까 이게 종합채널이, 종합편성을 할 수 있는 채널이 한꺼번에 이 좁은 시장에 7개 있다는 것은, 이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생존이 불가능한 체제입니다. 그래서 이 불가능한 생존 체제에서 생존을 하려면 불가피하게 피투성이 나는 그런 싸움을 해야 됩니다. 자기들끼리 생존 경쟁을. 결국 광고 시장 그래서 다 황폐해지고, 그 광고 시장에서 더 많은 광고를 먹기 위해서 시청률 경쟁을 하다보면 프로그램 질이 엉망이 되고.

▶정관용> 떨어지고. 그러니까 제가 그 질문을 시작했던 이유가, 정연주 전 사장께서는 첫 번째 우려로 컨텐츠의 저급화, 표현하셨잖아요. 벌써 며칠 사이에 보이더라.

▷정연주> 예.

▶정관용> 제가 이제 여쭤보고자 하는 게, 뭐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방송과 신문을 완전히 장악해서 장기 집권을 해보겠다, 라는 뜻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대중에게 진짜 영향력을 미치고 자신의 정치적 의도가 관철되게 만들려면, 프로그램이 좋아야 되거든요.

▷정연주> 예, 그렇지요.

▶정관용> 그런데 조롱받는 정도 수준의 프로그램을 내놓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게 요즘의 상황인데,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정연주> 제가 보면, 이 특히 낡은 방식, 낡은 생각, 낡은 사고에 갇혀있는 사람들. 예컨대 뭐 걸핏하면은 자기 반대자들을 다 빨갱이로 모는 이런 단순 사고를 가진 분들은 그렇게 깊이 있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정관용> (웃음)

▷정연주> 그냥 뭐 방송, 조중동하고 매일경제, 방송 4개 주면은 그만큼 보수적인 영향력이 넓어진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굉장히 단순 논리이지요.

▶정관용> 정말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따져보지도 않고?

▷정연주> 아니, 도대체 좀 제대로 상식적인 생각을 했다면, 어떻게 우리나라와 같은 이런 시장에서 7개 종합편성 채널이 가능합니까? 가령 말이지요, KBS, MBC, SBS에다가 하나가 더 생긴다, 라는 것은 그것은 한번 생각해봄직 했고, 그 하나를 만들 때 어떻게 만들었어야 하느냐 하면은, 정말 아까 우리 정 선생께서 이야기하신 그런 논리를 전개하시는 분들, 뭐 글로벌 수준에서 나올 수 있는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능력을 가진 새로운 하나의 종합편성 채널을 만들려면, 정말 제대로 된 건강한 자본, 아주 든든한 자본, 그리고 아주 막강한 인력을 가지고 충분한 준비를 가지고...

▶정관용> 오래 준비하고.

▷정연주> 하나 정도 더 생겼으면 그런 논리가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었는데.

▶정관용> 맞아요.

▷정연주> 한꺼번에 4개 준다는 것, 이거는 정치적인 이유 외에는 설명이 안 되고. 그래서 서로 이제 결과적으로는 이게 죽음의 덫이 되어가는 거지요.

▶정관용> 죽음의 덫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종편 채널 만들고 계신 분들도 지금 속이 답답하실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정연주> 저는, 제가 보기에는,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요. 이게 돈이 적게 들어간 게 아니거든요.

▶정관용> 그렇지요.

▷정연주>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고, 이게 언제 정상화될지 지금 안 보입니다. 제가 KBS 사장을 5년 해봐서 아는데요, 드라마건, 예능오락 프로이건 이게 무슨 악 쓴다고 그래가지고 대박이 탁 터지는 게 아닙니다.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와 그것을 또 다 용납을 해줘야 되고.

▶정관용> 계속된 투자가 있어야 되는 거고.

▷정연주> 계속된 투자와 시간을 가지고,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되고. 그러다 보면은 또 제작진들이 온갖 창의력을 다 발휘해가지고 하다보면 한 10개 시도하면 그 중에 한두 개는 되거든요. 드라마도 그렇고 연예오락 프로도 그렇고, 다른 프로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고, 그 다음에 충분한 시간을 줘야 되는.

▶정관용> 그렇지요.


▷정연주> 그런데 지금 종편하는 종편 사업자들은 그런 여유가 없지요.

▶정관용> 그렇겠지요. 하루하루가 아주 초조할 것 같아요.

▷정연주> 그래서 저는 오히려 더 횡포가 심해지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생존을 해야 되니까.

▶정관용> 그런데 그런 횡포를 부리면, 또 시장에서 오히려 외면당하고. 악순환 아닐까요?

▷정연주> 그렇지요. 그런데 이제 일시적으로는 뭐 일종의 조폭과 같이 자릿세 내놓아라, 하는 식으로 광고를 일부 일시적으로는 가져갈 수 있어도 그게 장기화, 일상화될 수는 없지요. 광고 효과 없는데 어떻게 광고를 냅니까?

▶정관용> 그렇다면 많은 분들이 예상하듯이, 이 4개 사, 조금 지나면 없어지지 않겠느냐, 저절로. 이런 예상도 하십니까, 어떻게 보세요?

▷정연주> 저는 뭐 벌써 한 2년 전부터 그렇게 이야기해왔습니다. 만약 3개 내지 4개 생기면 다 죽는다. 그 중에 잘하면 하나 살아남지만, 그것도 그냥 마이너리그 정도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금 출범하고 난 이후에 계속되는 프로그램의 질이나 여러 가지를 보니까 오히려 그 시간이 좀 빨라질 것 같아요.

▶정관용> 참... 뭐, 아무쪼록 그래도 이왕 만들어진 것, 좀 잘하기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한 며칠 사이의 모습은 그렇지를 못한 것 같다.

▷정연주> 예, 그러니까 너무, 정치적인 이유로 탄생하고, 그러다보니 너무 조급했고요. 그러니까 이렇게 중요한 방송과 관련된 정책 결정을 꼭 4대강 하듯이 했지 않습니까? 그냥 막 속도전이지요.

▶정관용> 맞아요.

▷정연주> 그런데 이걸 이렇게, 언론 시장 자체, 언론 토양 구조 자체를 바꾸는 중요한 정책을 어떻게 이렇게, 그렇게 무리하게 급작스럽게 합니까? 미디어법 통과되는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이런 것은, 특히 백년대계와 관련된 이런 중요한 정책이나 사업들은 충분하게 헤아리고 고려하고 그래야지요.

▶정관용> 더 신중해야 되고.

▷정연주> 예, 자기 정권, 자기 당대에 못하면, 많은 준비 해서 다음 정권이 할 수 있도록 넘겨주고 해야 하는데... 그래서 저는 이건 정치적인 이유라고 보는 거지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아무쪼록 그동안 가지고 계신 많은 경험이나 이런 것들을 바탕에 두고 계속 좀 날카롭게 모니터도 해주시고요.

▷정연주> 예.

▶정관용> 좋은 칼럼을 통해서 그나마 우리 언론계에 좀 조금이라도 발전이 있을 수 있도록 역할해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정연주> 감사합니다.

▶정관용> 오랜만에 나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연주> 예, 고맙습니다.

▶정관용> 전 KBS 사장, 정연주 사장을 함께 만나봤습니다. 잠시 뉴스 들으시고요, 35분, 3부에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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