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근 영하의 날씨에 한미FTA 비준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쏴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물론 물(대)포 사용은 규정에 따른 적법한 공무집행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물대포 사용은 경찰 내부 지침에 따른 것으로 법적 근거가 희박해 적법성 여부에 대한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헌법은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권리는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기 위해서는 명백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경찰관직무집행법은 무기와 경찰장구, 최루제 및 그 발사장치 등을 경찰장비로 정하고 이 장비의 종류와 사용기준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물(대)포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도 없고 다른 어느 법률에도 나타나 있지 않다.
일반인에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 지침이 있을 뿐이다. 물(대)포와 비슷한 개념인 살수차도 마찬가지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없던 살수차는 대통령령인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하 경찰장비사용규정)에 등장한다.
하지만 대통령령은 위임입법으로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에 관해서만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에 명시적 근거가 없는 물대포를 대통령령에 의해 사용할 경우 위법성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권위는 2008년 촛불집회 직후 시위진압용으로 사용하는 물포의 사용기준에 대해 "부령 이상의 법적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까지 했었다. 당시 인권위는 "지침이 자체 내부규정에 불과하고 대외적 규범력이 없으며, 그 구체적인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외부통제를 받지 않으므로 법적 근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현재 물포운용지침에 따라 사용요건과 절차ㆍ살수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20m 이내의 근거리 시위대를 향해서 직접 살수포(물대포)를 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슬그머니 삭제돼 현재는 거리 규정이 없다.
법에 근거하지 않은 내부 지침이 집단 논리에 의해 쉽게 개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부분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경찰은 "근거리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현재는 없고, 경찰은 현재 규정을 따를 뿐"이라며 "물포사용지침은 경찰장구사용매뉴얼보다 더 구체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새로 개발하는 경찰장비를 모두 법률에 넣을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것"이라며 "대통령령에는 집회시위관리용 물포는 운용지침을 따른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포사용지침'에는 "불법집회, 시위 또는 소요사태로 인해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 대한 위해를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물포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상황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법에 근거한 권총과 수갑 등 경찰장구가 범례와 정당한 사용례와, 잘못된 사용례까지 들어가며 사용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김남희 변호사는 "경찰장비 모두를 법률로 정할 수는 없지만 물대포처럼 국민의 기본권을 즉각적으로 침해하는 장비는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며 "현재 법에는 물대포와 살수차에 대한 근거규정이 없는데 경찰청이 내부규정으로 물대포를 쏘는 것은 명백히 위법이고 위헌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장비사용규정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경계하기도 했다.
경비함정의 물대포는 사람을 향해 직접 발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는데, 경비함정에서 사람을 향해 쏘지 말아야 할 물대포를 살수차에서는 쏴도 된다고 해석할 근거는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물대포를 사람을 향해서 쏴야하지 어디를 향해 쏘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