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 식당·고시텔 미어터지는 이유?

'논술 대박' 대치동 유명 학원들 입시생 몰려… 지방에서까지 원정 수업 예약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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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중앙대 등이 지난 주말에 논술 시험을 치렀다. 이번 주말에는 카이스트, 고려대, 한양대, 숙명여대, 외국어대 등에서 논술이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 학원가는 논술과 면접을 준비하려는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올해 수능이 쉽게 출제돼 논술과 면접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서울 주요대학에 들어가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몰려들면서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 유명 논술학원 학생들로 즐거운 비명...학원밖에는 외제차 즐비

15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의 한 유명 논술학원. 카이스트 대비 면접반 첫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이어 두 번째 강의를 수강하려는 학생들이 학원으로 물밀듯이 들어가면서 학원입구는 순식간에 북새통으로 변했다.

학원앞 골목도 학생들을 내려주는 차량과 태워가려는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학생들을 내려주고 태우는 차량들은 벤츠, 푸조, 캠리, 렉서스, 폭스바겐 등 대부분이 고급 외제차들로 외제차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근처 또 다른 유명 논술학원에서 고려대 논술 대비반 강의를 듣고 있는 김 모(19)군은 "이 학원의 합격률이 제일 좋다고 해서 다닌다"면서 "친구들도 거의 다 논술학원을 다닌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에서 올라온 재수생 김 모(19)군은 "수능 시험 다음 날 서울에 올라와서 압구정동 이모집에 머무르면서 학원에 다닌다"면서 "학교 선생님한테 배웠던 작년보다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이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 열흘에 200만원 넘어...불법 고액과외는 부르는 게 값

대치동 논술 학원의 논술 수업료는 하루 1회 4시간에 10~12만원선이다. 한 학교 대비 강의를 1주일 동안 듣게 되면 70~84만원이 든다.

하지만 수시 중복이 가능해지면서 두 학교를 지원한 학생의 경우 하루 2회 8시간 20~24만원, 1주일이면 100만원을 훌쩍 넘고 열흘에 200만원 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룹과외 가격은 더욱 높게 형성돼 있다. 많게는 시간당 25만원까지 받는 곳도 있고, 일부 불법 고액 논술 과외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게 학생들의 전언이다. 사정이 이럼에도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원하는 대학에 갈 수만 있다면 값이 얼마든 충분히 감내하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아들을 학원에 데려다 주고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던 정 모(50.여)씨는 "마지막으로 며칠 하는 건데 돈이 얼마든 중요하지 않다"면서 "집에서 혼자하면 불리해서 학원에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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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 주변 식당, 커피숍, 편의점 등도 덩달아 대박

논술 학원이 대목을 맞으면서 학원 주변의 식당과 편의점, 커피숍 등도 대박이 났다. 대치동에서 내로라하는 논술학원이 즐비한 거리의 대형 음식점에는 대부분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한 대형식당 사장 정 모 (47)씨는 "작년에도 손님이 많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이 30% 늘어났다"면서 "논술 강의 중간 쉬는 시간, 끝나는 시간에 한꺼번에 30~40명씩 우르르 몰려온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학부모들이 미리 와서 갈비찜 등을 시켜 놓고 쉬는 시간 30분 동안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서 올려 보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근처 커피숍은 아예 학부모들 대기실로 이용되고 있었다. 삼삼오오 고3 학부모들이 모여 앉아 학원에서 나눠 준 자료들을 보고 대학입시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수원에서 온 고3 학부모 안 모(48.여)씨는 "딸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커피 한 잔 시켜놓고 꼬박 2시간 반을 기다렸다가 1시간 걸려서 집에 돌아간다"면서 "아이들 고생, 엄마들 고생으로 이어지는 논술, 입시제도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로 고시텔, 모텔 동나

학원 근처 고시텔과 모텔 등은 없어서 못구하는 실정이다.

학원이 즐비한 거리 부근의 B 고시텔 사장은 "학생들의 수요가 엄청나다"면서 "없어서 못 구한다. 방이 나오는 즉시 들어가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때 아닌 방 구하기 전쟁의 실상을 소개했다.

논술 학원들이 대부분 문을 닫는 10시가 되자 대치동 학원가는 대형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곳저곳에서 경적소리가 울리고 주차 안내원들은 숨 돌릴 틈 없이 바빴다.

지방에서 올라온 일부 학생들은 고속버스 시간안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하기 위해 택시잡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강의를 끝내고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 김 모(49.여)씨는 "사교육이 신이 돼 버린 대치동은 논술 요지경이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나왔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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