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힐 뻔한 택시강도살인사건, 제보하나에 14년 미제사건 해결

우연히 들은 제보자의 얘기가 발단이 돼 묻힐 뻔한 택시강도살인사건의 전말이 14년 만에 밝혀졌다.

택시강도사건은 지난 1997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택시기사인 김모(당시 52세)씨는 같은달 28일 오후 10시께 전주시 금암동 금암광장에서 남성 3명을 태웠다. 택시는 목적지인 임실 방면으로 향했다. 택시가 완주군 상관면 한일장신대학교 부근을 지나자 승객 3명은 강도로 돌변했다. 강도들은 흉기로 위협해 압박붕대로 손과 발을 묶은 뒤 입에 재갈을 물린 뒤 현금 10만원을 빼앗고서 임실군 신평면 용암리로 택시를 돌렸다. 이들은 오원천 대치보에 운전사 김씨를 빠뜨려 3m 깊이 물속에 익사시켰다.

이들은 다시 전주로 달린 뒤 전주시 덕진동 삼성문화회관 주차장에서 빼앗은 택시를 불로 태웠다. 경찰은 이때 불탄 택시 운전사가 미귀가한 것으로 알고 소재파악에 나섰다. 그러던 중 10일 뒤인 11월 8일 낮 12시 17분께 오원천에서 주민 김모(당시 25세)씨가 김씨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살인사건으로 전환됐다.


경찰은 전주 북부경찰서(현 덕진서)에 수사전담반을 설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택시를 불 태웠을 당시 3명의 남성들이 뛰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진술만 확인했을 뿐, 수사는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결국 4년간 수사를 벌이다 용의자도 특정하지 못한 채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그렇게 14년이 흐르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묻히는 듯 했다. 하지만 제보자의 한 마디가 사건해결에 불을 붙였다. 지인으로부터 택시강도살인사건을 전해 듣고서 전주 완산경찰서 형사에게 말해준 것. 제보대로 수개월간 주변수사를 한 뒤 김모(34)씨로부터 범행 자백을 받아낸 뒤 공범 김모(33)씨를 검거했다. 나머지 박모(34)씨는 지난 2008년 전주에서 금은방절도를 벌이다 붙잡혀 현재 전주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14년 동안 살인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면서 자살을 수도 없이 생각하고, 자수도 하려했으나 차마 하지 못해 지금까지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고 진술했다.

우연히 듣게 된 14년 전의 사건 얘기가 공소시효와 함께 영원히 잊힐 뻔 한 사건을 해결했다. 이번 택시강도살인사건의 공소시효(15년) 만료일은 2012년 10월 28일이었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10일 택시와 금품을 빼앗고 운전사를 살해한 김모(34)씨 등 3명에 대해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라일보 김승만기자/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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