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은 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만약 20대였다면 두말없이 '못해요'라고 했을거다. 그땐 (노출이) 싫어서 도망쳤다"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이 열려있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기회는 왔고,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더 늙기 전에 스크린에 담아보고 싶은 마음도 한편으론 있었다"고 전했다.
극 중 베드신, 노출 등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내가 생각해도 야하다. 아마 보시면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라고 예고까지 했다. 김혜선은 "극 중 '베드신'은 단 한 장면도 없다. 모두 현장에서 이뤄진다. 얼마나 짜릿하겠나"라며 "또 다른 나를 마음껏 보여줬기 때문에 후련했고, 답답한 역할을 하다 그런 것을 해소할 수 있는 역이라서 속시원하게 찍었다"고 자랑했다.
사실 김혜선은 스크린 자체가 오랜만이다. 카메오 출연을 제외하면 1994년 '키스도 못하는 남자' 이후 17년 만이다. 그런데 파격노출까지. 말 그대로 '충격'이다. 소속사에서 발칵 뒤집히는 건 당연해 보였다.
김혜선은 "40대에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도 흔치 않다.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며 소속사를 직접 설득했다. 또 감독에게는 "현장에서 노출 문제로 힘들게 하는 일은 전혀 없을 테니 김혜선을 최고로 예쁘게 찍어달라"는 약속을 받았다.
40대지만 그래도 여자는 여자다. 예쁜 몸을 보여주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그녀는 "시나리오를 받기 전 살이 쪄서 운동을 하게 됐는데 시나리오를 받은 뒤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며 "죽기 살기로 운동해서 3개월 동안 10kg를 뺐다. 감독님이 감탄을 하더라"고 웃었다.
쿨하게 결정했지만 막상 현장에 갔더니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고. 김혜선은 "어차피 할거라면 당당하자란 마음을 먹었다"며 "아줌마니까 가능한 질펀한 농담을 먼저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고 밝혔다. 이어 "벗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라 그 때의 표정, 내면이 어떻게 나올지가 더 부담이고 힘들었다"며 "물오른 40대의 느낌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벗는 것 보다 더 힘들었던 건 한참 어린 후배와의 호흡이다. 그녀는 "연하를 사랑해 본 적도 없고, 1~2살만 어려도 동생이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라며 "하물며 상대는 얼마나 어려웠겠나. 화면에 거짓처럼 나와 우스꽝스러운 영화로 만들지 말자고 풀어주는 척 하면서 다가갔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한 때 김혜선은 당대 최고 톱배우였다. 그 때의 팬들이라면 김혜선의 파격 변신에 충격을 먹을지도. 김혜선은 "저랑 같이 세대를 걸어온 친구들이 보면 이 나이에 섹시함을 어필할 수 있다는 것에 부러워하지 않을까"라며 "또 옛날 청초했던 분위기가 이렇게 변했다는 것에 충격을 먹어도 나쁘지 않다"고 웃었다.
"배우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감추기보다 노출마저도 당당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무작정 벗는 게 아니라 좋은 영화인데 벗어야 한다면 과감하게 벗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