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이 무혐의 처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어제, 도청 연루 의혹을 받아온 KBS 장 모 기자와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경찰은 지난 6월 말 한선교 의원이 비공개 회의를 도청한 뒤 그 내용을 공개했다며 민주당이 경찰에 한 의원을 고발하자 지금까지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해왔다.
그러나 도청 연루 의혹을 받아온 KBS 장 기자는 사건 당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며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한선교 의원은 도청 지시 여부를 부인하며 경찰 출두요구에 끝내 불응했다.
CCTV 확인과 탐문수사 등 다각적인 수사를 해왔다는 경찰은 혐의를 입증할 아무런 물증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4개월이 넘도록 허송세월한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각도로 수사해왔다는 경찰의 설명이 민망하다.
무슨 이런 수사가 있는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그렇다면 경찰의 수사력이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일까? 우리 경찰이 그렇게 무능한가? 그건 아니다.
도청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경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리라고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능력을 못 믿어서가 아니었다.
이 사건의 성격 자체가 경찰이 소신껏 수사하기에는 버거운 사건이라고 본 것이다.
불행히도 예상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민주당은 경찰이 여당과 언론의 눈치보기 수사를 한 것이라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 책임을 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적 언사일 뿐 민주당이 뭘 어쩌겠는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표적 수사'이자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였다면, 경찰의 민주당 도청의혹 수사는 반대로 '눈치보기 수사'이자 봐주기 수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사건은 이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흐지부지 잊혀갈 것이다.
강절도나 살인사건 등에서 발휘되는 우리 경찰의 탁월한 수사력도 정치적인 사건 앞에만 서면 어찌된 일인지 한없이 쪼그라든다.
그래서 '눈치보기 수사'니 '봐주기 수사'니 하는 비아냥이 나온다.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