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다시 고공행진하는데 당국은 어디에?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홍석희씨(34)는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차를 끌고 다닐 수 없습니다. 이건 저만의 얘기가 아닐 겁니다. 정부가 이렇게 손놓고 있어야 되겠습니까. 뭔가 우리 국민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고 강조했다.
서울 신설동 인근 주유소에서는 이미 2200원대를 넘어선 지 오래고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 서울 도심지에서 휘발유값은 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연일 상승하는 휘발유값으로 급기야 리터당 2300원대를 넘기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서민의 허리가 휘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휘발유값은 물가와의 전쟁을 자처한 당국이 가격을 내리겠다고 공언한 분야.
지난 4월초부터 7월초까지 3개월동안 당국은 기름값 할인정책을 펴며 리터당 100원을 내렸다. 하지만 한시적인 정책이었다보니 종료되자마자 휘발유값은 치솟는 국제 유가와 환율 효과에 다시 고공행진 시대로 돌아갔다.
이후 당국에서는 이렇다할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어서, 생색내기란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구로동에 사는 박창규씨(37)는 "기름값 관련해서 최근 정부에서 인하인하 얘기하는데 소비자입장에서는 체감효과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며 "3개월동안 100원 내렸다고 하는데 당시 주유소에 이 정책이 바로 적용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기름값 할인정책이 정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구요."고 불만을 토로했다.
◈ 통신비 인하 아직 안됐는데...비싼 요금제 승인
당국의 물가잡기가 생색내기라는 비난에 직면한 건 비단 휘발유값 때문만은 아니다.
통신비도 당국이 물가잡기 일환으로 지난 6월 기본료 1000원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정작 시민들은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료 인하 발표는 6월에 했지만 현재 이행된 곳은 SK텔레콤 밖에 없다. 이마저도 발표 3개월 후인 지난달 중순부터 적용된 것이다.
서울 목동에 사는 강혜씨(29)는 "통신비 인하했는지 잘 모르겠어요"며 "처음에는 바뀐지도 몰랐고 기본료에서 1000원 인하된 것이다보니까 별로 와닿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통신비 문제는 휘발유값처럼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다. 새로운 통신망이 생기면서 기본 요금이 크게 오른 것이다.
최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로운 통신망인 4세대 통신망 전용 요금제를 승인해 사실상 시민들이 부담해야하는 통신비 기본요금은 기존 3G 스마트폰 요금제와 비교해 줄어든 음성통화 시간, 무선 데이터 안심 옵션 추가 부담 등을 고려하면 1만원 이상 늘게 됐다.
국내 통신 시장의 신규 시장 대체효과를 고려하면 대다수 소비자들은 요금 인하 혜택은 커녕 통신비 부담이 더욱 높아지게 된 격이다.
이 때문에 당국의 물가잡기가 실생활과 떨어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식품기업을 대상으로 밥상 물가잡기에도 나섰지만, 올해 벌써 제과, 음료, 햄 등에서 가격인상이 단행됐다. '마지막 보루'격인 우유제품도 흰우유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결국 가공우유 제품까지 오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올해 각종 논란만 양산한 당국의 물가잡기. 통제를 벗어나 솟구치는 물가에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신뢰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