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한때는 극단적인 생각도 했지만..."(인터뷰)

[노컷인터뷰] '보스를 지켜라' 차지헌이 치유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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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34)은 영리한 배우다. 스스로를 정확히 알고 어떤 연기를 해야 잘할 수 있고, 대중들이 좋아해줄지 파악해 이를 피해가기도 혹은 정면 승부를 펼치기도 한다. 지난 9월 29일 종영한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이하 보스)에서 지성은 대중들의 기호와 자신의 주특기를 100% 발휘해 정면승부를 펼쳤고, 그 결과는 꽤 괜찮았다.

“슬램덩크 속 강백호 같은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지성은 ‘보스’ 속에서 여주인공이 위험에 처할 때 마다 ‘짠’하고 나타나는 왕자님이 아닌 비서 은설(최강희)을 기다리는 바보온달이 되었다.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골백번은 더 등장한 재벌 3세였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재벌은 달랐다. 철부지에 때로는 나약하지만 보는 사람을 웃게 만든 차지헌처럼 이젠 남을 웃게 만드는 법을 알게 된 배우 지성을 만났다.

“차지헌을 통해 치유됐다”

- 마지막 엔딩 장면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 은설과 함께 비오는 길을 걸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키스를 하는. 본인 스스로도 여운이 많이 남았을 것 같다.

▲ 드라마 자체가 나에게 밝음을 줬다. 차지헌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줬듯 제 인생도 치유가 됐다. 원래 밝은 성격이지만 안좋은 일도 있고, 내 환경 자체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자주 웃는 사람들 이면에 아픔이 있듯이 저도 우울할 때가 많았다. ‘로얄패밀리’(MBC, 2011년)를 끝내고 나서는 그게 더 심해졌다. 여행을 가도, 친구들을 만나 웃고 떠들어도 우울함이 떠나질 않았다.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그러나 이 작품을 하면서 내 스스로 치유가 됐다.

- 차지헌을 통해 치유가 되기에는 그렇게 쉬운 캐릭터는 아니지 않나. 공황장애를 가진 재벌 3세라.

▲ 지헌을 만나기 이전에 하고 싶던 캐릭터가 있었다. 발랄하고 명랑하면서 조금 덜 떨어지고 모자라지만 매력있는...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 같은 캐릭터가 하고 싶었다. 의지는 너무 충만한데 해도 안되는 그런 사람 있지 않나. 근데 ‘보스’의 시놉을 받아보고, 스토리보다 내가 평소 하고 싶던 캐릭터를 연기해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딱 들었다. 그게 맞아 떨어졌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공황장애 역시 유쾌하게 풀어내고 싶었다.

- 막상 하고 싶던 캐릭터를 해보니 어땠나.


▲ 캐릭터를 잡고, 그때부터 의상콘셉트나 헤어스타일, 걷는 폼까지 디테일한 부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근데 막상 첫 촬영에 들어가니 다들 너무 걱정을 하더라. 박영규 선생님이나 최강희씨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그때 배우들과 감독님 작가님에게 ‘저를 믿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시행착오도 분명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한 사고와 가치관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아 기쁠 따름이다.

- 이번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는 뜻인가.

▲ 20대 초중반에 가졌던 진취적이고 에너지틱한 모습, 순수하면서도 꾸미지 않은 모습을 끌어내려고 했다. 그게 얼마만큼 표현된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연기를 할 때 스스로 생각한 부분의 60% 정도가 캐릭터로 표현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70%정도 표현된 거 같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이나 연기적인 부분에서 만족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나를 보고 즐거워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번 작품에서 많은 분들이 연기변신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생각보다는 하나씩 변하는 모습에 내 스스로 놀랐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 사실 난 실제로 별로 재미없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 적도 별로 없고,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 근데 연기를 통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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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운 척, 깨버리고 싶었다”

- 인간 지성과 차지헌은 얼마만큼 닮아있나?

▲ 글쎄. 6~70%는 닮았다. 유치하면서 발랄한 부분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차지헌이란 캐릭터가 있다면 그 속에 제가 들어가 저의 가치관을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나와 닮아있을 수밖에 없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이 답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나를 집어넣었다. 지헌이가 공황장애를 격을 때 함께 겪었고 극복하는 단계의 감정변화도 함께 느꼈다. 스스로 공황장애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최면을 걸고 연기를 해서 그런지 나 스스로 재밌었다.

- 결국 차지헌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

▲ 사실 지헌은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이 됐으면 했다. 어린 시절에 멈춰버린 사람. 저도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걸 지헌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왜 더 어른스럽고 남자다운 척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걸 지헌을 통해 깨버리고 싶었다. ‘애처럼 되어 보세요’ ‘하고 싶은 대로 해보세요’라는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헌은 무엇을 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같이 흐뭇해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들에서 나와 차지헌은 서로 호흡이 잘 맞았다.

“무거운 역할이 나를 발전시킨다고 생각했다”

- ‘대놓고’ 로맨틱 코미디는 데뷔 후 처음이다. 굳이 차지헌이란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로맨틱 코미디란 장르가 참 잘 맞는 배우란 생각이 드는데 그동안 왜 안했나.

▲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로맨틱 코미디란 장르가 제가 접근하기 편하고 어느 정도 자신도 있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런 감성이 담긴 작품을 일부러 하기 싫었다. 제가 연기를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작품, 저에게는 없는 면을 끄집어내고, 뜻이 심오하고 연구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뉴하트’(MBC, 2007년)가 저에게 더 어울린다고 했지만 ‘태양을 삼켜라’(SBS, 2009년)나 ‘김수로’(MBC, 2010년) 같이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역할이 나에게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나이 때 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을 하나씩 하나씩 하고 싶었고, 그게 다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시청자들이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차지헌’ 같은 인물이 내게 꼭 맞는 옷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쌓아왔던 그 전 작품들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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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도 로맨틱 코미디를 계속 하고 싶다는 얘기인가.

▲ 이제 한 쪽으로 극단적인 것은 피하려고 한다. 지나치게 남자다운 역할을 안한다(?)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완전히 나와 다른 사람을 만들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때마다 내 옷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영화를 통해 디테일하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드라마에서 만큼은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고 싶다.

- 본인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다면.

▲ 기준을 안 두려고 하는 게 제 기준이다. 예전에는 이거 저거 확실한 기준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 마음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다. 내 마음이 끌려가면 하는 거다. 지금은 다 열어놓고, 보려고 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하면서 깊이도 찾고 싶다. 거창할 수 있지만 저를 통해 밝은 세상을 보여주고 희망을 주고 싶다.

“결혼...그리고 그 분의 이야기는 천천히”

- 마지막으로 결혼에 대한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이제 결혼도 생각해야할 나이(34) 아닌가.

▲ 결혼은 아직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일도 좋고, 지금 내가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누굴 데려다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 지금은 때가 아닌 거 같고 때가 되면 과감하게 할 것이다. 아이들이 너무 좋기 때문에 결혼은 꼭 할 것이다. 그 분(이보영)과의 연애 이야기도 그때가 되면 속 시원하게 다 하겠다. 할 얘기가 얼마나 많은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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