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석유판매 주유소 단속 왜 안될까

지자체 등 "유사석유 적발에 문제가 많다"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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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석유 판매를 적발해도 90%가 소송 제기해요. 바지사장이 다시 주유소 설치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도 없고요."

유사석유 판매 주유소 적발·단속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와 유관 기관들이 "유사석유 적발에 문제가 많다"며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7일 경기도는 수원·화성 등 지역내 주유소 폭발사고가 잇따르자 김성렬 행정부지사 주재로 유사석유로 인한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주유소 안전점검 관계기관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유관기관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과 일선 소방서장,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장과 석유관리원 정책총괄팀장, 31개 시·군 관계자 등 67명이 참석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주유소 폭발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기관별 추진업무와 합동점검 협조, 기관별 문제점과 개선방법 등이 논의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성규 수원시 경제정책과장은 "지자체에서 행정처분을 강력히 해도 업체들이 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영업정지된 업체의 행정심판 청구를 경기도가 받아들여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장안구 파장동 A주유소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유사석유 판매가 적발됐다.

특히 지난 7월 적발시에는 가짜 석유 농도가 90%에 육박하는 등 불법 정도가 심해 시는 지난 8월 22일 규정에 따라 A주유소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를 내렸다.

현행법상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는데 2회 적발된 주유소는 과징금 7천500만 원, 영업정지는 6개월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업자는 임대료를 내고 주유소를 운영하던 임대사업자였고, 주유소 실 소유주가 새로이 운영을 하겠다며 영업정지 조치를 과징금 부과로 변경해달라고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도는 수원 주유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4일 이후인 26일, 이를 받아들였고 향후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해 A주유소에 대한 영업정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행정심판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A주유소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고 위원회에서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이 내려지면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이 과장은 "경기도가 상습적으로 유사석유를 판매한 주유소의 손을 들어준 이유를 모르겠다"며 "그것도 주유소 폭발 사고가 난 직후 그같은 결정이 나온 것이어서 더욱 어이가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새로이 운영을 하겠다는 사람은 주유소를 승계 받자마자 영업정지가 되는 것으로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해 심리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 행정심판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사석유 판매가 적발돼도 업체들은 소송을 제기하거나 A주유소의 경우처럼 행정심판을 청구해 실질적인 제재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주유소 폭발사고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수원시의 경우, 올해 적발된 9건의 유사석유 판매 사례 중 7건이 소송에 휘말렸다.

법원의 판단에 맡긴 행정소송이 5건, 경기도에 영업정지를 해제해 달라고 제기한 행정심판이 2건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적발된 22곳의 유사석유 판매 주유소에서 31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서 "공무원들이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할 만큼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고 푸념했다.

지난달 28일 주유소 폭발사고가 난 화성시도 "행정 처분을 내리면 업주들은 유조차 운전기사가 중간에 유사석유로 바꿔치기 했나보다고 모른척 하며 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행정소송이 들어가면 법원에서도 판매업자가 유사석유인줄 알고 팔았는지 모르고 팔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그에 따라 형량이 낮아지는데 알고 했던 모르고 했던 처벌에 영향이 미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과징금 제도를 없애고 영업취소로 유도해야 하는데 요즘 논의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바지사장이나 가족들이 다시 주유소를 설치하겠다고 신청하면 막을 방법이 없어 근본 대책이 못된다"고 지적했다.

부천시 에너지관리팀장도 "이번에 실시되는 합동 단속이 일회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며 "현장에서 유사석유가 의심되도 장비가 없어 주인들이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 처벌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유사석유 단속 전문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이 각 지자체에 단속 메뉴얼과 간이 기계 등을 협조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또 "부천에서도 업자들의 소송 제기로 공무원들이 정당한 단속을 하고도 변호사 없이 대응하느라 힘든 상태"라며 "명확한 단속 체계와 그로인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안성소방서장은 간단한 '유사석유 감별법'을 소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가격이 유달리 싸거나 주유시 세차 서비스 제공, 직영 주유소가 아닌 임대 주유소일 경우 100% 유사석유 판매 주유소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근본적 문제인 유사석유 제조.판매에 대한 허술한 단속과 낮은 처벌수위, 유사석유검사 인력.장비 부족 등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마련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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