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 들어간 모텔은 지난 2000년부터 성매매로 유명세를 떨친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모텔로 남대문시장 건너편에 있다. '00장', 'XX장' 간판을 걸고 있지만 단체 손님 등 특별한 요청이 있지 않으면 잠만 자는 숙박객은 거의 받지 않는다.
대신 낮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다. 오전 11시쯤 출근하는 오전조는 저녁 8시까지 일을 하고, 오후 8시에 출근하는 오후조는 이튿날 새벽 4시가 넘어서야 퇴근한다.
한 성매매 여성에 따르면 오전조에 소속된 성매매 여성만 20~30명, 오후조까지 합치면 50명이 넘는 여성들이 모텔 한 곳에 소속돼 일한다. 이 곳에 성매매를 하는 업소가 10여 곳임을 감안하면 이 일대 성매매 종사 여성 수가 적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nocutV 바로가기]도심속 성매매현장 포착
◈"오전조 절반 이상 출근해야 될 정도로 성업"
오전조에 속한 한 성매매 여성은 "학생이나 군바리, 회사원들이 낮시간에 많이 오는데 오전조 중에 절반 이상 출근해야 영업이 될 정도로 낮부터 성업"이라고 귀뜸했다. 또 "외근 나왔다가 회사로 돌아오기 전에 잠깐 들르거나, 근무 중에 ‘땡땡이를 치고’ 많이 오고, 반차를 쓰고 오는 직장인들까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밤이 되면 호객꾼들까지 나서 이 일대 모텔촌은 거대한 집창촌으로 변한다. 금요일이던 지난달 30일 밤 11시. 성매매를 권유하는 호객꾼 일명 '삐끼' 과감하게 회현역까지 진출해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려는 직장인들을 붙잡고 흥정을 벌였다.
호객꾼들은 직장인들의 손목을 잡아 끌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에이스로 해주겠다', '20대를 보장한다', '고를 아가씨가 많다'는 등의 이런 저런 조건을 내걸고 손님들을 자기네 업소로 유인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밤낮 없이 이어지는 성매수 고객과 업소들의 호객행위에 주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주민들 "경찰에 고발하고 싶어도 해코지 당할까 두려워.."
주민 강 모(57.여)씨는 "경찰에 고발하고 싶어도 고발한 사람 전화번호가 뜨기 때문에 해코지하는 게 무서워서 말도 못한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주민 박 모(50.여)씨도 "밤마다 (호객꾼들이) 지나가는 사람들 다 잡고, 불러들인다"며 자기 아들도 몇 번 붙잡힌 적이 있다면서 혀를 찼다.
사정이 이럼에도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한 성매매 여성은 "단속나와도 연인사이라고 하면 그만이고 상대가 유부남이라고 해도 이곳이 숙박업소로 신고돼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진짜 위험하다 싶으면 아가씨들이 나오지 않는다", "업소에서 알아서 직원들에게 귀띔을 해준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단속정보가 새고 있다는 강한 의심도 든다.
경찰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경호 근무도 많고 집회도 많고...남대문경찰서가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단속을 해도 쏙 들어갔다가 쏙 나온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얘기는 다르다. 주민들은 "주택가 인근에서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데 경찰은 단속도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용산, 영등포, 청량리 등 전통적인 성매매 밀집지역은 집중 단속으로 철퇴를 맞았거나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남대문시장 건너편에서는 오늘도 보란듯이 성매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곳에서 성매매방지특별법은 단순한 문서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