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는 죄값을 받겠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2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간동안 수사관들을 종로구 창신동 제일2저축은행 본사로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정 행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한창 진행되던 낮 12시 20분쯤 본사 건물 6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한 목격자는 "머리부터 떨어지면서 쿵 하는 소리가 났고, 피를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 행장의 지갑 안에서 현재 상황을 자책하는 내용의 유서를 발견했다.
정 행장은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편지지에 자필로 "현재 세 곳에서 매각관련 실사를 하고 있지만 실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져도 자력회생한 사례가 없고, 협의가 제 시간안에 끝내기 어려울 것 같다"며 "죗 값을 받겠다"고 적었다.
또 "관계기관의 협조와 관심을 부탁한다"면서, 일부 이사들에게는 '수사에 잘 협조하라'는 당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은 정 행장이 고객에 대한 미안함이 컸고, 특히 5000만원 이상을 맡긴 예금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인수합병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우리는 다른 저축은행들과 비교해서 부실비율이 크지 않았고, 3개 회사가 인수합병을 검토하기 위해 은행에 실사까지 나와있어 임직원들은 앞으로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검찰 압수수색까지 들어오면서 인수합병이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압박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행장의 자살에 대해 검찰은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