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9월 22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조광> 예, 안녕하십니까?
▶정관용> 우리 공부 좀 하겠습니다. 민주주의랑 자유민주주의,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조광> 이거는 아마 역사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그 발전 과정을 봐야 될 것입니다. 이제 18세기 루소의 사상과 그리고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자유가 굉장히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을 하고 또 민주주의가 성립이 됩니다. 여기에 이 개인의 자유와 능력에 대한 극대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구체적인 개념이 등장을 했지요. 이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개념 자체 안에는 어떻게 보자면 자유방임적인 그러한 요소까지도 같이 포함이 된 그러한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기에 오게 되자면, 사회주의가 등장을 하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조광> 산업혁명에 대한 하나의 파생적인 반발이라고 할까요, 그걸로 그래서 사회주의가 등장을 하고, 그걸 막기 위해서 비스마르크의 정책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 사회론 등등도 제시가 되어서 이 자유만이 전부가 아니다, 평등의 요소도 존중을 해야 되고, 사회적으로 탈락이 된 약자들, 그들에 대한 보호도 사회가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나오게 되지요. 그래서 이렇게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지 민주주의의 기초가 더 확고해진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던 것이지요. 그래서 이 단계에 오자면 민주주의라는 요소에 종전의 민주사회적인 요소가 조금 더 가미가 됩니다.
▶정관용> 사회민주주의 이런 것?
▷조광> 예, 복지라든지, 그리고 약자에 대한 보호라든지, 지나친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가미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20세기 후반기에 오자면 우리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다 복지국가를 추구한다고 볼 수가 있지요.
복지국가에서는 자유와 평등을 모두 존중한다
▶정관용> 그렇지요.
▷조광> 이 복지국가에서는 자유와 평등을 같이 존중을 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조광> 그래서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자유를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복지국가들에서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 없지만은 세금 더 많이 내라고도 하고 하는 그러한 얘기가 되겠지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조광> 그런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그 자유방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보다는 그냥 민주주의라고 하는 용어, 즉 민주사회주의적인 요소가 가미가 된 그러한 단계의 민주주의니까 자유민주주의라는 말보다는 민주주의라는 말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보다 민주주의가 더 포괄적인 개념
▶정관용> 민주주의가 더 포괄성이 넓은 개념이로군요?
▷조광> 그렇지요. 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정관용> 그 밑에 자유민주주의도 있고, 뭐 사회민주주의도 있을 수 있고?
▷조광> 예, 여러 가지 민주주의의 종류가 있을 수 있겠지만은 특히 여기에서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때는 너무 제한된 개념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라고 하는 개념을 역사학계에서는 더 존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관용> 그런데 이번에 교과부가 자유민주주의로 표현을 바꿔야 한다, 또 일부 언론들은 지난 정부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대신 민주주의로 바뀌었다, 이런 걸 막 문제제기하고 그러는 이유는 뭡니까?
▷조광>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나 그 문제제기한다는 것, 그 자체가 저는 결코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는 기준으로 삼는 데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 헌법 정신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미래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하는 것을 정하는데 있어서도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보다는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월등히 더 건강하고 그리고 역사적 근거를 갖는 개념으로 생각이 됩니다.
▶정관용> 그런데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말하자면 지금 조 교수님 해석대로 하자면 이른바 자유방임적 의미의 민주주의가 더 소중하다, 라고 주장하는 거지요?
▷조광> 물론 이제 그 자유방임적 민주주의라고 지금 당장 얘기를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이미 역사 과정을 통해서 극복이 되었기 때문에...
▶정관용> 과거의 일이다?
▷조광> 그러나 정 선생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이른바 신자유주의적인 해석들이 많이들 나왔잖아요. 레이건 정부 이래로. 그러니까 바로 어떻게 보자면 자유민주주의가 우리나라에서 많은 경우에는 무한 경쟁을 정당시하는 신자유주의와 좀 동일시되는 것 아니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왜곡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자유민주주의’ 란 단어사용이 위험한 이유는?
▶정관용> 그렇군요.
▷조광> 거기에서 자유주의라는 용어를 우리 교과서에 쓰게 된다면 그건 상당한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된다면 이 자유민주주의를 이제 기본 개념으로 제시가 된다고 할 때 식민지 시대하고 해방 이후 우리나라 역사를 바라보는 기본 축이 변해버립니다.
▶정관용> 어떻게 변합니까?
▷조광> 그러니까 식민지 시대의 우리나라의 역사는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독립 투쟁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우리 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조광> 이건 많은 국민들이 동의를 하고 있고요. 그리고 해방 이후 현대 역사에 있어서도 물론 경제발전의 역사도 있지만 경제발전과 더불어 민주화의 역사가 또 있는 것입니다.
▶정관용> 그렇습니다.
▷조광> 이승만 독재에 저항했던 4.19혁명이라든지 민주주의 운동이었던 5.18민주화운동 등등이 있는데, 여기에서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것만 강조를 하게 된다면 이 나라의 독립이라든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의 공로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없고, 약화되거나 보류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역사의 균형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보다도 민주주의라는 전통적인 용어를 써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관용> 교수님, 해방 후 우리 현대사에 경제성장 역사도 있지만 민주화의 역사도 있다. 또 민주화의 역사뿐만 아니라 사실은 사회복지를 더 넓히기 위한, 노동자, 농민들의 권익을 위한 운동도 있었고.
▷조광> 그렇지요. 그게 넓은 의미의 민주화운동에 포함이 되겠지요.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래서 제가 교수님 설명 말씀대로 해방 후 현대사에서는 자유민주주의라고 쓰게 되면 이게 상당히 왜곡된다고 하는 말씀은 이해...
▷조광> 그렇지요. 왜곡되거나 약화, 축소되고 있고. 그걸 바꾸려고 한다는 건 바로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의심을 사게 됩니다.
▶정관용> 아, 그런 역사를 조금 축소시키려고 하는?
▷조광> 예.
▶정관용> 그런데 거기까지는 제가 동의가 바로 되는데요, 식민지에서 독립투쟁이 중요했다고 하는 것은 사실 독립투쟁이라는 것도 자유를 찾기 위한 것 아닙니까?
▷조광> 그렇지요.
자유민주주의는 식민지 개발론의 다른 표현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그냥 괜찮은 것 아닌가요?
▷조광> 그런데 식민지사를 바라볼 때 이른바 뉴라이트 계통의 역사학자들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일제 시대에도 의식을 하게 됩니다. 그건 곧바로 식민지 개발론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던 것이었지요.
▶정관용> 그래요?
▷조광> 일제 식민지 아래에서 한국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가 있었고, 식민지 조선은 일제에 의해서 개발의 혜택을 입었다는 말이 바로 식민지 개발론 아닙니까?
▶정관용> 예.
▷조광> 그렇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는 한국사에서 의미가 있고, 자본주의의 혜택을 입고 발전을 했으니까 그 강제 지배에 협조했던 사람들의 공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이 경제사를 전공하고 있는 일부 연구자들 중에는 그들이 통계의 숫자를 통해가지고 제시하는 그 발전의 증거라고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조광> 한반도에서 경제가 얼마나 됐고, 공장이 얼마나 세워지고 하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정관용> 안병직 교수나 이영훈 교수...
▷조광> 그렇지요. 예, 맞습니다. 그러나 그건 한반도 안에 있던 일본인들의 것이고 일본인의 이익을 위해 일어난 것이지 한국인의 이익과는 그건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독립운동가 자신이나 그 독립운동가의 아내나 어린이들이 흘린 피와 땀, 눈물, 한숨 이런 통계가 다 빠져있지요.
▶정관용> 알겠어요.
▷조광> 이런 통계는 낼 수도 없는 부분 아니겠습니까?
▶정관용> 맞습니다.
▷조광> 그런데 경제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생산이라든지 재화와 관련이 된 통계만 가지고 우리나라의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는 점만 강조를 합니다.
▶정관용> 알겠습니다.
▷조광> 그 질을 따져야 되는데 질은 안 따지고 현상만을 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그런데 이와 같은 강조는 초기 자본주의 단계에서 시행되었다가 폐기 처분이 되어버린 자유방임적 정책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방향으로 또 연결이 되어 나갑니다. 그래서 이 주장은 이제 식민지 시대를 보는데 그치지 않고 해방 이후 우리 현대사를 보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고 있지요.
▶정관용> 왜곡 축소시킬 수 있다?
▷조광> 예.
헌법엔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 없다
▶정관용> 교수님, 마지막 질문이 될 텐데요, 그런데 우리 헌법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느냐, 그래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이번에 교과서 이거를 반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거다, 라고 반발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조광> 그럴까요? 그런데 헌법에 보자면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하고 제4조에 두 번에 걸쳐서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단 한번도 안 나옵니다.
▶정관용> 아, 그래요?
▷조광> 예, 아마 홍준표 선생이 헌법 공부를 오래 전에 해서 잊어버리신 모양인데요.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뉴라이트의 ‘자유민주주의’완 다르다
▶정관용> 아니, 저도 그냥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군요.
▷조광> 그런데 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은 상당 수의 헌법학자들이 이걸 자유민주주의로 동일시하지 않고 더 개방된 개념, 열린 개념으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교수님, 시간이 부족해서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조광>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
▷조광> 예, 안녕히 계십시오.
▶정관용>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그냥 흘려들을 때는 뭐 그게 그거다, 싶었는데, 이렇게 중요한 차이가 있군요. 3부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