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에도 당당한 메이웨더, '또' 파퀴아오 피하나

"타이슨의 '핵 이빨' 사건 이후 가장 기괴한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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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지는 "타이슨의 '핵 이빨' 사건 이후 가장 기괴한 경기였다'고 촌평했다. 이기고도 찝찝한 '무결점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4·미국)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세기의 대결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메이웨더는 지난 18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벌어진 WBC(세계복싱평의회) 웰터급 타이틀매치에서 자신보다 10살이 어린 챔피언 빅터 오티스를 4라운드 2분59초만에 KO로 꺾고 42연승(26KO)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박수보다 야유를 더 많이 받았다. 그가 가진 악동 이미지 때문에 비롯된 반응은 결코 아니었다.

논란을 일으킨 장면은 4라운드에서 발생했다. 오티스의 저돌적인 플레이에 고전하던 메이웨더는 4라운드에서도 수세에 몰리자 클린치(껴안는 동작)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때 오티스는 짜증섞인 표정으로 메이웨더를 머리로 들이 받았다. 명백한 반칙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오티스는 곧바로 사과했다. 메이웨더에 먼저 다가가 포웅하고 뺨에 입을 맞췄다.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오티스가 포웅 후 뒤로 물러나는 순간 메이웨더가 갑자기 달려들더니 오티스의 얼굴에 왼손 주먹을 날렸고 라이트 훅까지 적중시켰다. 강력한 펀치 두방에 오티스는 쓰러졌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팬들은 메이웨더가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했다며 야유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당당했다. 오티스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 심판이 경기 재개 사인을 냈기 때문에 정당한 플레이였다는 것이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링 위에서는 항상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의 소지는 다분하지만 메이웨더의 주장이 맞다. 규정상 그의 승리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스포츠맨십을 따르지 않은 플레이였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0살이나 어린 상대를 맞아 '복싱의 전설'이 할만한 플레이는 결코 아니었다.

메이웨더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메이웨더'다웠다. 복싱 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하며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은 왼손잡이 복서 파퀴아오(33·필리핀)과의 대결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메이웨더의 답은 간단했다.

메이웨더는 "상대가 파퀴아오든 아니든 나는 링에 서기만 하면 7,000만 달러를 벌 수 있다. (내 상대로) 그가 필요하진 않다"며 차갑게 반응했다.

전세계 복싱팬이 바라는 세기의 대결은 실현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메이웨더는 과거 파퀴아오와의 대결을 추진하다 매치가 성사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올림픽 스타일의 도핑 테스트를 고집해 경기를 무산시킨 바 있다. 이후 파퀴아오가 도핑 테스트에 동의하자 "서두를 필요없다"며 한발 물러서 팬들의 비난을 샀다.

파퀴아오는 최근 인터뷰에서 "플로이드가 왼손잡이 복서(오티스)와 대결하는 것은 나와의 승부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맞대결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플로이드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필리핀에서 국민적인 영웅 대접을 받고있는 파퀴아오는 지난 해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의 폭을 넓히겠다는 계획. 내후년이 될 은퇴 시기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복싱 역사상 가장 뜨거울 것으로 전망되는 둘의 승부, 과연 이뤄질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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