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 정운찬 전 총리 등 기라성같은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리며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며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을 여과없이 투영시켰다.
MBC조사결과에선 안철수 원장(45.5%), 한명숙 전 총리(23.9%), 나경원 최고위원(21.7%) 순으로 나왔고,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안철수 원장(49.5%), 나경원 최고위원(22.0%), 한명숙 전 총리(14.9%)로 나왔다.
정치경력이 거의 없는 안 원장이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들은 2배 이상 높게 압도한 것이다.
지난 5일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는 안 원장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을 뿐이었다.
이런 결과는 기성 정치인들과 한나라당, 민주당 등 거대 정당을 무색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안 원장은 "저에 대해 보여준 기대 역시 온전히 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 열망이 표현된 것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시회여론연구소 실장은 "지금의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이 고스란이 담긴 것"이라며 "안 원장이 백신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고 회사 주식을 종업원에게 나줘준 희생정신도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안철수 신드롬'은 권력을 위한 이전투구식 싸움과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구태연한 정치권과는 다른 신선함에 대한 갈증의 표현으로 볼수 있다.
여론조사로 세상을 '경악'시킨 안 원장은 다음날인 6일에도 정치공학적으로 '비상식적인' 일을 저질렀다.
자신의 지지율의 '5분의1' 또는 '10분의 1'에 불과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그는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당선 가능성은 중요하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상임이사는 "두 사람은 서울시장 자리보다 좋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관심이 있어서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을 냈다"며 기존 관행을 뛰어넘는 결정이었음을 인정했다.
안 원장의 언행은 기존 정치권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정치사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어서 정치권을 당혹케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안 원장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 같다. 황당하다"라고, 민주당 전 차영 대변인은 트위터에 "한명숙 문재인 박원순의 사탕발림에 넘억 간 것"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지금까지 야권후보 단일화도 경선을 통하거나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양보하는데 일반적이었지만, 이번 경우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이에 안 원장은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로 뛰어올랐다.
안 원장은 이렇게 '통크게' 양보하는 과정도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는 대목이다.
지난 1일 처음 언론에 출마 가능성이 보도된 이후 5일만에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등에서 야4당이 단일화하면서 거듭된 진통을 겪고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단일화. 과정은 복잡한 역학구도의 변화를 가져온다"며 "그러나 안 원장은 '식솔'이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정치적 계산없이 판단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양승함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일단 양보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신선한 모습"이라면서도 "그럼 왜 애당초 정치에 참여하려고 했는지 의문이 든다. 더 큰 것(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한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