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2TV 단막극 ‘드라마스페셜’에 잇따라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눈길을 끄는 배우가 있다. 배우 김영훈이다.
김영훈은 김성은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그 남자가 거기 있다’에서 김성은의 상상 속 인물로 출연한 데 이어, 4일 방송된 ‘딸기 아이스크림’에서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게 되는 가슴 따뜻한 남자 ‘권기정’ 역으로 출연했다.
특히, ‘딸기아이스크림’에서 김영훈은 준경(엄현경 분)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는 못하는 어리숙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따뜻한 성격과 준경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그려내며 눈길을 끌었다.
“기정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에요. 그래서 별나지 않은 우리가 흔히 느끼는 사랑과 연애의 감정들을 표현해야 했죠. 그런데 개성 강한 캐릭터보다 오히려 평범한 연기가 더 어렵더라고요. 사실, 멜로물 주인공인 만큼 멋있게 보이고픈 마음도 있는데 캐릭터를 꾸미지 않아야 했어요. 리얼리티를 위해 실제로 집에서 입던 늘어난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촬영을 했죠. 다음에 기회가 되면 훈남 같은 매력도 발산해보고 싶어요”
그는 KBS ‘강력반’에서 사이코패스 역을 맡아 엄현경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러다 이번 ‘딸기 아이스크림’을 통해 연인으로 재회하게 됐다.
“김성은씨 엄현경 등 오랜만에 복귀하는 본들과 호흡을 맞추게 됐어요. 다들 오랜만에 출연해서인지 의욕이 넘치더라고요. 그런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과 함께 해서 좋았어요. 특히 현경이와 ‘강력반’에서 싸이코와 피해자로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에 연인으로 변신하게 됐어요. 처음 만나는 배우라면 연인의 감정이 생기기 어려웠을 텐데 현경이와 친한 만큼 감정이입이 쉬웠어요”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해내며 안방극장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김영훈. 사실, 그는 성직자의 길을 가려고 했었다고 고백했다.
집안에서 3대 째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그 역시 성직자의 길을 가려고 했던 것.
“학창시절 사고를 당해 뇌출혈이 심했어요. 거의 뇌사 직전까지 갔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죠. 그러면서 집안에서는 신께서 살린 일이라며 제가 종교에 귀의하기를 바라셨어요. 그래서 신학대학에 진학했죠. 하지만 막상 학교를 다녀보니 ‘아,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학창시절 내성적이었다는 김영훈. 그는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것이 가장 큰 낙이었다고 한다. 비디오로 다양한 영화들을 보고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해 보던 그는 차츰 배우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는 결국 서울예대 연극과에 지원했다.
“사실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시험장에 쟁쟁한 지원자들이 많더군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시험 과제였는데 다들 망토에 펜싱 칼까지 준비해가지고 왔어요.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었죠. 하지만 저는 고작 비디오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연기를 익힌 게 전부였어요”
경쟁자들을 보며 주눅이 들었다는 김영훈. 그는 준비해 온 의상 대신 입고 간 티셔츠 차림 그대로 시험장 안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교수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혼시의 힘을 다해 연기를 했다.
결과는 합격. 하지만, 또 하나의 고비가 있었다. 바로 부모님이었다.
김영훈은 성직자의 길을 가기를 원하는 부모님 앞에서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었다.
“집안의 반대가 완강했어요. 하지만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고 원하던 길을 가고 싶었기에 부모님을 설득했죠. 다행히 아버지께서 지지해 주셔서 연극과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고창석 형을 만났죠. 동기인데 저를 많이 이끌어줬어요. 요즘 창석이 형이 방송도 많이 나오고 조명도 받는데 진심으로 기뻐요”
하지만, 연기자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봄의 왈츠’ 연기자 오디션에서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냈지만 드라마 안팎의 사정으로 참여할 수 없었고, 연정훈 이지훈 등과 함께 캐스팅 된 영화도 빛을 보지 못했다.
“힘들었어요. 연기는 연기대로 하고 빛은 못보고… 그러면서 자만도 생겼어요. 비록 지금 빛은 못 봤지만 대작들에 캐스팅 됐던 만큼 언젠가는 누가 나를 찾아주겠지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성했어요. 남에게 굽히기 싫어하는 성격이었지만 자존심도 무뎌지고, 직접 프로필을 끼고 다니며 인사도 다니고 작은 배역이라도 따냈죠”
그렇게 다작 배우로 10년차에 접어든 김영훈. 그는 최근 잇따라 드라마에 주요 배역으로 출연하면서 초심을 찾고 있다.
“다작을 하면서 생활 연기자가 되는 것 같아요. ‘이 작품 오늘 하루 촬영하면 얼마 벌겠구나’라는 계산이 서더라고요. 연기가 생활되니 두려웠죠. 크던 작던 배역이 소중했던 시절이 있던 만큼 다시 초심을 찾으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