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객동' 변지민 작가 "웹툰 끝에 네모상자 만든 이유는…"

[인터뷰] 실질객관동화 '무적핑크' 작가를 만나다

지루한 일상에 한 모금 레모네이드와 같이 깨알같은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는 웹툰. 이렇게 재미있는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 CBS 노컷뉴스는 웹툰보다 더 궁금한 '베일에 싸인' 웹툰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동화 '금도끼 은도끼', 도끼가 아닌 친구를 물에 빠뜨렸다면?
왕자님과 결혼한 '인어공주'가 상체가 물고기인 딸을 낳았다?
소설 '운수좋은날'의 아내가 알고보니 사람이 아니라는 충격 반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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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부터 시작해 2년이 넘은 현재까지 꾸준히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 '실질객관동화'.

웹툰 '실질객관동화'는 전래동화나 만화, 영화, 소설 등을 현실감각으로 재해석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웃음과 재미를 전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조명해 기존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한 감상을 이끌어 내는 것.

기발한 상상력으로 동화를 비트는 해학과 풍자가 '톡톡' 튀는 웹툰작가 '무적핑크(본명 변지민)'를 만나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것들을 물어봤다.

Q. 어려서부터 동화를 많이 읽었는지?

: 책을 많이 읽었지만 사실 동화보다는 학습만화를 많이 봤어요. 동화책은 집에 별로 없었는데, 같이 자란 친척 아이의 집에 놀러가서 그 집에 있던 동화책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Q. 왜 하필 동화를 재료로 재해석하게 됐나?

: 동화 외에 소설, 만화 등 다수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을 다루고 있는데, 동화라는 것이 워낙 잘 짜여진 완벽한 구조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만 바꿔도 큰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 매력에 반해 동화를 실질객관적으로 풀어봤죠.

ㄴㄷㄷ
인터뷰 내내 동글동글한 눈망울을 호기심어리게 굴리는 '무적핑크' 변지민 작가는 영락없는 여대생 그 자체였다.

취미로 원예와 요리를 즐기는 등 여성미 넘치는 변 작가는 실제와는 달리 웹툰 연재 초기에 독자들로부터 '남성일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Q. '무적핑크작가는 남자다'라는 루머가 있었다

: 남성스럽다고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어떤 일에 대해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향이 있긴 해요. 그렇지만...저도 왜 독자들이 절 남자로 생각하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웹툰이 풍기는 느낌에서 독자분들께서 남자 작가라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심지어 변 작가의 기억에 남은 한 팬은 잊지못할 쪽지를 보내기도 했단다.

"여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 한 여고생으로부터 쪽지를 받았어요. 저보고 "오빠, 아니죠? 거짓말이라고 말해 주세요"라고 하더라구요.(웃음)"

웹툰 '실질객관동화'가 확실히 보드라운 감성과는 거리가 멀다. '마지막 잎새'를 서양화과와 사진학과, 조소과, 시각디자인과 입장에서 분석한다거나 백설공주가 관속에 누워있지만 끝끝내 왕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설정 등 조금은 시크하고 터프한 전개가 종종 눈에 띈다.

그렇지만 변 작가 특유의 '시크함과 터프함' 속에 시사적인 문제는 개입되지 않는다.

"웹툰은 시간이 지나서 봐도 언제나 똑같은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끔은 공공의 문제에 대해 웹툰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싶기도 한데, 다양한 분들이 보시는 만큼 중심을 잡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치우치는 내용은 삼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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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객관동화'에 아주 독특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웹툰 마지막에 등장하는 네모 상자다.

이 상자는 매주 연재되는 웹툰의 제목으로 채워지는데, 상자가 다 채워지면 연재도 끝이 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Q. 웹툰 제목으로 채워지는 네모박스. 이제 거의 끝이 보이고 있다. 왜 설정했는지?

: 스토리가 아닌 옴니버스형 웹툰이다보니 '끝'이라는 것이 없어요.

재미없다는 독자들의 성화에 쫒겨 일방적으로 연재를 그만둔다는 통보를 하고 싶지 않았구요, 끝이 정해져 있어서 독자들과 함께 끝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애초에 네모 상자를 만들었어요. 제가 아쉬운 상황이라고 해도 상자를 다 채우면 연재를 그만 둘 생각이에요.

예전에 글씨 폰트가 너무 작아서 네모상자를 다 채우기 너무 오래 걸리겠다는 느낌이 든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번 폰트 크기를 키운 후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변지민 작가는 웹툰에 이어 학교 공부, 다양한 교내 활동 등으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때로는 웹툰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변 작가. 그러나 그녀에게 '웹툰'은 소중한 활동이었다.

"웹툰은 제 블로그 활동의 일환이었어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가장 부합하는 이상적인 활동이 바로 웹툰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 가 싶어요. 할 수 있다면 계속 하고 싶어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제 꿈이거든요. '실질객관동화'가 끝나면 독자분들께 '저 또 다른 작품으로 다음주에 찾아뵐 테니 걱정 마세요'라고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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