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해진 경찰…'구타추방' 선언했지만 전의경 폭행 여전

폭행 피해 후임대원들 '선임 처벌 원하지 않아' 진술, 사건 그대로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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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의경 구타와 가혹행위가 사라졌다고 선언했지만 이후에도 선임대원이 후임대원을 수십여 차례 폭행하는 등 악습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폭행을 당한 후임 대원들은 일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선임대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해 형사사건은 그대로 종결됐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3기동단 소속 A 일경은 지난 6월 말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선임인 B 수경으로부터 주먹으로 수십여 대를 맞았다.

A 일경은 소속 중대가 달랐지만 외박을 나갔다가 복귀해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는 등 B 수경을 깔봤다는 이유였다.


한 달 뒤에는 다른 후임 3~4명이 B 수경으로부터 수차례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도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B 수경은 부대에서 자체적인 징계를 받았을 뿐 형사 고발에 따른 처벌은 받지 않았다.

서울 중부경찰서가 지난달 말 피해를 입은 후임대원들을 조사했지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부대 내 폭행사건이라는 특수성과 앞으로도 의경 생활을 해야한다는 피해 대원들의 부담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폭행사건의 경우 합의가 되거나 피해자들에게서 '용서한다'는 말만 나와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들의 일처리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당시) 해당 부대에서 경각심을 주려고 형사고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해당 기동대도 "사건을 파악한 뒤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했다"면서 "수시로 복무점검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앞서 지난 7월 전.의경 생활문화 개선 성과 보고회를 열어 구타와 가혹행위를 추방했다고 선언했다.

특히 괴롭힘을 뜻하는 은어인 '깨스'나 선임의 불합리한 관행도 사라지는 등 부대 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자신했다.

이같은 특단의 대책은 올해 초 구타에 시달린 부대원들이 탈영을 해 물의를 빚어 부대가 해체되기까지 이른 강원경찰청 전경대 사건이 계기였다.

경찰은 당시 전의경 부대 운영을 '선임'에서 '지휘요원'으로 중심을 옮겨가고, 기수 문화를 깨 대원끼리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폭행과 불합리한 관행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가혹행위 추방선언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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